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속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는 2012년도 최우수 영화로 오스트리아의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노부부의 지고한 사랑과 죽음을 다룬 ‘사랑’(Amour-‘위크엔드판’ 영화평 참조)을 선정했다. 차점은 ‘매스터’(The Master).
이 영화에서 뇌졸중을 일으켜 전신불수가 된 아내 안 역을 한 에마뉘엘 리바(사진)는 최우수 주연여우로 뽑혔다. 리바는 투표에서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젊은 남녀의 사랑에 의한 치유를 그린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의 제니퍼 로렌스와 동점을 이뤄 2명이 최우수 여우로 뽑혔다.
리바는 프랑스의 알랭 르네 감독의 데뷔작인 통증이 나도록 아름답고 사려 깊은 흑백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1959)에서 전후 히로시마의 일본인 건축가와 짧은 사랑을 나누는 프랑스 여우로 나온 베테런이다.
‘사랑’은 파리의 쾌적한 아파트에서 노후를 보내는 부부 중 아내가 뇌졸중으로 불수가 되자 이를 극진히 돌보는 남편(장-루이 트랭티냥. ‘남과 녀’)의 헌신적 사랑을 그린 영화로 고통스러운 내용을 부드럽고 아름답고 또 연민 가득히 다루었다. 이 영화는 올 칸영화제서 대상을 받았다.
LAFCA 회원 41명은 이달 초 한 회원의 자택에 모여 2012년도 각 부문 베스트를 뽑았다. LAFCA 회원들은 매우 진보적이며 혁신적이어서 매년 생소하고 특이한 작품과 배우들을 주저 없이 베스트로 뽑아 영화계와 언론으로부터 ‘괴짜들의 집단’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2010년도와 2011년도의 최우수 여우로 각기 김혜자(‘마더’)와 윤정희(‘시’)를 뽑은 것만 봐도 LAFCA의 과감한 성질을 잘 알 수 있다. LAFCA 회원은 총 57명으로 LA타임스, 월스트릿 저널, USA 투데이, 피플, LA 위클리 및 버라이어티와 할리웃 리포터 등 국내 굴지의 언론매체 기자들이 속해 있다.
이 날 투표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서 베스트로 뽑힌 영화는 ‘매스터’. 이 영화는 전후 컬트집단을 형성한 지도자와 그가 자기 수제자로 선정한 정신적 상처가 있는 참전 해군(와킨 피닉스)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다.
‘매스터’는 최우수 감독(폴 토마스 앤더슨-차점은 캐스린 비글로)과 남우주연(와킨 피닉스-차점은 드니 르방) 및 여우조연(에이미 애담스-차점은 앤 해사웨이)과 프로덕션 디자인(차점은 ‘레 미제라블’) 부문에서 각기 베스트로 선정됐다.
최우수 조연남우로는 ‘야생 남부의 짐승들’(Beasts of the Southern Wild)의 드와이트 헨리를 뽑았다. 차점은 크리스토프 월츠(‘쟁고 언체인드’). 드와이트 헨리는 어린 딸과 함께 루이지애나 늪지대에서 문명을 등지고 사는 병든 아버지로 나온다. 이 영화는 음악부문에서도 베스트로 선정됐다.
최우수 각본으로는 벤 애플렉이 감독하고 주연한 ‘아고’(Argo)가 선정됐다. 차점은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 ‘아고’는 카터 대통령 재임 때 극렬분자들에 의해 점령된 이란 주재 미 대사관에서 도주한 일단의 대사관 직원들을 영화 제작팀으로 위장시킨 뒤 미국으로 빼돌린 CIA 요원의 실화다.
촬영부문 베스트로는 007 시리즈 ‘스카이폴’(Skyfall-차점은 ‘매스터’)이 그리고 만화영화로는 팀 버튼의 흑백 ‘프랑켄위니’(Frankenweenie-차점은 ‘참으로 아름다운 날’)가 각기 선정됐다. 그리고 최우수 외국어영화로는 레오 카락스가 감독하고 그의 명콤비 드니 르방이 주연한 환상적인 프랑스 영화 ‘홀리 모터스’(Holly Motors-차점은 이스라엘 영화 ‘후트노트’)가 뽑혔다. 드니 르방은 여러 인물로 역을 바꿔가면서 동시에 평행적 시간대를 사는 사람으로 나와 열연을 한다.
한편 LAFCA는 편집인조합의 끈질긴 청원을 받아들여 올해 처음으로 편집상을 추가했다. 그 결과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빈 라덴 살해작전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가 베스트로 뽑혔다. 차점은 ‘아고’.
최우수 기록영화로는 철저한 비밀에 싸인 이스라엘 첩보기관 쉰 벳의 전직 국장들을 인터뷰한 ‘게이트키퍼스’(The Gatekeepers)가 선정됐다. 차점은 ‘슈거맨을 찾아서’. LAFCA의 2012년도 베스트 시상만찬은 2013년 1월12일 센추리시티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서 열린다.
한편 뉴욕 영화비평가 서클이 뽑은 2012년도 주요 부문 베스트는 다음과 같다.
*작품-‘제로 다크 서티’ *감독-캐스린 비글로 *각본-‘링컨’ *남우주연-대니얼 데이-루이스(‘링컨’) *여우주연-레이철 바이스(‘깊고 푸른 밤’) *여우조연-샐리 필드(‘링컨’) *남우조연-매튜 매코너헤이(‘매직 마이크’ ‘버니’) *촬영-‘제로 다크 서티’ *외국어영화-‘사랑’ *만화영화-‘프랑켄위니’ *기록영화-‘센트럴 팍 화이브’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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