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나 자신도 노령자가 되었지만 노인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예전엔 노망이 들었다고 표현하곤 했었지만 치매 현상은 심각하다. 자기 아들 딸을 보면서도 “누구시더라”고 묻는 정도의 사람이 집값, 아파트비 등 생활비 지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나마 배우자가 생존해 있으면 그럭저럭 꾸려갈 수 있지만 독거노인이나 두 사람 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불구가 된 경우 특단의 조처가 불가피해진다. 법원을 통해 보호자를 임명해서 보호자가 재정상의 결정과 심지어는 건강 문제 결정도 처리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
50주라서 각 주마다 법이 다르고 때로는 군마다도 관행이 다르지만 메릴랜드에서는 어떤 사람이 육체적 또는 정신적 상황 때문에 재정 문제나 자기 자신의 의료 선택 결정을 할 수 없으니까 보호인 임명을 허락하게 해달라는 청원서가 순회 법원에 제출됨으로써 절차가 시작된다. 보호인 신청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우선 순위에 따라 임명된다.
1) 불구가 된 당사자가 16세 이상일 때 지정해 놓은 사람이나 회사 및 대행 기관 2) 불구자의 배우자 3) 불구자의 부모 4) 불구자를 돌보는 사람이 지명하는 사람이나 회사 5) 사망한 부모의 유언장에 의해 지명된 사람이나 회사 6) 그의 자녀들 7) 만약 불구자가 죽었다면 그의 유산 상속자가 되었을 성인들(그밖에도 몇 더 있지만 생략함). 또 불구자 즉 피보호자의 주치의를 포함한 의사 두 사람의 진단서가 신청 요건 중 하나이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법원에서는 피보호자의 변호인을 임명해서 진상을 조사하여 보고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재판 또는 청문회에서 피보호자의 권익을 돌보도록 한다. 그 변호사의 수수료는 피보호자의 재산에서 지불된다. 히어링 결과 보호자 임명이 되면 보호자는 피보호자의 재산과 신병에 관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법원에 상세한 출납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하는 일인지라 때로는 보호자가 자신의 수수료로 부당한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된 버지니아주의 한 사건도 그렇다. 제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CIA 직원으로 은퇴한 드라클리치란 80대 중반의 노인이 뇌졸중에 걸린데다가 부인은 기억상실증이 있었으니 맥클린에 있는 집관리가 엉망일 것은 당연하다. 그 두 노인의 자녀들은 부모의 보호자가 되기를 꺼려했기 때문에 판사는 NMP란 법률회사를 보호자로 임명했다. NMP는 그 두 노인의 신병과 70여만불에 달하는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NMP 로펌은 개 라이센스를 갱신한다든지 집안의 상자를 정리하는 데도 한 시간에 125불씩을 청구하는 등 과도하게 보호자 비용을 챙겨 썼기 때문에 그 노인들의 자녀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800불어치의 가재도구를 공매 처분하는데 6,300불을 청구했으며 또 다른 피보호자의 경우에는 4,000불짜리 자동차를 처분하는데 1,800불을 요구한 것이 법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드라클리치 가족들은 NMP의 청구액들이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한편 NMP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반론을 편다. 그중 황당한 것으로는 드라클리치의 딸 중 한사람이 NMP의 수수료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수수료로 NMP는 드라클리치의 계좌에서 975불을 찾아갔다는 사실이다. 배관공을 부른다든지 DMV 웹사이트에 나온 인포메이션을 찾아보는데도 한 시간 당 105불씩을 청구해서 챙긴 것도 밝혀졌다. 드라클리치의 자녀들이 훼어팩스 카운티 순회법원의 결산 커미셔너(Commissioner of Accounts)에 불평을 제기한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NMP에 대한 불평은 다른 피보호자들의 가족들로부터도 제기되었기 때문에 커미셔너는 조사 결과 7건의 사건에 있어서 NMP가 22만9,000불을 환불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바 4만6,000불은 드라클리치 가족에게 그리하라는 것이었다. NMP 커미셔너의 명령에 불복하여 순회법원에 상고했지만 순회법원 판사는 커미셔너의 결정을 대부분 추인했기 때문에 NMP에서는 버지니아 대법원에 상고 중이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상고로 올라오는 사건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골라서 하기 때문에 두고 볼 일이다.
노인들의 문제 특히 노망증이나 중병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문제가 크나 큰 개인 가정들의 문제이자 사회의 문제다. 미국에서도 19세기 말엽까지는 핵가족이 아니라 3대까지도 한 집안에서 사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공업화, 근대화 그리고 도시화 현상은 핵가족 제도를 정착시켰다.
또 20세기에는 쇼셜시큐리티나 메디케어 등의 사회복지제도 도입으로 노인들의 돌봄이 각 가정에서 국가 또는 지역사회의 관심사로 옮겨졌다. 양로원과 종생원이라는 슬픔의 정거장도 때로는 3,000 마일 거리의 타주에 사는 자식들이 1년에 한 번 오면 효자 소리를 들을 정도의 예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예외는 항상 있어서 노환이나 병환에 시달리는 80대 부모들을 잘 모시고 사는 60대와 50대도 드물게나마 발견되어 칭찬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그래니 파드(Granny Pod)란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여러 가지 건강상 문제가 있는 80대 과부가 독립심은 있어서 딸의 가족과 같이 살기는 싫어하기 때문에 딸 집 뒷마당에 12만5,000불짜리 첨단 기술로 고안된 별채를 놓고 본채와 연결시켜 갖가지 모니터로 할머니가 도움이 필요한가를 손녀딸들이 체크할 수 있게 하여 혼자 거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대한 기사였다. 사실 양로원에 들어가거나 생활 보조원들이 가끔 와서 돌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에 들어가더라도 그 비용이 엄청 나서 그래니 파드가 감당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결혼식은 한 두 번이면 장례식은 빈번하게 참석해야 하는 나이라서 특히 종생원에 가서 보고 온 분이 이틀이내에 숨을 거두는 현실 앞에서 많은 잡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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