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 로스엔젤레스(LA) 선거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한인계John Choi 후보가 좋은 성적을 내 5월의 결선에 진출했다고 한다. 5월에도 좋은 결과를 보여 주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한인 이민 역사도 이제 제법 된 LA가 이제는 정말 한인계 시의원을 배출해야 될 때가 되었다. 한인 유권자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선거 참여와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날 선거에서 내가 큰 관심을 두고 지켜 보았던 또 다른 선거는 교육위원 선거였다. LA 학군은 미국에서 뉴욕시 다음으로 큰 규모다. 67만명 정도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다. 이는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학군은 미국 전체에서 11번째 규모인데 여기에 비해 거의 네 배가 되는 셈이다. 학교 수도 거의 200개가 되는 차터스쿨을 포함하여 1,100개 가량이 된다.
LA시의 교육위원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세 자리만 이번에 선거가 있었다. 4년 임기의 교육위원들 선거를 2년에 한번씩 절반 정도 나누어 치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교육위원선거에 이제 오는 6월말로 임기를 마치는 현 LA 시장이 적극 개입했다. 자신의 교육개혁에 뜻을 같이 하는 교육위원 후보들을 전력 후원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후원은 외부로부터 막대한 선거자금의 유입을 초래했다.
원래 LA 시장은 뉴욕시나 시카고, 그리고 워싱턴 디씨처럼 공립학교 운영에 관한 권한을 교육위원회로부터 빼앗아 장악하기를 원했다. 시장이 장악해야 필요한 교육개혁을 일사분란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교육위원회는 자문역할 정도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성공하지 않자 차선으로 자기와 뜻을 같이 하는 교육위원후보들을 교육위원에 당선시키기로 전략을 바꾸었다. 그가 추구했던 교육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교사평가 제도의 개혁이었다. 즉, 학생들의 학력평가시험 성적으로 교사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교사들을 해임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교육개혁으로 좀 더 많은 차터스쿨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차터스쿨들이 학생들에게 더 많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뿐 아니라 기존 공립학교들에게 경쟁이 되어 공립학교들의 질을 높이는 촉매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LA시 교육감도 시장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데 그 교육감이 제대로 교육개혁을 추진하려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교육위원들 선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LA 시장의 이러한 선거 개입에 마이클 불룸버그 뉴욕시장, 언론 재벌 루퍼트 멀독, 전 워싱턴 디씨 교육감 미셀 리, 전 뉴욕시 교육감 조엘 클라인, 그리고 캘리포니아 차터스쿨협회가 동조해 자그마치 4백만불이나 되는 규모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그 자금을 개혁파 교육위원 후보 셋을 지원키 위해 투입했다. 세 개혁파 후보 중 둘은 현 교육위원이었고 나머지 한 후보는 현 교육위원을 상대로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도전자에게 150만불이상의 선거자금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에 반대하는 교원노조들은 상대후보들 지원에 나섰고 백만불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유례가 없는 규모의 선거자금이 동원된것이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무승부라고 한다. 세 명의 현역 위원 중 2명은 승리했고 한 명은 5월에 결선을 치루게 되었다고 한다. 승리한 두 명의 현 위원 중 한 명은 개혁계 후보이고 다른 한명은 교원 노조의 지지를 받은 후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거대한 지원을 받은 개혁계 후보들이 받은 표 전체가 5만8천표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결국 한 표 획득에 거의 70불가량의 선거 자금이 소요되었단 얘기이다.
나도 교육위원으로 4선이 되기까지 여러번 선거를 치르면서 후원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의 도움을 받아 왔다. 그리고 사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선거자금 액수면에서 항상 여유가 있었다. 이는 내가 두고두고 후원해 준 여러분들께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받은 도움을 생각할 때 교육위원으로서 맡은 바 일에 더욱 열심히 하여야 하겠다는 다짐이 새롭게 들기도 한다. 그러나 2011년의 훼어팩스 카운티 광역교육위원 선거에서 최다 득표인 9만2천표 이상을 얻으면서 사용한 선거자금이 7만불이 채 안 된다. 이번 LA 교육위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들이 사용한 자금액수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번 LA 교육위원 선거 소식을 접하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선 교육위원 선거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는게 우려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지역 주민들의 교육 관심을 대변해야 하는 지방 교육선거에 정치 색깔이 뚜렷한 외부의 입김이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이 너무 정치화 되고 정치 입김에 휩싸일 때 참된 교육이 실종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의 정치적 영향이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어 이 워싱턴 지역까지 찾아 올 경우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자못 걱정도 된다. 교육위원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외부 개입에 판단이 흐려지지 않고 자녀들 교육을 중심으로 놓고 이슈 파악과 후보 자질을 검토해 현명한 판단을 행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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