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is just the evidence of life. If your life is burning well, poetry is just the ash.
시(詩)란 그저 삶의 증거일 뿐이다. 그대의 삶이 잘 타고 있다면 시(詩)란 그저 재(災)일 뿐이다.
굵고 낮은 저음으로 단아한 목소리를 내며 천천히 시를 읽듯 노래하는 음유시인 레오나르드 코헨(Leonard Cohen). 머지않아 80세가 되는 그 분이 여전히 구성진 목소리로 물 흐르듯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 “I Am Your Man”을 듣습니다. 1988년에 나온 노래 “I Am Your Man”은 2005년 필름 “Leonard Cohen: I’m Your Man”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멋진 히트곡이 됩니다.
If you want a lover / I’ll do anything you ask me to / And if you want another kind of love / I’ll wear a mask for you
만약 그대가 연인을 원한다면 / 난 당신 하라는대로 뭐든 할테요 / 만약 뭔가 다른 사랑을 원하신다면 / 난 당신을 위해 가면을 하나 쓸 겁니다
If you want a partner / Take my hand / Or if you want to strike me down in anger / Here I stand / I’m your man.
만약 그대가 동반자를 원하신다면/ 내 손을 잡아요 / 아니고 그저 화를 내며 나를 때려 누이고 싶다면 / 난 여기 이렇게 서 있을게요 / 난 당신의 남자랍니다.
이렇게 단순한 싯말을,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읽듯 중얼대듯 노래하는 레오나르드 코헨 . 올해 78세의 코헨이 중절모를 쓰고 조용히 읊는 노래. 단순한 멜로디 같지만 후렴에 이르면 오직 코헨의 코헨다운 읊조림만으로 겨우 가능한 녹록치 않은 가사와 선율이 잔잔하게 계속 이어집니다.
Poetry is just the evidence of life. If your life is burning well, poetry is just the ash.
시(詩)란 그저 삶의 증거일 뿐이다. 그대의 삶이 잘 타고 있다면 시(詩)란 그저 재(災)일 뿐이다.
1934년 출생 캐나다 출신 싱어 송라이터, 시인/소설가이자 한 소식 전하는 눈 밝은 선객(禪客) 레오나르드 코헨. 20세기 말을 풍미했던 미국의 음유시인 밥 딜런과 폴 사이먼에 필적하는 이 노익장 가수는 오늘도 지구촌 여러 곳에 그 분 특유의 운율과 메시지를 나르는 중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2년 9월, 그 분의 생애를 조감하는 자서전이 출판되었답니다. 제목은, 물론 “I Am Your Man.”
“Suzanne,” “Bird on the Wire” 그리고 “Hallelujah”같은 명곡 뒤의 이야기. “Beautiful Losers,” “Book of Mercy”같은 소설을 써낸 사람 코헨의 인생 얘기가 빼곡하게 채워진 장장 576쪽 자서전 “I Am Your Man.” 아마존 닷컴에 걸린 이 신간의 소갯말은 “섹스, 종교, 권력, 의미, 사랑 등을 폭넓게 노래한 음유시인” 코헨을 우리 동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있는 예술가들 반열에 올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헨은 복잡하고 일견 모순된 삶의 소유자로도 그려지고 있습니다. 신심 깊은 유태인이면서 동시에 세련된 바람둥이, 거기에 덧붙여 “Ordinary Silence” (평범한 침묵)이란 법호를 가진 불자 코헨. 전혀 평범하지 않은 그의 삶과 그의 불명(佛名) 또한 ‘비범하게 평범한 사람’ 레오나르드 코헨의 당당한 모순 중 하나가 아닐까요?
“티벳 사자(死者)의 서(書)(The Tibetan Book of the Dead)”가 두 편의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제작된 걸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다큐의 내레이션을 깔끔하고 감동적으로 읊어준 사람 또한 레오나르드 코헨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코헨이 아닌 다른 서양 불자, 예컨대 리차드 기어가 내레이션을 맡았다면 과연 그런 감동이 일었을까 자문해봅니다.
Poetry is just the evidence of life. If your life is burning well, poetry is just the ash.
시(詩)란 그저 삶의 증거일 뿐이다. 그대의 삶이 잘 타고 있다면 시(詩)란 그저 재(災)일 뿐이다.
시(詩)와 노랫말의 연원은 인생이랍니다. 삶의 증거가 시란 거죠. 우리의 삶이 진하게 연소되는 중에 그 재로 남는 것, 그게 바로 시요 노래라 말하는 음유시인 가수 레오나르드 코헨. 이제 곧 팔순에 드는 당당한 바람둥이 선객 코헨. 과연 이런 분이 내 조국 대한민국 땅에서도 자생할 수 있을런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한반도 어느 구석에도 이런 음유시인 가수들이 그 분들만의 재(災)를 조용히 간직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최정화 샌호제 주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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