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있는 볼티모어 지역에 동물 공동묘지가 있다. 나는 이 앞을 몇년 동안 지나면서 이곳이 동물 공동묘지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한번은 궁금해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 평면 비석위에 꽃 한 송이가 꽃혀 있었다. 이 비석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내 삶의 동반자 사랑하는 ‘슈가’(Sugar)가 잠들고 있음” 나는 너무나 깜짝 놀랬다. ‘슈가’는 20여 년 전 우리 집에서 길렀던 강아지 이름이었다. 우리 딸은 ‘슈가’를 너무나 사랑했다. 우리는 한 두어 달 동안 ‘슈가’를 기르다가 도저히 돌봐 줄 수가 없어서 개를 잘 돌봐주는 이웃에게 맡겼다. 그 뒤 우리는 ‘슈가’ 소식을 모른다. 바로 그 ‘슈가’가 여기에 잠들고 있단 말인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로 우리는 개를 기르지 않았다.
한국에 개를 지극히 귀여워하는 동료 교수가 있다. 10여 년 간 길러온 진돗개 ‘똘똘이’가 암에 걸렸다. 병을 고쳐주려고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가며 팔방으로 노력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똘똘이’는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신음했다. 결국 수의사의 권고로 안락사를 시켜 화장을 했다. 교수 부부와 딸은 상자에 들은 재를 집으로 가지고 오는 동안 내내 울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개를 기르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1년이 못가서 다른 진돗개 강아지 한마리를 집으로 데려 왔다.
‘똘똘이’를 극진히 귀여워하는 그 교수가 점심을 산다고 했다. 동료 교수 3명이 간 곳은 ‘보양탕’ 집이었다. 나는 보양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음식을 한 참 동안 들다가 보양탕이 무엇인지를 동료 교수에게 물었다. 대답은 이러했다. “보양탕 또는 영양탕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보신탕의 현대어입니다. 보신탕하면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고쳐 부르고 있지요.” “아니, 교수님은 ‘똘똘이’ 생각이 날텐데 어떻게 보양탕을 드십니까?” “이건 식용 개이니까 얘기가 다르지요.” “식용과 애완용이 다르다는 얘기군요.” 나는 혼자 이렇게 반문했다. “개는 개지 어떻게 식용과 애완용이 구별되는 것인가?”
한동대 뒷산에 개 목장이 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그 근처로 산책을 할 때 새벽 산울림으로 퍼지는 개 짖는 소리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몇몇 교수들과 점심을 든 후 개 목장 앞을 지나 산책을 했다. 우리들을 본 철창 안에 있는 20여 마리의 개들은 우리를 향해 결사적으로 짖었다. 이 소리를 듣고 주인 아주머니가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개들은 꼬리를 치며 주인에게 다가 갔다. 이 광경을 본 우리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얼마 있으면 도살장으로 끌고 갈 주인에게는 꼬리를 치고 정말 귀여워하는 우리들에게는 짖어대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구나.”
한국의 개 목장은 축산당국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 목장은 무허가로 운영한다. 그런데 개는 소 돼지 등과 같이 축산물위생관리법(도축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업자들은 비밀리에 개를 도살한다. 축산당국이 개 목장은 허가를 내주면서 공인도살장을 이용하지 않고 밀도살을 허락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축산당국은 개고기도 공인도축장을 통해 도축하여 위생적인 유통 및 관리를 해야 한다는 도축법을 마련하려고 여러번에 걸처 시도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로 성사를 하지 못했다.
한국정부는 한 때 서울 시내의 ‘보양탕’ 집들을 집중 단속한 적이 있었다. 1988년 올림픽 경기 때 당국은 이 식당들을 외국인들의 왕래가 뜸한 뒷골목으로 이전하게 했다. 이 때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인간에게 가장 충실한 개고기를 먹는 민족은 야만족이다”라고 말하면서 한국의 개고기문화를 비난한 적이 있었다.
개고기는 한국음식문화에 속한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문화인류학에서는 한 나라의 문화는 상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잣대로 다른 문화를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인간의 기본 윤리도덕에 어긋나는 문화는 인륜을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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