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5일에 퇴임하고 일반시민으로 돌아가 은퇴생활을 갖게 된다. 이대통령은 은퇴생활의 계획을 1년 전부터 해 왔다. 그 당시에는 서울 내곡동에 땅을 매입하여 사저를 짓기로 했다. 그러나 이 매입 건은 이른바 ‘내곡동 사건’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몇 달 전 청와대는 논현동 자택을 보수하여 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주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은퇴 한 후에도 서울에 사무실을 열고 생활무대를 서울로 한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대통령이 은퇴생활을 고향에 가서 지내면서 지역사회발전을 비롯해서 사회봉사에 헌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 전직 대통령들은 노무현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은퇴 생활터를 서울로 정했다. 왜 서울을 떠나지 못할까? 고향은 외로워서 그럴까?
작년 ‘노곡동 사건’이 여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때 송석구 당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이 갑자기 뚱딴지같은 발언을 해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했다. 그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가 서울이 아닌 진영(김해 봉하 마을)으로 가니 외로워서 죽은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송씨는 동국대를 비롯한 3개 대학총장을 지낸 철학자다. 그런 분이 은퇴한 대통령이 시골에 살면 ‘외로워서 죽는다’고 언급한 것은 그의 분별력과 인격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당해 대통령권한 임시중단이라는 아픔을 당했으며 여러 얽히고설킨 정쟁에 시달리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한탄하기도 한 ‘불운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가이익이 관련된 정책수행에 있어서는 과감하게 자기희생의 결단력을 보여 준 대통령이었다. 그 예가 바로 ‘한국군 이라크 파병’이었으며 ‘한·미 FTA 인준절차수행’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내린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은 은퇴 후 사저를 김해로 정한 것이다.
은퇴 후 ‘외롭지 않기 위해’ 서울에 매달려 살아온 전직 대통령에게 폭탄선언을 한 결정이다. 그래서 그는 고향 시골로 간 한국의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 나는 노 대통령의 봉하 마을 생활을 가끔 TV와 신문,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나는 노 대통령이 밀짚모자를 쓰고 뒷자리에 손자를 태운 채 자전거로 봉하마을을 다니면서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정치의 흙탕물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가정으로 돌아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남편이 된 것이다. 어떻게 이 모습을 보고 ‘외로워서 죽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외로워서 자살한 것인가?
미 대통령의 은퇴생활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은퇴 후 ‘외로워서’ 워싱턴에 머물고 있었던 대통령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곳이나 고향에서 여생을 보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처럼 수도 워싱턴에 남아 ‘정치훈수’를 두는 전직 대통령을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나는 노 전대통령의 은퇴생활을 보면서 지미 카터를 생각했다. 노 전대통령이 카터 전대통령을 닮기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카터는 현직에 있을 때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은퇴 후 조지아 플레인스 고향으로 은퇴해 정계에 진출하기 전 전업이었던 땅콩농사에 종사하면서 어릴 때부터 다니던 교회에서 장년 주일학교 교사로 다시 봉사하고 있다.
카터 부부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동참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카터 부부는 2001년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화합의 마을’에서 많은 봉사자들과 함께 집을 지어준 적이 있다. 국민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대통령 재직 때보다 훨씬 높다.
이 대통령의 고향은 포항시 흥해읍 ‘덕실마을’이다. 그는 아주 가난한 농가에서 살았다. 우리 부부는 이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는 이 마을을 둘러보면서 이 대통령이 은퇴한 후 이곳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생을 마치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 대통령이 은퇴 후 외롭지 않게 사는 길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서울은 외로워도 고향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 고향으로 가세요, 그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는 고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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