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수술* 52회 키모치료 후 방광암 완쾌
한인암환우회 회장으로 환우들 투병의지 북돋아
▲어느날 느닷없이 당한 통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병원 진단 결과 방광암이라고 했다. 월남전에 참전해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한국 회사 근무시절 강원도 광산 사고시 22명의 광부들의 죽음도 수습했었던 김정수 장로(사진 68세, 산호세새소망교회)는 의사의 암 통보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믿는 자의 생명은 하나님께 달려 있는데 시련을 이길 힘도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말씀이 마음속을 밀고 나왔다.
이때부터 새벽제단을 쌓았다. 이사야서 43장 1절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하나님) 것이라’는 구절을 붙잡고 기도했다. 이민생활 10년간 그로서리를 운영하며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달려온 인생에 ‘쉼’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1년 1차 수술부터 2005년 8차 수술까지, 52회 키모치료 후 2008년 12월 의사로부터 완치됐다는 말을 듣기까지 김 장로는 주변에 암환자임을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이 혹여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울까 싶어 일반인들과 똑같이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비뇨기계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방광암은 방광내시경을 통해서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김 장로도 바늘 만한, 성냥알 만한 암세포들을 제거하는 수술을 8회에 걸쳐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낮은자리에서 봉사하는 삶 닮고 싶어
2012년부터 한인암환우회 및 가족후원회 회장직을 맡은 김 장로는 2009년 돌아가신 김승종 전임회장의 모습을 되새겨보고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김 장로는 "한임암환우회 사역을 확장시킨 김승종 회장은 항상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낮은자리에서 봉사하며 환우들을 자신의 몸처럼 돌보셨다"며 "5년만에 앓고 있던 림프암(혈액암)이 재발됐을 때도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장례예배 순서까지 다 정하고 돌아가셨다"고 회고했다.
김 장로는 "김승종 전임회장은 장례비가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들을 먼저 돕고, 나락으로 떨어졌던 사람들의 삶을 바로잡으셨다"며 "나도 그분처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2003년 산호세새소망교회 암환자들과 테레사 장 간호사가 중심이 돼 발족한 한인암환우회는 그동안 암환우들의 투병의지를 북돋우며 사랑의 도시락 배달(임마누엘장로교회, 뉴비전교회, 실리콘밸리장로교회 참여)을 하고 매달 건강세미나를 개최, 암예방에 나서고 있다.
김 장로는 자신이 아플 때 병원 통역을 맡아준 테레사 장 간호사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할까요"라는 말에 "은혜가 필요한 사람에게 되갚으라"했다는 테레사 장 간호사의 대답을 늘 가슴속에 담았다.
그래서 김 장로는 함영선 장로(헤븐리보이스 설립자)와 함께 암환우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며 격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장로는 "제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있을 뿐"이라며 "12월초 환우, 후원자 100여명과 함께 감사드림 잔치를 열었을 때 기쁨의 감사가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암환우들은 공식적인 자리에 잘 나오려 하지 않고 자신의 병을 드러내기 싫어하지만 암환우회를 통해 큰 힘을 얻는다"며 "이 사역이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고 고백했다.
▲왼쪽 손톱에 후유증 남아
그는 기도할 때 그동안 말랐던 눈물을 흘리게 되고, 치료받느라 10년간 잃었던 목소리도 되찾은 요즘 나날들이 ‘감사하다’. 또 11년간 새벽 4시 45분 새벽예배를 위해 교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도 감사하다.
그러나 완치가 됐음에도 아직 그의 왼쪽 손톱에는 키모 치료의 흔적이 남아있다. 치료를 끊은 지 4년이 넘었는데도 왼쪽 손톱은 마치 손톱무좀에라도 걸린 듯 죽어있다. 푸석푸석하고 중간중간 검은빛을 띤 손톱을 매만지며 김 장로는 "하나님이 남겨두신 가시 같다"며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변심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옅게 웃었다.
그는 얼마전 한 암환우로부터 사랑의 도시락 배달에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후원금 600달러를 받았다. "누군가의 작은 수고가 누군가에게는 큰 감동이 되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암환우를 섬기는 사역들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암환우들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옆에서 돕는 가족들이 힘들어도 환우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로는 “암생존자인 나도 재발 위험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하나님께 맡기는 삶을 산다”며 “매일 성경말씀을 읽으며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새날처럼 좋다"고 선한 웃음을 지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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