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고 박력 있고 흥미진진한 서부영화 중의 서부영화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1960·사진)이 다시 만들어진다. MGM은 최근 비교적 신인인 닉 피졸라토에게 영화의 각본을 의뢰 했는데 탐 크루즈가 주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크루즈의 첫 웨스턴이다.
일본의 거장 아키라 쿠로사와의 칼부림 영화 ‘7인의 사무라이’의 리메이크인 ‘황야의 7인’은 산적들에게 시달리는 멕시코 깡촌 농민들을 위해 껌값 정도 밖에 안 되는 돈을 받고 70여명은 됨직한 산적들과 대결하는 총알이 콩 튀듯 하는 7인의 건맨들의 액션영화다.
감독은 ‘O.K. 목장의 결투’와 ‘건힐의 마지막 열차’ 등 웨스턴을 잘 만든 존 스터지스로 영화의 재미의 정수는 각기 개성이 뚜렷한 앙상블 캐스트의 남성적인 매력과 연기에 있다. 율 브린너,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 브래드 덱스터 및 독일의 젊은 배우 호르스트 북홀츠 등이 7인의 건맨이고 성격파 배우 일라이 월랙이 금이빨을 한 간악한 산적 두목 칼베로로 나온다.
당시만 해도 브린너와 매퀸만이 유명했고 나머지는 모두 거의 무명씨이다시피 했는데 이들은 모두 이 영화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당시 매퀸보다 훨씬 스타 파워가 강했던 브린너는 매퀸이 자기를 제치고 스크린을 점령하려고 해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고 한다.
쿠로사와는 이 영화의 원작인 ‘7인의 사무라이’를 자신의 ‘일본판 웨스턴’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그와 웨스턴 명장인 스터지스는 서로 번갈아 가며 영향을 주고받은 셈이다. 쿠로사와는 ‘황야의 7인’을 보고 좋아해 만족의 뜻으로 스터지스에게 일본도를 선사했다.
그런데 쿠로사와의 다른 영화들인 ‘라쇼몬’과 ‘요짐보’ 및 ‘숨겨진 성채’ 등도 역시 각기 웨스턴 ‘난폭’과 ‘황야의 무법자’ 그리고 ‘스타워즈’(우주 웨스턴) 등으로 리메이크 됐다.
멕시코의 한 농촌의 빈농들은 1년에도 몇 차례씩 마을에 나타나 식량과 재물을 약탈해 가는 산적 떼를 견디다 못해 미국인 건맨들을 고용키로 결정, 3인의 대표를 미 멕시코 접경마을로 파견한다.
이어 이들은 7인의 건맨들을 하나씩 고용하는데 보수는 숙식과 푼돈 몇 푼. 그런데도 건맨들은 정의감 때문에 멕시코로 향한다. 사실 총 쏘는 것이 생활인 이들은 뭐 특별히 다른 할 일도 없다. 영화 첫 부분에서 브린너와 매퀸 등 7인이 소개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으로 남성미 물씬 풍기는 산전수전 다 겪은 서부 사나이들의 쓴맛 다시는 듯한 표정이 일품이다.
모두 다 말수가 적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과묵한 사람이 칼 잘 쓰는 브릿 역의 제임스 코번. 그는 영화 내내 달랑 20여단어만 말하지만 팬들에게 짙은 잔영을 남긴 연기를 한다.
7인은 농민들을 훈련시켜 일단 마을을 습격한 산적들을 퇴치하나 되돌아온 산적들에 의해 체포된다. 그러나 칼베로는 7인으로부터 총을 회수한 뒤 이들을 마을에서 쫓아내는 큰 잘못을 저지른다. 7인의 건맨은 서부 사나이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마을로 돌아와 산적들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다. 여기서 세 명만이 살아남는다.
스터지스는 그의 다른 영화 ‘블랙록의 흉일’과 ‘대탈주’(역시 스티브 매퀸 주연)에서처럼 나무랄 데 없는 앙상블 캐스트를 모아 그들 각자 자신의 페이스대로 연기토록 해 기막힌 남성적인 연기를 끌어냈다. 나는 지금도 이 영화가 고전영화 채널에서 방영되면 TV 앞에 꼼짝 달싹 않고 앉아 본다. 약골인 나의 취약성을 건맨들의 우람찬 남성미로 대체 만족시키면서.
영화는 멕시코에서 찍었는데 비평가의 호평과 함께 빅히트 했다.
‘황야의 7인’은 여러 편의 속편과 함께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졌지만 그 어느 것도 원작의 탁월함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또 다른 멋있는 것이 엘머 번스틴의 음악이다. 7인의 건맨이 대형 화면을 가로 지르면서 말을 달리는 오프닝 크레딧 장면을 타고 흘러나오는 속도감 있고 강건하고 의기양양한 음악이 없었더라면 영화의 박진감이 훨씬 감소되었을 것이다. “탄탄타란 탄다탄다란 타란 타라라란” 하며 리드미칼하게 출렁이는 음악이 영화의 모양새와 성격을 뚜렷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 음악은 번스틴이 잘 아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의 발레곡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나는 지난 2003년 1월 번스틴을 LA 영화비평가협회가 마련한 2002년도 각 부문 베스트 시상만찬에서 만났었다. ‘파 프롬 헤븐’으로 베스트 작곡가로 선정된 그는 백발 단구에 인자한 인상이었는데 작곡 비결을 묻는 내게 “특별한 비결은 없고 그저 처음부터 영화에 직접 개입해 영화 만드는 사람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고 말했었다. 번스틴은 그로부터 1년 뒤 82세로 사망했다. 그런데 과연 건맨 크루즈와 건맨 브린너의 대결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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