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가지만 하더라도 크루즈는 주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1970년대 이후에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중산층도 신혼여행, 결혼기념, 졸업축하, 친구들끼리의 관광 등의 명목으로 크루즈를 애용하게 된다.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의 중산층도 크루즈 행렬에 동참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크루즈 기업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중 제일 큰 크루즈 라인은 1972년에 설립된 카니발 회사다. 육지에 근무하는 종업원이 3,800여명에다 10만톤 이상의 선박 24개에 근무하는 종업원이 3만3,500명이라니까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2011년도 총수입이 100억불이고 순수입은 19억불이란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의 합작 소유인 회사지만 선박들은 바하마스나 파나마 등의 국적을 가지고 있고 또 여러 자회사들과의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그 회사의 진상 파악이 간단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예를 들면 작년 초 이태리에서 선장의 실수나 고의적인 결정으로 어느 섬 부근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좌초되는 바람에 32명이나 목숨을 잃게 만든 코스타 콘코디아호도 카니발 회사의 자회사 소속인바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의 소송 결과 모기업이 어느 정도 책임을 질런지는 두고 봐야 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카니발 소속 선박이 또 사고를 쳤다. 일부 승객들이 ‘지옥으로부터의 크루즈’라고 부르게 된 ‘트라이엄프’호는 지난주 목요일 텍사스의 갈버스톤을 떠나 4일간 멕시코만을 순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요일 기관실에 화재가 발생되어 정상 발전 시설이 망가지는 바람에 약 5일 동안 900척에 15층 건물 높이의 그 호화선은 트라이엄프(승리)가 아닌 아수라장이 되었던 모양이다. 승객들의 비디오와 사진들과 아울러 그들의 경험담을 종합해 보면 거의 모든 승객들의 객실에 전기가 끊어져 특히 유리창이 없는 내부 객실들은 암흑의 세상이 되었단다.
하수물 처리 시설도 망가지거나 작동이 안 되어 소변 대변이 복도까지 범람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 여럿 되는 호화판 식당들도 쓸모없게 되었으니 마른 빵조각에 토마토 캐첩이나 발라먹는 게 고작이었을 뿐이다.
의료의 긴급 상황에 있는 사람들 몇은 헬리콥터로 이송되었지만 3,000여 승객과 1,200여 승무원들은 오물에 젖지 않은 복도나 식당 바닥에서 기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께 밤 자정경에나 앨라배마주 모빌 항구에 간신히 기항할 때까지의 기다림이 어쨌을 것인가는 당해본 사람이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카니발 본사에서는 모든 승객들에게 크루즈 비용을 환불해 주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비용과 아울러 500불을 지불하기로 했지만 여러 승객들은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있다. 승무원들이 헌신적으로 승객들을 도우려했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거의 닷새 동안 악취와 불편 가운데 견뎌야 했던 경험에 대해서 또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느끼는 승객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카니발 본사에 대한 소송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위험자담이란 개념이 있다. 골프장에 갔다가 공에 맞아 실명을 한 사람이 골프장 운영회사에 책임을 물으려 할 때 그 개념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크루즈 배를 타는 사람들도 예를 들면 알라스카의 빙벽 조각으로 배가 파손되면 다칠 각오를 하고 그리하니까 선장이나 선원들의 과실로 자연적인 현상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악화되기 전에는 회사가 승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크루즈 계약서에는 깨알 같은 잔글씨로 만약 승객이 크루즈 회사를 고소하고자 한다면 크루즈 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연방법원이나 지방법원에 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기되었을 것이다. 카니발 회사의 소재지는 마이애미이니까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주민이 피해자로 고소를 하게 되는 경우 플로리다에 와서 그리해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고소를 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크루즈 승객 계약서에는 ‘정신적 피해’로 회사를 고소하자면 크루즈 회사의 과실만이 아니라 소위 피해자가 다쳤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해양법 전문변호사들이 지적하고 있다. 똥오줌 냄새로 고생을 했거나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을 매일 즐기리라는 기대감을 마른 음식 쪼가리로 간신히 달랬다는 것이 불편하고 불쾌했을 것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신체에 부상을 입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쨌건 트라이엄프 크루즈 배가 화재로 불능화되는 과정에서 사람이 하나도 다치지 않고 귀환할 수 있었던 게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 년에 미국 사람들이 1,400만이나 크루즈를 한다니까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며칠을 즐긴다는 결론이라 크루즈 산업은 건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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