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한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가르칠 때의 일이다. 한 여학생이 휴학계를 가지고 내 연구실로 찾아왔다. 군대를 가기위해 휴학을 해야겠으니 담당교수로 서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학업중에 군대를 가야하는 이유를 물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이 학생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들의 선례를 따라 이스라엘 국적도 가지고 있는 복수국적자였다. 그래서 이스라엘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휴학계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연령에 관계없이 유대인이면 누구에게나 복수국적을 허용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국민과 똑 같은 국민의 의무를 지며 권리를 누리게 된다. 병역은 성별에 관계없이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의무다. 복무기간은 남자는 3년, 여자는 18개월이다. 그런데 여자의 경우 결혼을 했으면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병역의무를 마치고 결혼을 한다. 나는 휴학계를 신청한 여학생에게 연기신청을 내서 학업을 마치고 군대에 갈 것을 권유했다. “교수님, 조국이 나라를 지키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학업 핑계를 댈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 학생은 이스라엘로 곧 떠났다.
한국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김종훈 박사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내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 제가 일군 모든 것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온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창조경제에 달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는데…” 왜 조국 대한민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사람’을 돌아가게 했는가? 왜 김 박사는 국회 청문회를 기다리지 않고 사퇴하지 않으면 안되었는가? 나는 이 참담한 광경을 보면서 한국 정치권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지 않고는 세계화 시대조류를 계속 역행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김 박사가 미국 국적자로서 미국에서 행하였던 업적들이 한국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조국 한국에 대한 헌신’에 의심이 간다고 주장한 일부 야당의원들은 국익보다는 정략을 앞세운 ‘양심부재’의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종북의 첨단을 걷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이번 일은 박대통령이 친미적이고 독재적인 사고가 빚은 결과다. 사필귀정이다.”라고 발언한 내용을 보면서 이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인지 김정은 대변자인지 구별 할 길이 없다.
이번 김종훈 박사 장관후보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박근혜 정부는 과감하게 복수국적정책을 바꾸어 이스라엘처럼 외국거주 한국 사람에게 연령에 상관없이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법은 65세 이상의 경우에만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 연령대를 55세로 내리겠다는 것이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다. 연령대를 철폐하여 해외동포들에게 조국에 기여 할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어놔야 한다. 그리하면 김 박사의 경우처럼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조국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미국 이스라엘 복수국적자인 ‘아감 루드버그’는 이스라엘의 관능미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이를테면 이스라엘 판 이효리다. 18세 때 그의 인기는 이스라엘은 물론 구미를 뒤흔들었다. 그는 2003년 19세에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18개월 복무를 마치고 2005년 모델계로 ‘원대복귀’했다. 그런데 아감은 이스라엘 국적을 포기하고 군복무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이를 ‘모국에 대한 애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이스라엘에는 약 20만명의 미국. 이스라엘 복수국적자들이 살고 있으며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 가운데 약 300만명이 미국 이스라엘 복수국적자들로 알려져 있다. 미국내 유대인 숫자가 600만 조금 넘는다. 이스라엘은 복수국적제도를 유지하여 해외의 많은 자본 인력 및 두뇌들을 유치하고 있다. 재외국민으로부터 유치한 자본은 이스라엘 재정의 30%를 충당하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국에 대한 애정’ 즉 충성심이다. 이른바 ‘이스라엘 우선 독트린’이다.
한국도 ‘한국 우선 독트린’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김종훈 박사처럼 해외거주 한국동포들이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면 언제든지 문을 활짝 열고 여야 상관없이 환영해야 한다. 한국 정치인들이 해외동포에 대한 잘못된 맨탈리티가 곧 바뀌어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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