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즈 아 커밍, 코리안즈 아 커밍.” 한국인 영화감독 삼총사의 할리웃 데뷔작이 2013년에 모두 미국서 개봉된다. 할리웃은 옛날부터 재주 있는 해외 감독들을 불러다 영화를 만들게 했지만 한 나라 세 감독의 데뷔작이 모두 같은 해에 개봉되기는 할리웃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제일 먼저 2013년 1월17일에 개봉되는 영화는 김지운의 액션영화 ‘라스트 스탠드’(The Last Stand). 아놀드 슈워제네거(사진 오른 쪽, 옆이 김 감독)가 주연하는 영화는 FBI로부터 도주하는 마약딜러 두목과 그의 졸개들을 맞아 마지막 결전을 치르는 한적한 미 멕시코 접경 마을의 나이 먹은 셰리프의 이야기다.
‘달콤한 인생’과 ‘악마를 보았다’ 등을 만든 재기가 뛰어난 김지운은 최근 아시안으로서는 최초로 독립영화 관계자들의 모임인 미 영화인조합이 다른 영화인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주는 감독을 표창하는 ‘차세대 감독상’을 받아 할리웃에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혔다.
김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매 장르는 각기 다른 영화적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한 연예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통역을 통해 영화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신경을 바짝 세우는 바람에 오히려 한국어가 다른 배우들과의 소통에 도움이 됐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2013년 3월1일에는 박찬욱의 심리공포 스릴러이자 가족 드라마인 ‘스토커’(Stoker)가 개봉된다. 니콜 키드만, 미아 와시코우스카 및 매튜 굿이 나오는 영화는 최근 아버지를 잃은 딸과 그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가 사는 집에 딸의 삼촌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어둡고 괴이한 영화. 딸은 정체불명의 삼촌을 수상히 여기면서도 그에게 이끌린다는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한데 키드만이 사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찍었다.
기자는 지난달 ‘페이퍼보이’ 기자회견 때 키드만을 만났는데 그 때 키드만은 박 감독에 대해 “그는 절대적 장인으로 그와 일한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는 영어는 못했지만 연기란 뉘앙스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시선과 아이디어로 교감할 수 있었다”면서 “박 감독은 철저하고 주도면밀한 사람으로 매 장면과 단어 하나 그리고 매 뉘앙스가 전부 사전에 준비된 것이었다”고 치하했었다.
나는 박 감독이 지난 2009년 영화 ‘박쥐’의 미 개봉에 맞춰 LA에 왔을 때 만났었다. 그는 그 때 “나의 단골 주제는 죄와 구원”이라면서 “죄와 구원 그 자체보다 죄를 짓고 구원을 받고자 하는 노력 자체의 숭고함과 그 과정의 어려움을 말하고 싶다”고 피력했었다. 그는 이어 “내가 죽기 전에 상업영화의 본향인 할리웃에서 단 한 편이라도 만들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제 그의 꿈이 마침내 이뤄졌다.
박 감독은 최근 한 연예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들과 달리 미국 관객들은 자막이 있는 영화를 꺼려하는데 바로 그 점이 내가 영어로 영화를 만들고자 한 동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후반기에 개봉될 봉준호의 ‘설국열차’(Snow Piercer)는 프랑스 사이-파이 그래픽 노블이 원작. 박찬욱이 제작에 참여하고 봉 감독이 공동으로 각본을 쓴 영화는 기후 재앙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빙하대륙을 달리는 노아의 방주격인 열차 안에서의 생존투쟁을 그린 스릴러다.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에드 해리스 및 송강호 등 국제 올스타 캐스트인데 스윈튼과 일부 배우는 봉 감독의 작품이어서 기꺼이 출연에 응했다는 후문이다.
나는 봉 감독이 지난 2010년 ‘마더’의 미국 홍보차 LA에 왔을 때와 이듬해 김혜자씨가 ‘마더’로 LA 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시상만찬에서 만난 적이 있다. 스릴러 전문인 봉 감독은 그 때 이미 ‘설국열차’의 작품 구상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영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설국열차’는 나의 필생의 역작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스릴러 각본이 많이 온다”면서 “그러나 나는 장르를 선택하면서도 그 것을 정석대로 따르기보다는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었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한국과 미국을 무대로 한 한영 이중어로 된 영화를 구상 중이다.
서로 상대방의 팬들이자 친구지간인 세 감독의 할리웃 동시 진출은 그들의 탁월한 재능의 공통된 산물인 영화들과 함께 한국 영화에 대한 점증하는 세계적 인정이 뒷받침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 영화는 김기덕과 이창동과 홍상수 때문에 유럽에서는 미국보다 먼저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박찬욱은 ‘올드보이’와 ‘박쥐’로 모두 칸영화제서 상을 받았으니 미국과 유럽이 함께 알아주는 감독이 됐다.
아직 한 번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한국 영화가 이들로 인해 수상 후보에 오르고 또 최종 영예를 거머쥐기를 기대해 봄직도 하다. 그래서 지금 올 베니스영화제서 ‘피에타’로 대상을 받은 김기덕은 LA를 방문, 맹렬한 오스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나는 지난 4일 오스카 캠페인을 위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구면인 김기덕과 긴 대화 끝에 끌어안고 격려해줬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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