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로 기억한다. 어느 날 이 곳 한인 동포사회 신문을 들추어 보다 깜짝 놀랐다. 나와 너무 닮은 사진 한장이 크게 실린 것이다. 거의 감겨 있는 듯한 눈과 훤한 이마 그리고 오목조목하게 놓여져 있는 눈, 코, 입들 정말 나와 너무 흡사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 신문 사진을 보여 주었더니 모두 이구동성으로 나와 똑 같이 생겼단다. 그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김용”씨였다.
당시 신문에 김용씨의 사진이 실린 것은 그가 다트머쓰 대학 총장으로 임명되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아시아인으로서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이 된다는 것이다. 1959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미국 아이오아주로 이민 온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브라운 대학에서 학사학위 그리고 하바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의학뿐만아니라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가 다트머쓰 대학 총장으로 임명되기 전에는 하바드 보건, 사회 대학과장과 세계보건기구 에이즈 국장을 역임했다. 의료 자선단체도 설립했고 결핵 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치료활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2012년 3월에 오바마 대통령의 천거로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되었다. 물론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말이다.
이홍렬은 김용 총재 보다 나이가 5살 위인, 한국에서 잘 알려진 MC겸 개그맨이다. 중학교 2학년부터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고 하는 이홍렬씨는 자랄 때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공업계로 진학했다. 물론 대학에 갈 상황이 못 되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 후 우선 직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버릴 수 없어 여러 곳에 연예계 진출의 문을 두들겨 보다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군에 입대하고 만다. 33개월의 군복무를 마친 후 우여곡절 끝에 1979년 3월 라디오와 TV에 데뷔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 꾸준한 노력으로 한 때 한국에서 최고 가는 개그맨과 MC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런데 이홍렬씨도 김용씨와 마찬가지로 나와 비슷하게 생겼다. 아니 이홍렬씨가 나보다 나이가 위이니 내가 이홍렬씨를 닮았다고 하는 것이 좀 더 맞는 얘기일 것이다. 아담한 키와 평소 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눈, 그리고 큰 얼굴과 시원한 이마등 영락 없이 같은 모습이다. 내가 이홍렬씨를 닮고 김용 총재가 나와 흡사하게 생겼다면 결국 이홍렬씨와 김용 총재의 생김새도 비슷하다 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최고 다섯 살 정도 밖에 차이 안되는 우리 셋 모두가 형제처럼 같은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래 전 이홍렬쇼를 이 곳 동포 사회 TV에서 보여 주었을 때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방영된 이 쇼를 나도 가끔 보곤했다. 특히 그 쇼 가운데 참참참이라는 요리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주위에서 나와 이홍렬씨의 닮은 모습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그 것이 나를 놀리려는 의도인 것 같아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나 태연한 척했다. 오히려 그럴 때면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영광이다. 사실 내가 이홍렬씨만큼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 사람처럼 자기 분야에서 프로인 사람 찾기 힘들 것이다. 나도 내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그렇게 잘 하고 인정 받을 수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곤 했다. 왜냐하면 모습이 닮았다는 지적에 화를 내는 것은 내가 나의 모습에 언짢아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 보다 여러 해 지난 후의 일이지만 김용씨와 내가 참 많이 닮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에는 과거 이홍렬씨 경우와 달리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물론 구차하게 김용씨가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냐 나도 김용씨만큼 인정을 받는 인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말이나 괜히 생김새를 놓고 변명하는 일도 필요 없었다.
누구에 비교되던 나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교 대상에 따라 나의 감정이 달라졌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허나 혹시 비교 대상의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에 따라 나 스스로가 높낮이를 다르게 두었던게 아니었나 한다. 대학 총장이나 세계은행 총재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연예인/개그맨과 흡사한다는 지적에 크게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은 내가 분명 그 사이에 차이를 두는 마음가짐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사실 이홍렬씨는 그가 자라 온 환경과 연예인로서의 길을 걸으면서 겪었던 어려움 극복 등을 놓고 볼 때 김용 총재에 비해 절대로 덜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굴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전력 질주해 성공한 사람이다. 대학공부를 제 때 못한게 후회가 되어 30대 중반에 대학에 입학해 4년간 공부를 게을리 않고 졸업하기도 했다.
이처럼 내가 배워야 할 점이 사실 제법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해 사람 평가를 달리했던 것이다. 교육위원으로서 평소에 참된 인성 교육을 주장하면서도 부분적으로나마 잘 따라 주지 않았던 나 자신의 마음 모습에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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