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에서는 과음하지 않는 것이 음주의 기본 예절
브랜디는 양조주인 과실주를 증류해서 만든다. 주로 포도주가 사용되기 때문에 포도주의 증류주라고도 한다. 못해도 80 proof정도의 강도를 갖는다. 증류 후 2년에서 8년 정도 숙성을 한다. 포도주를 증류해서 숙성한 것이기 때문에 향기가 좋고 맛이 있다. 그래서 브랜디를 ‘마시는 향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주로 식후에 한잔 마시는 술인데, 브랜디 중 ‘코니액 (cognac)’이라는 것이 있다. 브랜디를 ‘브랜디’라고 호칭하는 것 보다는 ‘코니액’이라고 호칭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이다. 코니액이라는 말은 질이 뛰어난 포도 브랜디를 많이 만드는 프랑스 포도산지의 이름이다.
코니액은 실은 네델란드인(Dutch)이 만들어낸 술이다. 친구들끼리 식사를 하고 식대를 각자 계산하는 것을 ‘닷찌스타일(Dutch Treat 또는 Dutch Style)’이라고도 한다. 유럽에서 닷찌는 짜기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장사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들로 알려져 있었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를 영국에 가져다 파는 중개상인에 닷찌가 많았는데, 이중 어떤 닷찌가 묘안을 연구해 냈다. 포도주를 그대로 운반하려면 양이 너무 많아서 수송비 부담이 크므로 프랑스 현지에서 일단 증류주로 만들어 양을 줄이고 영국에 갖고가 물을 타서 다시 포도주로 환원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코니액 지방에서 다량의 포도주를 증류해서 영국으로 가지고 갔는데, 영국의 수입업자가 그 술의 맛을 보고서는 물을 타서 포도주로 환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대로의 맛도 상당이 좋으니 그대로 코니액이라는 이름으로 팔자고 의견이 모아져 시중에서 대인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막대한 운반비 때문에 이문이 적은 포도주보다는 포도주의 증류주를 ‘코니액’이라는 이름으로 생산해서 영국을 비롯하여 다른 여러 유럽 국가에 많이 수출하게 되었다.
우리는 술을 마실 때 무엇인가를 같이 먹는 것으로 알고 잇다. 소주, 청주, 양주, 막걸리 등 술을 냉수나 커피를 마시듯이 아무 안주도 없이 마시는 것은 사실 몸에도 좋지 않다. 안주라는 말을 한문으로는 按酒라고 쓴다. ‘안’자는 ‘책상 안’자이고 주는 ‘술 주’자이다. 술을 바치는 상이라는 뜻이다. 그 상에 술과 먹을 것을 차리기 때문에 ‘안주’하면 술과 같이 먹는 음식이라는 말이 된 것이다. 또한 술상을 ‘주안상(酒按床)’이라고도 한다. 안주라는 말을 거꾸로 해놓은 말이다. 역시 술을 놓는 상이라는 뜻인데 제대로 된 주안상에는 육포나 어포, 전, 찜류, 신선로, 김치 등 상당한 요리를 차린다. 술에는 안주를 곁들이는 것은 우리 뿐만 아니고 우리의 인접국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따르고 있는 주법이다.
요란하게 주안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주에는 불고기, 청주(정종)에는 오뎅이나 생선회, 약주에는 전이나 빈대떡 정도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텁텁하고 도수가 약한 막걸리를 마셔도 김치 한조각 정도는 씹어야 직성이 풀린다. 술은 안주와 함께 마시는 것이라는 개념 때문인지 동양에서는 술에다 가미를 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습관이 있다. 스트레이트로 마셔야 그 다음에 먹는 음식 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와는 다른 식의 주법을 발전시켜 왔다. 술은 음료로서 그 자체의 맛으로 마신다는 식의 기본개념이다. 그리고 프랑스나 독일, 이태리 등 유럽 여러 국가의 물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술을 물 대신 마시던 습관이 있으며, 술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서 술을 일상음료로 마시는 습관을 길러왔다. 술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고 술을 지배하면서 살아 왔으므로 술에 취해서 주정을 한다거나 사고를 치는 일이 극히 적다. 그대신 서양에는 알콜 중독자가 많다. 알콜중독자 역시 술을 마셔야 하는 중독이지만 주정하고는 거리가 멀다. 맥주나 포도주, 그리고 사과로 만든 과주가 물을 대치하던 술들이다. 특히 사과로 빚은 술은 사이다(cidar)라고 해서 알콜 함량 5%정도이니 물 대신의 음료로 적격이었다. 불어로는 ‘씨도오르’라고 발음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수도물 정수기술이 발달되었고 배수도 광범위하게 그리고 원만하며 또 수송편이 좋아서 알프스산에서 채취하는 자연수가 유럽 각지에 범람하고 있으므로 알콜을 음료수 대신 마시던 습관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양조주는 가볍게 마시는 음료라는 개념이 아직 살아있다.
필자는 70년도초 한국과 네델란드 회사가 합작해서 추진하던 사업의 요원으로 자주 상대방 네델란드 본사에 가서 일을 보았는데, 거기서 놀란 것은 사무실마다 중간크기의 냉장고가 서류 캐비넷과 더불어 나란히 비치되어 있는 것이었는데, 알고보니 그 안에는 맥주와 병물, 탄산음료(soft drink) 종류가 들어 있었다. 근무시간에는 주로 물이나 탄산음료만 마시지만 오후 늦게 해가 지기 시작하면 맥주를 꺼내서 마시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책상 위에는 맥주병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이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는 단연코 그 유명한 네델란드의 명주 Heineken Lager 맥주였다. 동행한 우리측 직원이 “저 맥주는 상당히 고급맥주이고 값나가는 것인데…”라고 하다가 “아, 여기가 네델란드지” 라고 해서 모두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서 필자는 서양과 동양의 술문화 차이를 절감했다. 한국에서 주류업을 하는 회사는 모르겠지만 일반 회사에서 대낮부터 책상 위에 맥주병을 놓고 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지 않은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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