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성한 한 해 되세요” 기원 담긴 ‘세찬’
▶ 신선한 굴 넣은 매생이 떡국‘겨울철 별미’
추위를 녹여주는 고소하고 뜨끈한 국물에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떡이 어우러져 은근한 맛을 내는 떡국은 설날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만큼 오랜 역사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국서는 음력설을 쇠지만 이민 연수가 오랜 미주 한인들은 아직도 1월1일을 설로 지키는 가정이 많다. 떡국의 유래와 여러 가지 종류의 떡국 요리법을 알아보자.
차례 후 세배손님에 접대
지역마다 만드는 법 달라
겨울철 입맛 없을 때 식사
국물 재료따라 변신 무궁
설날은 새해의 첫머리라는 의미로 해마다 이 날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집안 어른께 세배를 했다. 이날 차례 상에 올리는 음식과 세배 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음식을 통틀어 ‘세찬’이라고 한다. 세찬에는 떡국, 만두, 주세, 족편, 각종 전유어, 각종 정과류, 식혜, 수정과, 햇김치 등 여러 가지를 차렸는데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떡국이다.
새해 첫날에 떡국을 한 그릇 먹음으로써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1891년에 쓰여진 ‘열영세시기’에도 기록되어 있는 오래된 이야기이다. 나이를 물을 때 “지금껏 떡국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묻는 연유가 여기에 있으며 떡국은 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 하여 ‘첨세병’이라고도 한다.
1년을 준비하는 첫날, 깨끗하고 정결한 마음가짐을 갖고자 하여 잡티 없이 흰 떡국을 끓여 먹는데, 최남선의 ‘조선상식’에서는 떡국을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하면서 천지 만물의 부활 신생을 의미하는 종교적 뜻이 담겨 있다‘고도 했다.
떡국에 들어가는 가래떡은 멥쌀가루를 시루에 쪄서 안반에 떡을 길게 늘여 뽑는데 이는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또 이 가래떡을 동전처럼 둥글게 써는 이유는 둥근 모양이 마치 옛날 화폐인 엽전의 모양과 같아서 새해에 재화가 풍족하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겨 있다고 한다. 새해 첫날 엽전 모양을 한 떡이 푸짐하게 들어 있는 떡국을 먹음으로써 자신의 집안은 물론 세배 손님의 집안에도 재물이 풍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깃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떡국은 한해의 안위와 풍족을 바라는 염원이 가득 담겨 있는 우리만의 특별한 음식이다.
설날이면 전국적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지만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개성지방에서는 조랭이 떡국을 먹었는데, 흰떡을 만들어 참기름을 바르면서 나무칼로 썰어 만든 떡국으로 가운데가 잘록한 모양이 무척 귀엽고 동그란 식감이 좋다.
충청지방에서는 생떡국을 끓여 먹었는데, 생떡국은 즉석에서 멥쌀과 찹쌀을 동량으로 섞은 생 쌀가루를 반죽해 만든다. 질게 반대기를 지어 동그랗게 썬 것을 장국에 넣어 익힌 것으로 질감이 부드럽다. 떡 방앗간을 가지 않고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쪽 지방에서는 설날에 떡국보다는 만둣국을 많이 해먹는데, 이는 더운 이남지방에서는 만두에 들어가는 두부와 숙주가 쉽게 변질하는 재료라 잘 해먹지 않은데 반해 추운 이북지방에서는 겨울철 별미음식으로 만두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개성-조랭이 떡국, 충청-생떡국
궁중식은 묵은 닭·꿩으로 우려
궁중에서 떡국은 ‘탕병’ 또는 ‘병탕’이라 하여 멥쌀과 찹쌀의 비율을 4:1로 섞어 가래떡을 만들어 매끈하고 찰진 식감을 살리고, 국물도 사골이나 양지머리 대신 묵은 닭이나 꿩고기로 우려냈다고 한다. 써는 모양도 어슷하지 않고 수저로 뜨기에 편리하도록 동그랗게 썰었는데 이는 태양을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오늘날의 떡국은 분식집이나 식당 메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 되었다. 몸이 아프거나 속이 불편할 때는 순하고 걸쭉한 국물 몇 수저 뜨면 힘이 나는 것 같고, 겨울철 춥고 입맛이 없을 때 아침식사로도 제격이다.
떡과 국물이라는 재료가 라면과도 비슷해 여러 가지 다양한 맛을 내는 떡국을 만들 수 있다. 들깨가루로 마무리한 들깨 떡국, 국물에 고추 다대기로 매운 양념을 더해 얼큰한 떡 술국, 미소라면처럼 일본된장 국물에 끓인 떡국도 있다.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는 매생이나 지금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굴을 사용하여도 좋고, 진한 표고육수에 끓여 버섯고명을 올려낸 채식떡국도 있다. 변신이 가능한 떡국 레서피를 알아보고, 우리 식구 입맛에 잘 맞는 요리법을 찾아보자.
<매생이 굴 떡국>
▶재료 매생이 1줌, 생굴 1봉지, 떡국 떡 3컵, 멸치 다시마 육수 8컵, 국간장 2큰 술, 소금 약간, 마늘 1/2작은 술, 파 약간
▶만들기
1. 떡국 떡은 찬물에 담가둔다.
2. 매생이는 가위로 듬성듬성 잘라둔다.
3. 굴은 찬물에 흔들어 씻은 후 건져서 물기를 빼둔다.
4. 냄비에 육수가 끓으면 떡을 넣고 익히다가 떡이 거의 익을 때 굴을 넣는다.
5.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에 매생이를 넣고 끓인다. 매생이의 색이 살아나면 불에서 내린다. 매생이는 오래 끓이면 향이 날아가므로 슬쩍 끓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6. 파를 얹어낸다.
<궁중식 꿩 떡국>
▶재료 <꿩 육수> 손질된 꿩 1마리, 물 20컵, 대파 뿌리 1대, 통마늘 10g, 통후추와 생강 약간씩
<떡국 재료> 떡국떡 400g, 물 20컵, 달걀 1개, 대파 뿌리 부분 약간, 다진 마늘 1큰 술, 실고추, 국간장, 소금, 후추 약간씩
<고명 꿩고기 양념> 국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각 1작은 술씩, 소금, 후추, 계피가루 약간씩
▶만들기
1. 꿩은 물에 담가 핏물을 완전히 제거한다.
2. 냄비에 물을 넣어 끓이고 꿩을 넣어 1시간 정도 푹 삶는다. 꺼내어 살을 발라내고 뼈는 다시 냄비에 넣는다. 이때 꿩 육수재료의 대파, 통마늘, 통후추와 생강을 넣어 함께 끓여서 육수를 완성한다.
3. 발라낸 꿩고기의 살은 잘게 찢어 꿩고기 양념으로 무쳐둔다.
4. 떡국 떡은 찬물에 담가 불려두고,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지단을 부친다. 대파는 어슷 썰고 실고추도 잘라둔다.
5. 2의 육수에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이다가 불린 떡을 넣는다. 떡이 익으면 국간장, 소금, 후추로 간하고 파를 넣는다.
6. 떡국을 그릇에 담고 앙념한 꿩고기와 지단, 실고추를 고명으로 올린다. 꿩 대신 닭을 사용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된다.
<들깨 조랭이 떡국>
▶재료 조랭이 떡 300g, 들깨가루 3큰 술, 멸치육수 4컵, 국간장 1작은 술, 양파 1/4개, 당근 15g, 감자 1/2개, 표고버섯 1개, 소금 약간
▶만들기
1. 조랭이 떡은 찬물에 담가둔다.
2. 양파, 표고버섯, 당근은 채 썰고 감자는 얇게 나박 썰어 준비한다.
3. 멸치육수를 진하게 우려내고, 육수에 떡을 넣고 끓인다.
4. 떡이 거의 익었을 때 감자, 양파, 국간장을 넣어 한소끔 끓이고, 감자다 다 익으면 당근, 표고버섯, 들깨가루를 넣고 저어주면서 한 번 끓인다.
5. 소금으로 가감한다.
<된장버섯 떡국>
▶재료 멸치육수 8컵, 떡국 떡 3컵, 된장 3큰 술, 애호박 1/3개, 양파 1/4개, 느타리 약간, 새송이 약간, 부추 약간, 된장 2큰 술, 다진 마늘 1작은 술, 국간장 약간
▶만들기
1. 떡국 떡은 찬물에 담가두었다가 건져서 된장 1큰 술에 버무려 둔다.
2. 부추는 5cm 길이로 썬다. 양파, 애호박, 새송이는 조금 두껍게 채 썰고, 느타리버섯은 결을 따라 찢는다.
3. 팬을 달구어 참기름을 조금 두르고 애호박, 버섯, 양파를 각각 따로 볶는다.
4. 냄비에 육수를 붓고 된장 2큰 술, 다진 마늘과 된장에 버무려둔 떡을 넣어 끓인다.
5. 떡이 다 익으면 볶아둔 채소를 넣어 한 번 더 끓이고 국간장으로 가감한다.
6. 그릇에 덜어 담고 부추를 올려 낸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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