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에 최근 인천 광역시 교육청 소속 초등학교 교사 39명이 2주간 실습차 다녀갔다. 이것은 지난 10월초 인천시 교육청과 훼어팩스 교육청 사이에 체결된 양해각서에 의거해 교육교류의 일환으로 실행된 것이다. 훼어팩스 학군내의 약 140개 초등학교 가운데 교통편을 고려해 가능한 서로 가까이 위치한 초등학교 24개를 선정해 방문교사들을 나누어 배치했다.
훼어팩스로 오기 전에 인천시 교사들은 이미 뉴욕지역의 대학에서 3주간 미국 교육체계와 교수법에 대한 연수를 받고 미국문화도 접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기에 인천시 교사들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교실에서 미국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직접 대하고 훼어팩스 커리큘럼에 맞추어 진행되는 수업의 참관과 참여에 분명 긴장되고 부담이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들이 훼어팩스에 남겨 준 인상과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이들의 연수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인천시 교육청의 정책이 놀라왔다. 물론 거의 만명 가까이되는 교육청 소속 초등교사 중 39명에 불과하지만 지원자들 중 선발된 이들을 6개월간 영어심화교육을 담당할수 있도록 훈련시킨다고 했다. 즉, 6개월 동안 이들은 평소에 맡아 하던 수업을 하지 않고 연수만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6개월의 연수기간중 5주를 미국서 보내는데 2주 동안 훼어팩스 카운티 초등학교에서 실습을 한다는 것이다. 6개월간의 연수기간 동안 모든 비용을 인천시 교육청이 부담한다니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예산에는 이들의 평소 봉급과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에 지불하는 별도의 실습비가 포함되어 있다.
방문교사들은 배치된 초등학교에서 직접 수업을 가르칠 기회도 가졌는데 이를 위한 준비를 한국에서부터 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수업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훼어팩스 카운티의 파트너 선생님들에게도 배움과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비빔밥, 김밥, 그리고 다양한 반찬 등 한국음식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한국인의 식습관을 보고, 한국음식이 일본의 스시나 롤과는 다른 음식이라는 점과 숟가락과 젓가락을 모두 사용하는 한국 식문화를 배웠다. 또한, 인천시 교사들은 단군신화, 주몽, 장화홍련전 등과 같은 한국의 전래동화책을 읽어주고 권선징악 등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한다.
한복을 입고 수업을 한 인천교사들로부터 한국서 가져온 재료를 사용하여 이곳 어린 학생들이 제기를 만드는 것과 제기차기를 배웠다 했다. 또한 한국의 공기놀이가 소개되었고 이것이 미국의 어떤 놀이와 유사한지 비교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준비해 온 다양한 종류의 한지를 이용하여 한복과 한지등(램프)을 만들며 다양한 한복의 종류와 한국공예품의 아름다움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물론 한국문화 소개에 빼 놓을 수 없는 한글의 독창성과 역사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학생들은 간단한 인사말과 본인의 이름을 쓰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수업은 대략 한번에 30-45분 정도 훼어팩스의 ESOL담당 교사와 수업내용에 대한 상의를 거친 후에 실시되었고 해당 반 담임교사들의 입회하에 이루어졌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훼어팩스 교사들은 또한 한국 교사들의 우수성을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 일단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고시 경쟁률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한국 교사들의 우수성은 이 지역 교육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교육과 제자들에 대한 열정과 헌신 또한 이곳 교사들이 인천시 교사들로부터 배울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내년 봄에는 인천시에서 비슷한 숫자의 중, 고등학교 교사들이 같은 연수 프로그램으로 훼어팩스 카운티를 또 다녀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에 항상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단지 이 곳을 방문하는 고국의 교육자들에게 좋은 실습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훼어팩스의 학생들과 교육자들에게도 그 이상 더 좋은 배움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2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앞으로 서로간의 지속된 교류를 약속하는 양 학군 교사들의 아쉬운 작별의 모습, 그리고 한국문화가 소개될 때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는 이 곳의 한인학생들을 생각할 때 이러한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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