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둘째의 학교로부터 편지를 하나 받았다. 내가 보낸 수표를 경리 직원의 실수로 두 번 입금시킨 것 같으니 내 은행구좌를 잘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같은 수표를 두 번 입금시킬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내 은행에 알아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같은 수표가 두 번 결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사실 아직도 정확하게 누가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 모르나 ACH(Automated Clearing House) 지불(payments)이라는 전산 은행거래와 수표를 다루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즉, 학교 측에서 수표를 일단 전산 은행거래 방식으로 입금시킨 후 담당자가 실수로 수표를 은행에 가지고 가서 같은 수표를 다시 한 번 입금시켰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 중에 전산 은행거래 방식으로 입금시킬 때 수표 번호 앞에 ‘0’이 하나 추가되었고 나중에 같은 수표가 다시 은행에 직접 입금되었을 때 해당 수표 번호가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되면서 은행에서 복수 입금 여부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설명이었지만 전자 결재가 활성화된 요즘엔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일이 실수가 아닌 고의로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표발행자가 은행구좌 명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그냥 모르고 넘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과 더불어 또한 최근에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경제사범을 담당하는 경찰 책임자로부터 들었던 실제 범죄 사건들은 나로 하여금 평소보다 좀 더 이러한 일에 신경을 써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 경찰 책임자는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의 하나로 다른 곳에 보내는 우편물을 우체부가 수거해 갈 수 있도록 집 앞의 우체통에 넣어두는 것을 지적했다. 이런 우편물은 쉽게 도난의 대상이 되는데 만일 우편물 중에 수표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수표 아래 부분에 있는 은행 이름과 구좌번호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빈 수표에 다시 옮겨 위조수표를 만들어 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좀 귀찮기는 하겠지만 수표를 우편물로 보낼 때에는 아무나 열어볼 수 있는 집 앞의 개인 우체통을 사용하지 말고 근처 우체국까지 직접 가서 부치든지 아니면 직장이나 사업체에서 다른 우편물들과 함께 섞어서 보내라고 한다.
그리고 일단 제 삼자에게 주었던 수표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 이미 전산 입금이 되었을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라고 한다. 즉, 예를 들어 물건 값으로 수표를 받아 나간 사람이 바로 다시 돌아와 사정상 수표보다는 현금으로 달라고 할 때 잠깐 사이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 전산 입금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은행에 해당 수표의 결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했다. 물론 수표 수취인과의 인간적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내려야 할 결정이겠으나 수표의 액수에 따라 현명한 판단이 요구될 때가 있다는 조언이다.
크레딧 카드 사용에도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크레딧 카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담긴 부분은 카드 앞면의 각인된 부분이 아니라 뒷면에 있는 자석띠라고 한다. 즉, 크레딧 카드 회사가 돈을 지불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가 그 곳에 담겨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자석띠를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기계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크레딧 카드가 주인의 손을 잠깐 떠나 있는 사이 자석띠가 이러한 기계에 복사된 후 크레딧 카드와 똑같은 규격의 빈 플라스틱 카드에 다시 복사되어 도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복사 도용된 크레딧 카드는 지하시장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물론 앞면의 각인이 없는 카드이기에 다른 곳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카드의 앞면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자가지불 수퍼마켓이나 주유소의 개스 펌프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도 이 모든 범죄 행위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매달 집으로 오는 은행구좌나 크레딧 카드 명세서를 자세히 점검해 보는 것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지불하지 않았거나 액수가 달라진 수표 혹은 크레딧 카드 거래가 보일 때는 바로 신고를 해야 한다. 은행구좌나 크레딧 카드 모두 이러한 책임을 법적으로 은행구좌 주인과 카드 주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수표의 경우 30일 안에 은행구좌 점검을 제대로 안 해 막을 수 있었던 동종 범죄의 재발 때 입게 되는 손실은 은행에서 법적 책임이 없다. 크레딧 카드의 경우에도 50달러 이하의 손실로 막을 수 있는 피해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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