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리 가는 향‘트러플’ 세계서 가장 비싼 버섯
▶ 버섯의 종류와 특성
가을의 느낌은 버섯과 많이 닮았다.
색감과 모양 때문인지 버섯은 뭐랄까, 패션에 비유하자면 부엌의 가을 액세서리 같은 느낌을 주는 식재료다. 핸드백과 구두처럼 종류가 다양하며, 특이하고 예쁜 모양 때문에 아름다운 음식 연출도 가능해 분위기 전환에 제격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재료인 트러플이 버섯 패밀리에 포함되어서 인지 양송이버섯조차도 헤프게 보이지 않는 느낌도 있다. 모양, 색감, 향기, 맛 모두 잔잔한 가을 인사를 건네는 듯한 버섯의 세계로 떠나보자.
고깔에 레이스 모양 모렐
황금색 또는 주황색 샨테렐
이탈리아 대표 버섯 포치니
향과 맛 뛰어난 고급 식재료
토양과 자연의 원시적인 모습을 많이 닮은 버섯은 동서양의 것이 무척 다르다.
모양과 종류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며 웬만해서는 섞이지 않는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쉽게 가져와 베낄 수 없는 독창적인 느낌이 있어 만약 프렌치 요리에 만가닥 버섯으로 가니시를 한다면 그쪽 문화에서는 획기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몇 해 전 부숑(Bouchon, 토머스 켈러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던 중, 단면을 자른 새송이 버섯에 촘촘한 그릴 자국을 내서 양고기 요리에 곁들인 것을 보고 외국인 친구들이 탄성을 지르던 생각이 난다. 반대로 소고기버섯국에 표고가 아닌 이탈리아산 포치니를 넣었다면 완전히 다른 맛의 음식이 탄생해 호불호가 갈리며 급하게 라면을 끓여야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마켓에는 ‘예쁜’ 버섯을 선보이는 ‘혹토’(Hokto Kinoko Company) 브랜드의 제품이 인기가 많다. 4~5년 전부터 갑자기 버섯의 새 시대를 열었다 할 만큼 깔끔한 포장과 ‘100% 유기농’ 문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제품으로 남가주 칼스배드 인근의 샌마르코스(San Marcos)에 위치한 혹토 키노코 컴퍼니의 생산품이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큰 버섯기업으로 본토에서는 1964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며 지난 2006년 캘리포니아 지점을 설립해 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향과 맛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특성이 없는 갈색과 흰색의 만가닥, 새송이, 느타리버섯이 있다. 표고와 송이버섯은 시애틀과 캐나다에서 대량 재배되는데 점점 품질이 좋아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가 주요 버섯 생산지역이다.
미국마켓에서는 보다 자연스러운 형태의 유럽식 버섯을 구입할 수 있으나 여전히 고메 푸드로 분류돼 아는 사람만 요리하고 먹는 식재료라는 인식이 많다. 양송이는 소스, 수프, 볶음 등 몇 가지 요리법으로 사용되고, 크리미니(cremini), 포토벨로(portobello) 정도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종류다. 그밖에 고깔에 레이스처럼 그물모양이 있는 모렐(morel), 황금색이나 주황색의 샨테렐(Chanterelle), 이탈리아 버섯의 대표 격인 포치니(Porcini), 표고버섯 시타케(shitake)를 생이나 마른 것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고급 식재료로 분류된다.
다른 채소는 건조시키면 향과 맛을 잃는 반면 버섯은 말릴수록 향이 짙어지고 맛과 질감도 향상된다. 버섯이 가지고 있는 글루타민산은 천연조미료로서 감칠맛을 낸다. 요리할 때 마른 버섯을 불린 물은 버리지 않고 사용하고, 먹지 않는 기둥도 보관하였다가 국물 내는데 사용하면 깊은 맛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수많은 버섯 종류가 있는데, 몇 가지 가장 많이 사용되어 유명하면서도 향과 맛이 뛰어난 버섯의 종류와 특성을 알아보자.
‘시타케’로 불리는 표고, 국물내기 최고
이탈리아산 트러플 g당 220달러 호가도
*포치니
이탈리아어로 ‘새끼돼지’를 의미하는 포치니는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버섯이다. 통통한 기둥에 1~10인치 지름의 갓을 쓰고 작게는 1온스에서 큰 것은 1파운드까지도 무게가 나간다. 모양과 크기도 다양하며 등급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 고소하고 짙은 견과류와 익힌 쇠고기를 섞은 듯한 향이 진하게 나며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다. 이탈리아 외에 캘리포니아에서도 수확되기 때문에 현재 제철에 생버섯으로 구입할 수 있으면 올리브오일을 발라 구워서 소금만 뿌려내도 훌륭하다. 이탈리아 산은 말린 상태로도 많이 판매되고, 수프, 소스, 스터핑 등에 두루 사용하면 버섯 향이 진하게 나는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샨테렐
황금색이나 선명한 주황색을 띤 샨테렐은 북유럽과 미국에서 많이 생산되며, 아시아의 히말라야 등지에서도 발견되는 종류다. 1700년대부터 프렌치 요리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도 식용 버섯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타민 C와 포타슘이 풍부하고, 비타민 D도 충분히 함유하고 있다. 여느 버섯과 마찬가지로 생으로는 먹지 않고, 익혀서 요리했을 때 맛과 향이 풍성하게 살아난다. 간단히 기름에 볶는 방법부터 버터와 크림이 들어간 소스, 수프, 수플레 등에 많이 사용된다.
*표고
미국에서도 일본어로 시타케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표고버섯. 국물내기, 볶음에 많이 사용되는 표고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양의 버섯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고도 등급에 따라 현저한 맛 차이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곳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표고는 한국의 전라도 장흥산 표고의 맛과 향을 따라오지 못한다. 갓 윗부분에 흰색을 띤 ‘백화’와 갓이 갈색이면서도 적당히 갈라져 흰색을 드러내는 ‘화고’를 최상급품으로 친다. 고기 대용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미티(meaty)한 질감과 맛, 향기 모두 뛰어나 세계 최고의 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맛있다.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가를 올리고 있다
*트러플
한 번 그 향을 맡으면 헤어나지 못해 트러플의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이 특별한 버섯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음식이다. 역사상 최고가 매입기록은 2007년 이탈리아 피사 인근에서 수확된 1.5kg의 화이트 트러플이 33만달러에 팔린 것으로 1g당 220달러로 계산된다. 미국에서 트러플을 맛본 것으로 트러플 향을 논하기엔 뭐하지만 정말 트러플이 눈곱만큼 첨가된 트러플 솔트나 트러플 오일의 향만이라도 스치듯 맡아보면 그 압도적인 향기에 눈이 커지게 마련이다. 블랙 트러플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 화이트 트러플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피에몬테 지방이 최대 산지이며, 인공재배가 어려운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을 최고로 친다. 가격 역시 블랙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난다. 블랙도 귀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인공재배 되는 것은 크기가 작고 향이 약하다는 평가다.
*모렐
모렐은 봄에 수확하는 버섯이다. 갓이 좁고 길며 레이스 같은 그물 모양이 하고 있는 형태와 질감이 특색 있으며, 표고버섯 정도의 향을 지녔다. 셰리식초를 곁들인 크림소스에 특히 잘 어울리고 완두콩과 파바빈(Fava bean)과 함께 요리하면 맛있다. 스테이크나 생선요리에 사이드로 곁들이면 모양만으로도 훌륭하다. 기름에 슬쩍 볶아서 굵은 소금을 뿌려도 좋다.
간단한 버섯요리 레서피
#머시룸 크림 라구(Mushroom Ragu)
▶재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4컵, 큰 양파 1개 다진 것, 마늘 2쪽 곱게 다진 것, 몇가지 버섯 1파운드 작게 썬 것(크림이니, 표고, 샨테렐, 포치니 등), 소금과 후추 약간씩, 마살라(Marsala)와인 1/2컵, 치킨 브로스 2컵, 헤비크림 1/3컵, 베이즐 잎 5장, 이탈리안 플랫 리프 파슬리 다진 것 1/4컵, 파마산 치즈 간 것 3/4컵 (마살라 와인-이탈리아 시실리 산 주정강화 와인으로 포트와인으로 대체해도 된다)
▶만들기
1. 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가열한다.
2. 기름이 충분히 뜨거워지면 양파를 넣고 8분 정도 볶는다.
3. 2에 버섯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한다. 센 불로 올려서 버섯이 완전히 부드러워지고,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볶는다.
4. 마살라 와인을 붓고 다시 와인이 졸아들 때까지 약 3분 정도 가열해 끓인다.
5. 치킨 브로스를 붓고 불을 줄여 30분 정도 졸인다.
6. 헤비크림을 넣고 섞은 다음 베이즐과 파슬리를 넣고 파마산 치즈를 넣어 섞는다.
7. 간을 보고 소금과 후추로 가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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