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버지니아주 샬로츠빌에서 있었던 한 결혼식에 다녀왔다. 나와 같이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있는 라이언 맥켈빈의 결혼이었다. 맥켈빈 교육위원은 작년 11월 선거에서 나와 같이 당선되었는데 버지니아주의 최연소 교육위원이다. 이제 겨우 26세이니 말이다.
맥켈빈 교육위원은 작년에 당선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광역후보로 출마하면서 민주당에 공식지지 신청을 했었다. 지금까지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정당의 지지 없이 당선된 교육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당의 지지를 얻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광역교육위원 자리가 셋뿐이어서 민주당이 공식 지지해 줄 수 있는 후보는 셋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그런데 맥켈빈 후보는 그 지지를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본인에게는 실망스러웠겠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그 때까지 자신을 밀어 주었던 후원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깨끗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얼마 안가 민주당 지지를 얻었던 한 후보가 중도에 하차했다. 민주당이 다른 후보를 추가 지지 결정해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때 맥켈빈 후보가 유력한 다른 경쟁자를 단 한 표 차로 이기면서 민주당 지지를 얻어내고 그 여세를 몰아 본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그런데 그의 결혼식에 베스트 맨으로 어느 노신사 한 분이 지팡이를 든채로 서 있었다. 바로 아버지 맥켈빈이었다. 나와는 구면이었지만 아버지가 베스트 맨으로 결혼식 내내 아들 옆에 서 있을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아버지 아들 사이이기도 했지만 이제 7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존하면서도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자랑스러움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 맥켈빈은 현재 훼어팩스 카운티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8학년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러니 교육위원인 아들이 아버지의 상관인 셈이다. 이제 가르친지 10년이 지났다니 60대 중반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중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하게 된 동기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 맥켈빈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왔다가 교장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서 였다고 한다. 아버지 맥켈빈이 과거에 대학에서 교수로 오래동안 가르쳤었다는 것을 안 교장 선생님이 권유했고 그 것을 받아들여 대체교사로 우선 2년 정도 있다가 그 후 정식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 맥켈빈은 사실 1961년부터 교직을 시작했다. 처음엔 고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한 여자대학으로 옮겼고, 그리고 나중에는 사우스 캐롤라니아 주립대학에서 정교수로서 재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9년에 카터 행정부 당시 정부공문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정비하는 일을 맡아 워싱톤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대학 강단을 떠났다. 그 후 20년 동안 정부와 공용방송에 관계된 일을 하다가 1999년에 은퇴했다. 그러나 자신은 은퇴해 그냥 가만히 있을 성격의 소유자가 못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가르치는 것을 즐겨했고, 특히 학생들의 작문 능력에 유달리 관심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선생님이 학교를 졸업하고 맨 처음 시작한 일이 신문발행이었으니 말이다. 저널리스트로서 항상 글을 써 왔고 그래서 지금도 본인이 1978년부터 약 8년간 어느 한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썼던 약 800편의 글들을 영어 클래스에서 가끔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아버지 맥켈빈 선생님에게 1990년 처음으로 심장마비가 있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의 백투 스쿨 나잇에서 학부모님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심장마비가 다시 찾아 왔다. 다행히 학부모들 앞에서 쓰러지진 않고 앰뷸런스에 연락해 병원으로 달려가 심장 우회 수술을 받았다. 그 후 12주간의 회복기간을 거쳐 학교로 다시 복귀할 때 담당의사가 ‘당신은 13-14세의 학생들과 맞추어 활발하게 활동하니 굳이 따로 재활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 선생님이 오늘의 중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학생들 모두에게 각자 자신만이 소유하고 있는 장점들이 있는데 자신감을 갖고 개발해 나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그 관심이 과해 자녀들의 자신감에 훼손이 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 했다. 1960년대에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에 비해 요즈음 부모들에게서 자녀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것을 너무 자주 본다고 했다.
결혼식장에서 나란히 서 있던 아버지와 아들 멕켈빈의 마냥 아름답고 부러운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둘의 교육에 대한 헌신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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