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는 역시 천재적 영화감독이다. 지난 주 토요일에 실린 영화 ‘링컨’을 추천한다는 서혁교 씨의 뛰어난 글을 읽고 바로 그날 저녁 구경을 갔었다. 2시간 반 동안 링컨의 생애 마지막 4개월에 대한 묘사는 얼마나 뛰어났던지 연방하원에서의 공화당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의 연방헌법 수정 제13조의 필요에 대한 때로는 지루하기도 했고 때로는 당시의 사정과 풍습에 대한 식견의 부족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았지만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스필버그가 또 아카데미 감독상을 타게 될 것 같은 예감마저 들었다.
목요일에 발표된 아카데미 지명 작품들 가운데 링컨이 작품상, 감독상, 그리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남우주연상, 링컨 부인 역할의 샐리 필드의 여우주연상, 30년간 노예 해방론자였던 테데우스 스티븐스 하원 의원역을 한 토미 리 존스의 남우조연상 등 12개 부문에 지명되어 2월 달의 수상자 발표가 기대된다. 스필버그가 이번에 또 수상을 하면 ‘쉰들러의 명단’과 ‘라이언 사병 구출 작전’에 이어 세 번째가 될 것이다.
미합중국에서 탈퇴하여 연합 정부를 리치몬드에 세운 남부 제 주에 살고 있던 노예들은 이미 1863년 1월1일부로 해방되었다고 선포되었지만 남부와 북부 사이의 주들에 있던 흑인들의 해방을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 수정헌법 제13조의 추진 목표였다.
상원에서는 이미 1년 전에 통과되었지만 하원에서는 1865년 1월에 발의가 되어 찬반 토의가 불꽃 튀듯 전개되었다.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가 되는 헌법 수정이기 때문에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시키고 공화당 내의 파벌들 중 반 흑인 정서를 가진 의원들을 회유해야만 통과가 되는데 노예 문제는 워낙 남북전쟁 원인중 하나일 정도로 민감한 사항이었다. 따라서 시워드 국무장관이 링컨의 지시를 받아 몇 참모를 시켜 반대하는 의원들을 찬성 쪽으로 돌아오도록 때로는 친척들에게 우체국장 자리나 기타 임명직을 약속하거나 때로는 선거구에 선심을 쓰게 하거나 심하면 다음 선거에서 떨어뜨린다는 위협 등 갖가지 권모술수가 진행되는 과정이 전개되었다.
스티븐스 의원 등 공화당의 급진파들은 흑인들의 평등권이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그것을 고집했다가는 통과가 안 될 것이기 때문에 스티븐스가 흑인들은 (사회 제분야가 아니라) 법 앞에서만 백인들과 동등하다고 제13조의 의미를 축소해서 설명한 것이 통과를 가능케 했다. 통과된 지 며칠도 못되어 링컨은 포드 극장에서 남부 출신 배우에게 암살당한다.
지난 주 나의 칼럼에서 헌법 수정 제13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에 여기 그 전문을 싣는다.
수정 제13조(1865년)
제1항: 노예제도나 비자발적인 노역제도는 미합중국 내에서 또 미합중국의 관할권 아래 있는 지역에서 존재할 수 없다. 단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합법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는 예외이다.
제2항: 연방의회는 적절한 (후속) 입법으로 이 법을 집행할 권한을 갖는다.
사실 링컨은 노예 해방론자들의 과격한 논리에는 동조를 하지 않던 사람이다. 왜냐하면 과격한 노예해방론자들은 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해 폭력 사용도 서슴치 않아 곳곳에 살인 방화 등의 사건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예해방이 되려면 노예들을 재산으로 간주하던 노예 주인들에게 보상을 주는 것조차 링컨은 고려했을 정도이다.
남북전쟁의 직접적인 원인과 더 근본적인 원인은 수십 개가 될 정도로 복잡하지만 미합중국을 보존하려는 것이 링컨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1862년도에 호러스 그릴리란 뉴욕 트리뷴지의 편집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링컨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 전쟁에서 나의 지상 목표는 미합중국을 구원하는 것이지 노예제도를 구조하거나 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내가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도 합중국을 구할 수 있다면 그리할 것이고 모든 노예를 해방시켜야 합중국을 구할 수 있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링컨은 하원의 토의에서 반대당에 의해 독재자라고 맹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남북전쟁 진행 중에는 특히 전쟁 지역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든지 또 인신 구속 적부 심사제도를 중단하든지 하는 초헌법적인 조처를 취했다.
노예 해방선언으로 남부에서의 해방을 이룩했을 뿐 아니라 수정헌법 제13조의 발효로 전국에서 노예제도가 적어도 법적으로는 종지부 찍혔으니까 링컨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것이다.
그러나 ‘짐 크로우(Jim Crow)’라는 흑인차별제도는 20세기 중엽까지 계속 되었고 마틴 루터 킹 등의 민권운동으로 흑인들에 대한 주택, 교육, 고용과 공공시설 이용 등에 있어서의 차별이 점차로 허물어져 이제는 흑인들만 아니라 기타 유색인종들도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고 있으며 흑인 대통령의 선출에까지 이르렀다.
링컨 영화의 대사가 상당히 어려워 영화를 또 한 번 보거나 TV로 보게 되면 자막을 넣어 보아 좀 더 이해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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