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한국의 스타 배두나는 자신의 할리웃 데뷔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26일 개봉)를 찍으면서 시종일관 꿈 속 여정을 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동그란 얼굴에 사슴 눈을 한 33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귀여운 소녀 같은 모습의 배두나(사진)는 할리웃 진출이 너무나 신난다는 듯이 인터뷰 내내 자신 있고 분명하게 말하면서도 흥분을 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앤디와 라나 와초우스키 감독과 톰 티크바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클라우드 아
틀라스’는 환생과 시공을 초월한 인간 경험의 총체를 6개의 얘기로 다룬 철학적이요 서사적인 다양한 장르의 작품. 여기서 2014년 독재국가 한국의 네오서울의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된 웨이트리스 손미-451로 나오는 배두나를 지난 13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서 만났다.
배두나는 영화의 메시지인 “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돼 있으며 또 현재의 우리의 행동은 미래에 물결효과를 가져 온다”는 신탁과 같은 말을 하는 중요한 역을 맡고 있다. 배두나도 “어떻게 해서 중요한 대사는 내가 다 맡게 됐는지 난 정말 운이 좋다”고 기뻐했다. 이병헌과 비의 할리웃 데뷔보다 훨씬 무게 있는 역이다.
배두나의 할리웃 진출은 ‘공기 인형’ ‘괴물’ ‘복수는 나의 것’ 등 자기 영화를 본 와초우스키 감독의 초청에 의해 실현됐다. 배두나는 “작년에 와초우스키 감독님에게 오디션 테입을 보낼 때만해도 그냥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캐스팅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독님이라고 존칭을 써 부르는 와초우스키 감독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하는 일을 확실히 아는 사람들로 “내가 울면 그들도 우는 배우와 영적 교감을 하는 감독들”이라고 치하했다.
배두나는 명랑하고 솔직하며 또 겸손하고 꾸밈이 없어 인터뷰하기가 즐거웠는데 공연한 할리웃 스타들에 대해서 “거품이 없더라”면서 “그들의 검소와 실속 있는 태도에 감탄을 했다”고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 그녀는 탐 행스는 한국의 안성기처럼 영화 촬영 중 기둥이 되어 일을 원활히 진행시켰고 할리 베리는 사랑을 퍼 주는 착한 여자이고 휴 그랜트는 냉소적인 농담을 잘 하더라고 인물평을 했다. 배두나는 평소 자기가 좋아하던 그랜트와 함께 연기를 하면서 “내가 뭔데 여기서 저 사람과 함께 연기를 하나”며 꿈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에 200쪽짜리 영어 각본을 받고 읽기 시작했을 때 내용이 너무 어려워 한글로 번역된 데이빗 미첼이 쓴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고서야 각본 내용을 깨달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6개의 얘기 중 하나로 배두나와 그의 진짜 사람인 애인 장해주(짐 스터지스)가 독재체제에 대항해 싸우는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 에피소드의 무대인 네오서울에는 한글 간판이 많이 나오는데 배두나는 한글이 틀린 것이 있으면 반드시 고쳐 놓았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연기를 하면서 잘 우는 배우라고 한다. 그래서 장해주가 정부군에 의해 살해된 뒤 기록 보관인 앞에서 자기 과거를 얘기하는 중에도 장해주 이름만 나오면 눈물이 마구 쏟아져 NG를 여러 번 냈다고 한다. 나는 “진짜 배우네요”라고 한 마디했다.
배두나는 스터지스와의 나체정사 장면에 대해서 “부끄럽고 창피하지요”라면서도 그러나 예전과 달리 이젠 배우로서 나체에 대한 두려움과 벽을 뚫어야 한다는 결심이 서 “의연하고 창피 안 한 척 할 수 있다”면서 웃었다. 그런데 “짐 스터지스는 폐쇄 세트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풀지 못한 듯 와인을 거푸 마시더라”고 귀띔해 주었다.
장해주가 그리워 운 것처럼 진짜로 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배두나는 “그렇다”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눈물도 흘리고 가슴이 아파서 쓰다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영화에서 정지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배두나의 모습이 가슴을 쓰라리게 만드는데 행스와 와초우스키도 그녀의 연기를 극구 칭찬했다. 행스는 “두나 배는 영화의 심장이다. 그녀의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칭찬했다. 와초우스키는 “우리는 두나 배를 정말로 좋아한다”고 행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아직 에이전트는 없지만 할리웃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는 배두나는 이 영화 때문에 시작한 영어공부를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영국에서 영어공부 한다고 알려줬다.
배두나는 오는 24일 LA의 프리미어에 참석한 뒤 오는 30일 러시아에 이어 독일에 가서 감독과 공연 배우들과 함께 영화 홍보활동을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배두나와 악수를 하면서 “할리웃의 빅 스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격려했더니 “고맙습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hi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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