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채 안되는 사이에 세 명의 본보 칼럼니스트가 각기 한국식 술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칼럼에서 다루어 필자는 각별한 흥미를 갖고 탐독을 했다. 세분 모두 한국식 술문화에서 간과(看過)할 수 없는 취중(醉中) 문제를 다루었는데, 참으로 유익한 내용이었다.
필자도 젊어서는 남 못지않게 마셨는데, 특히 6.25전투 중과 그 직후에는 양조장도 제대로 된 곳이 없어서 대부분의 술이 밀주 아니면 비정상적으로 빚어낸 술들이라 잘못 마시면 두통 등 후유증이 심해서 고생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뭔지도 모르는 그런 술을 거의 매일 무작정 마시다시피 하고도 생명을 유지한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술은 잘 마시면 약이 되고 잘못 마시면 독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음주 매너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재래적인 음주 풍습은 도수가 낮은‘양조주’를 주로 마시던 시대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독한‘증류주’를 많이 마시는 현대생활에는 적합하지가 않다.
독한 술도 여전히 구습에 따라 주량을 참작치 않고 마구 마시다 보니 취기가 빨리 돌아 만취가 되어 뒷감당을 못할 선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옛날부터 독한‘증류주’를 많이 마셨고, 음주 매너도 그러한 독한 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본 받을 점이 많다.
주정(酒酊)이라던가, 취중망동, 취중사고에 대한 법의 기본자세도 다르고, 또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미국에서는 술주정꾼을 보기 드믈다. 밤이 되면 걸음을 갈지자로 걸으며 흔들 흔들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되는 한국이나 일본하고는 다르다.
서양 사람들은 술을 즐기기 위해서 마시며 합리적으로 마신다. 취할 때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의 음주법하고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술좌석에 앉으면 본인이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보다는 옆에서 권하는 바람에 마시게 되는 양이 더 많다. 한국 민요에 여러가지의‘권주가’가 있다.
술을 맛있게 많이 마시라고 권하는 노래인데 아마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노래일 것이다. 여러가지 권주가가 있지만 현대 민요식으로 불려오는 권주가 중에서 한 토막을 음미해 보자.
“(1절) 만수산 만수동에 만수봉이 있더이다, 그 물로 빛은 술은 만년주라 하더이다. 이 술을 잡수시오면 만수무강 하오리다. (2절)은잔금잔 다 그만두고 앵무배에 술을 부어, 첫째잔은 불로주요 둘째잔은 장생주라, 석잔을 다시 권하니 만수무강 하옵소서 (3절)잡으시요 받으시요 이 술 한잔을 받으시요, 이 술은 술이 아니라 먹고 노자는 경배주요, 이 술을 잡수시오면 만수무강 하오리다.”
위 권주가에서도 많이 마시고 만수무강하라는 것인데,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한국 술좌석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많이 마시자는 주의이다. 좌석에 늦게 도착한 사람한테는 벌주라고 해서 한잔 또는 두 서너잔, 노래를 교대로 부르며 흥을 돋우는데, 한곡조 뽑지 않으면 그것도 벌주로 다스린다.
한국에서 취기를 고조하는 또하나의 미덕(악습)은 술잔의 교환이다. 자기 술잔을 비우고는 옆이나 앞사람에게 잔을 주며 그잔을 채워 주면서 다 마시라고 권하는 것이다. 몇사람하고 잔을 교환하다 보면 만취가 되기 쉽다. 이것이 한국의 주도이며 이 주도를 어기면 남자가 아니라는 식의 문화였다.
지금은 어떻게 변하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미덕(악습)의 흔적은 아직 남아 있으리라 여긴다. 그래서 한국 술문화가 화제에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를 술이라고 한다. 술은 생활 필수품은 아니지만 우리 일상생활과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대중음료이다. 술을 애음하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라도 술에 관한 지식은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나 자신은 마시지 않더라도 술을 마시는 장소에 참여하여야 하고, 술을 대접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술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술에 관한 지식은 신사 숙녀의 기본 요건이라고까지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
알코올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술의 알코올은‘에칠 알코올 (ethyl alcohol)’ 이다. 에칠 알코올은 인체에 무해 무독한 알코올이다. 에칠 알코올은 당분에 미생물의 일종인 효모(yeast)를 작용시켜서 만든다. 양조에 사용되는 효모는 saccaromycetes라는 효모이다.
당분과 효모를 혼합하면 효모는 당분을 섭취하여 그것을 알코올과 탄산개스(carbon dioxide gas)로 분해하며 거기서 생기는 에너지로 번식을 한다.
당분에 효모를 가해서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과정을‘발효 (fermentation)’라고 한다. 발효에 의해서 생기는 탄산가스는 공기 중으로 도망 가고 알코올만 발효된 액체에 남게 된다. 즉 술이 되는 것이다.
포도나 사과, 사탕수수 등은 당분을 함유하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효모만 가하면 곧 술이 된다. 곡식이나 감자 고구마 같은 전분류로도 술을 많이 만드는데, 이때는 전분을 당분으로 전환을 해서 양조를 한다.
전분에‘다이아스테이즈(diastase)’라는 당화 효소(enzyme)를 가하면 당분으로 변한다. 이 당화 효소는 보리싹(맥아)에 많이 함유 되어 있기 때문에 보리에 습기를 주어 싹을 틔워서 전분과 혼합하면 당분이 된다.
효모의 발효작용은 당분이 다 분해될 때까지 계속되는데 그동안에 알코올의 강도는 대개 15%에서 20%정도 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발효된 술을‘양조주(fermented alcoholic beverage)’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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