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앞을 가로 막으면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한다. 벽 앞에 맥없이 주저앉거나 벽을 뛰어넘을 시도를 한다. 때로 벽은 도전할 엄두도 못 낼 만큼 높고 강고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뛰어넘는 위대한 영혼들이 있다. 그들의 불굴의 정신이 있어 인류는 진화하고 발전한다.
요즘 전 세계는 두 건의 위대한 도전 앞에서 열광하고 감동한다. 하나는 인류사상 최초의 초음속 낙하. 오스트리아의 극한스포츠 선수 펠릭스 바움가르트너(43)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그는 헬륨기구에 연결된 캡슐을 타고 장장 2시간 반이나 하늘로 올라가 지상 24마일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도전을 감행했다. 한국의 63빌딩 157개를 쌓아올린 높이이다.
우주의 경계인 성층권에 도달해 캡슐 문을 열자 발 아래로 푸르스름한 지구가 보이고 머리 위로는 암흑뿐인 우주가 펼쳐졌다고 한다. 공포감에 웬만한 사람은 서있기도 어려울 상황이다. 아득히 높은 그곳에 서보니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겠다는 말을 한 후 그는 뛰어내렸다. 영원과도 같은 9분여의 낙하였다.
일견 무모해 보이는 이 도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우주복, 낙하산 등 첨단장비에 실 오라기만한 틈만 있어도 그는 우주 한가운데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알프스 산기슭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높이’에 매료되었다. 높이 더 높이 올라가며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도전하는 데 그는 삶의 의미를 두고 있다. 그것이 그가 사는 방식이다.
아울러 이번 도전은 과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초음속 자유낙하’에는 천문학적 돈이 투입되었다. 후원사가 이처럼 막대한 기금을 투자한 데는 과학적 실험의 목적이 있었다. 앞으로 우주 여행시대에 대비해 우주복과 낙하산 등 장비의 성능을 확인하고 음속돌파 같은 상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바움가르트너의 도전정신 덕분에 인류는 우주여행 시대로 가는 길을 한 발짝 앞당겼다.
초음속 낙하가 물리적 장벽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15)는 관념의 장벽에 도전한 주인공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율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하라’ ‘여성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 죄로 그는 탈레반 암살대원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 9일 머리와 목에 총탄을 맞은 소녀는 영국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이제 겨우 의식을 회복했다.
맑은 미소를 띠며 딱 부러지는 영어로 또박또박 주장을 펼치는 말랄라는 갓 씻어낸 무처럼 싱싱하고 총명한 소녀이다. 그의 고향 스와트 밸리의 비운이 어린 그를 진주처럼 단단하고 영글게 만들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00마일 떨어진 스와트 밸리는 아프가니스탄 접경의 산악지역이다. 자연풍광이 아름다워 신혼여행지로 인기 높던 그곳을 2007년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세속주의와 서방문화를 척결한다며 극단적 가부장 정책을 펼쳤다. 여학생의 교육을 금지하고 학교들을 폭파했으며 여성들의 외출을 제한하고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공개 처형했다.
2009년 파키스탄 정부군이 탈레반을 몰아내면서 평화가 찾아온 듯 했지만 탈레반 게릴라들이 계속 출몰해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측에 협조하는 지역 지도자들이나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여성운동가들이 살해되고 말랄라가 이번에 그 표적이 되었다.
말랄라가 어른도 맞서기 어려운 상황에 용감하게 도전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 자후딘은 여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온 그 지역의 대표적 사회운동가이다.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그는 여성이 동등하게 교육 받고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코란의 바른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똑똑하고 당당한 딸을 자랑으로 여기는 아버지 밑에서 소녀는 11살 때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2009년 BBC의 요청으로 탈레반 치하의 삶을 익명으로 블로그에 올렸고 이후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인터뷰에 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파키스탄, 인도는 물론 제3세계에서 여성의 교육기회는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말랄라는 여성교육을 위한 ‘순교자’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피습사건이 소녀들의 교육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벽 앞에서 주저앉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면 이런 위대한 도전자들에게서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 깨어있는 사람들, 사는 듯이 사는 사람들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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