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92년 대선에서 3당합당을 하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 김영삼후보의 인터뷰 내용이다. 선거법이 완비되기 전이긴 했지만 충분히 TV토론이 가능하던 시기였지만 단 한 번도 방송국의 TV토론에 응하지 않고 오로지 일방적으로 ‘내 말을 들으시오’ 하면서 자기 말만 하는 TV광고방송만으로 버티다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 사람이 이끌었던 나라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2002년에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의 대선후보 앨 고어의 다소 딱딱하던 분위기에 반해서 공화당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 자유분방한 청바지 스타일의 조지 부시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웠다.
그때 그의 어눌함이나 말실수마저도 귀여움(?)같은 것으로 치부시켜 버리고 플로리다 주의 재검표 논란 속에 겨우 부임을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9.11이 터진다.
사고와 위기의 순간에 그는 수많은 말실수로 ‘Bushis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그런 실수가 얼마나 많았으면 급기야 실수 한 것만을 모아서 마침내 책까지 출간되기에 이른다. 그런 부시를 미국인들은 또 한 번 재선 시켜줬다. 그런 그가 이끌었던 미국의 8년 후가 어떻게 되었는가.
그리고 나서도 집권 공화당은 2008년에 또 집권하고자 나이 많은 존 매캐인의 건강과 이미지를 바꿔보고자 젊고 예쁜 사라 패일린을 부통령 런닝 메이트로 끌어들인다.
패일린이 외교분야 지원연설을 한다. ‘우리는 당연히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지속해야 한다.’ 실수할 것이 따로 있지, 대체로 이들에게서는 부정확한 단어나 어휘를 사용하고, 모르거나 사실관계 여부를 혼동 한다.
자신의 말조차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사석일 수가 없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또 이런 실수는 결정적이고 위기관리가 필요할 때 꼭 터져 나온다는 게 공통된 현상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의 남북회담이 열려 왔다. 그 때마다 북쪽 사람들은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현장에서 결정하지를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을 ‘꼭두각시’라고 했다. 물론 현장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수시보고, 중간보고, 긴급보고 등을 해야겠지만 유연성과 결정권이 없는 협상테이블이 성과를 내 놓기가 힘든 이유가 이것이다.
반면에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스스로는 어떤 결정도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이다. 대통령이 어떤 긴급사안에 대하여 자기 혼자서는 도저히 결정을 내놓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것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굉장히 불행한 일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시험이 있다면 내가 대통령이 된다.’
같은 92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찬종후보가 했던 말이다. 고시 3과를 합격했던 매우 특출한 사람이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똑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보통국민들의 수준도 안 되는 사람에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맡긴다는 것은 곤란하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추운 날 지지자들만 모아 놓고 몇 마디하고 몇 사람 손잡아보고 하는 선거운동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게 한국의 정치 수준인가.
TV토론 첫날 시청률이 34%였다니 거의 1천만 명이 90분간 동시에 그걸 봤다. 현장 유세한다고 추운데서 잘 들리지도 않는 말, 고작 1천여 명에게 자기이야기만 하는 것과 비교를 좀 해 보자.
TV토론은 국민을 섬기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보라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다. 이렇게 추운 날 안방에 계신 유권자와 국민을 찾아가는 아주 쉬운 방법은 공중파 방송사에서 그토록 요청하는 TV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 케네디와 닉슨간에 했던 TV토론이 최초였다. 갈수록 TV토론을 발전시켜왔다. 한국대선도 97년 54회, 02년 27회, 07년 11회가 열렸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선 15일전까지 단 한 차례도 열 수가 없었다.
그 후 TV토론이 두 차례 열렸다. 보고 읽든 동문서답을 하든, 뭔가 국민들이 사진액자 쳐다보는 것보다는 한결 낫다. 이걸 몰랐을 리가 없었을 것이고, 물론 변함없이 국민들을 무시하고, 무시당해도 싸다고 생각할 것이다.
2012 한국대선의 TV토론 3회는 결과가 어떻든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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