서부 개척시대 목장주들이 볼 때 늑대는 세상에 필요없는 나쁜 동물이었다. 떼 지어 다니며 가축들을 습격하곤 하니 보는 대로 쏘아 죽였다. 사냥꾼들에게도 늑대는 눈엣가시였다. 사슴 등 사냥감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늑대는 없을수록 좋은 것, 없애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늑대 없는 세상이 펼쳐졌었다. 1926년 마지막 늑대가 사살된 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공식적으로 늑대의 씨가 말랐다. 삼림은 울창하고 산은 깊으며 환경보존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당시 늑대의 절멸이 대자연에 무슨 변화를 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변화는 이상하게 나타났다. 옐로스톤 일대에 넘치게 많던 시내며 개울, 늪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원한 물이 철철 흐르던 시내, 개울, 늪, 온천에서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났다. 늑대를 정점으로 한 먹이사슬에 연쇄반응이 일어난 결과였다.
늑대가 사라지자 제일 처음 나타난 현상은 엘크, 즉 사슴의 증가였다. 잡아먹힐 위험이 없어진 엘크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며 느티나무, 사시나무 등의 묘목들이 채 자라기도 전에 다 먹어치웠다. 느티나무가 줄어들자 비버가 줄었다. 느티나무를 먹고 그 나뭇가지들로 댐을 만들던 비버가 줄어드니 물고기, 새, 곤충, 양서류 등으로 풍성하던 습지대가 사라졌다. 개울은 마르고 메마른 대지는 날로 황량해졌다. 늑대 하나 사라졌는데 자연 전체가 망가졌다.
옐로스톤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면서 내려진 결론은 늑대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1995년 캐나다에서 포획한 늑대 수십 마리를 풀어놓으면서 옐로스톤의 생태계는 서서히 건강을 회복했다.
오는 22일 지구의 날을 앞두고 옐로스톤의 늑대를 생각해보면 지구, 대자연이 주는 메시지가 있다. 대자연은 자연의 섭리로 움직일 뿐 인간이 실용에 근거해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판단에 따라 외과수술 하듯 잘라내고 파헤친 결과가 오늘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이다.
사람 사는 동네, 지구촌에도 늑대가 있다. 대자연의 늑대와는 비교가 안 되게 위험한 존재들, 테러리스트들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감을 엉뚱하게도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양 삼아 폭발시키는 비겁한 존재들이다. 이번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현장에서는 8살짜리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어린 소년의 죽음을 정당화할 가치는 세상에 없다.
테러 용의자는 체첸계 형제로 밝혀졌다. 10년쯤 전 미국으로 이민온 이들 형제가 이슬람교도로 발표되면서 미국의 무슬림 커뮤니티는 다시 한번 긴장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무슬림 커뮤니티는 테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눈총을 받아왔고 끊임없이 증오범죄에 시달려왔다. 이번 폭탄테러 사건이 터지자 무슬림 단체들은 가슴을 졸이며 “제발 무슬림이 아니기를 …” 빌었지만 19살과 26살의 용의자들은 스스로를 무슬림으로 공언했다.
테러가 우리의 삶을 점점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시민들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일상적 활동을 기피하는 것, 그래서 정부는 뭔가를 생산하는 분야대신 비생산적인 보안 강화에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이다.
테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테러집단이나 관련 국가를 응징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무력 사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1986년 미국은 리비아의 테러지원을 응징하기 위해 카다피 궁을 폭격했다. 하지만 폭탄이 빗나가 인근 아파트의 아이들과 여성들을 죽게 하면서 반미감정이 북아프리카 전체로 퍼져나갔다. 미국에 대한 무슬림권의 피해의식을 자극함으로써 테러 반대자와 미온적 동조자들 모두를 아우르며 하나로 뭉치게 만든 것이다. 늑대를 없애니 생태계가 위협받은 것처럼 무슬림에 대한 과도한 응징은 증오의 도가니를 만들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
테러를 막는 길은 배척이 아니라 포용이다. 무슬림 젊은이들이 테러리스트로 변신하는 것을 막는 길은 무슬림에 대한 인정과 포용이다. 대자연에서는 풀 한포기 곤충 한 마리 모두가 서로서로 연결되며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유기적 공동체를 이룬다. 지구촌도 마찬가지이다. 인종, 문화, 종교가 달라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 테러리즘이라는 병균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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