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노래를 50년도 넘게 부르다가, 이젠 부르다가 내가 죽을 노래가 될 것 같은 허망한 마음으로 ‘우리의 소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어느 날 문득 이 노래는 언제 누가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 자료조사를 해봤다.
‘우리의 소원’은 1947년에 발표된 노래이며 안석주씨가 가사를 썼고, 그의 아들 안병원씨가 작곡을 했다. 본래 한국방송의 삼일절 특집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으로 발표된 곡이었다. 처음 발표될 때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 / 꿈에도 소원은 독립’ 이라는 가사로 만들어졌는데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남북의 분단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교과서에 노래가 실릴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가사가 바뀌었다고 한다.
해마다 8월이면 생일처럼 맞이하는 8.15 광복절이 언젠가부터 해방의 기쁨보다는 아직도 분단국가인 채로 살아가는 조국생각에 가슴 아프다. 50 여 년 전 국민학교 음악시간에 이 노래를 배우며 분단된 나라에 태어난 최초의 슬픔도 배웠다. 철부지 아이들의 소원이 ‘우리의 소원은 꿈에도 통일’이라고 노래 해야 했던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그 노래를 부르며 자란 세대가 이젠 백발이 되어가는데 통일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노래 가사처럼 앞으로도 계속 ‘통일이여 어서 오라 / 통일이여 오라’고만 하면 통일이 저절로 될까? 아니지 않은가. 더 이상 통일이 오기만을 막연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통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국민 모두가 다 함께 부단히 노력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이 우리와는 크게 달랐으나 독일 통일도 국민적 차원에서 아래로부터의 간절한 염원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분단국가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분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많을까마는 어찌 생각하면 남북한이 통일 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인은 다름아닌 정치가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의 이 모순된 생각이 부디 틀렸기를 바란다.
물론 통일은 시대적 상황과 주변의 내외적 요건이 형성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 스스로 힘을 합쳐 통일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형성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치가들로 하여금 나라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치고 싶은 여건을 이루어가는 것이 분단된 나라에 태어난 국민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연구원에 의하면 많은 한국인들이 빨리 12시가 되기를 소원하는 <통일예측시계>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시계는 통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객관적으로 측정·분석해서 평화통일을 실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적의 통일예측모형이다. 이 시계는 자정(분단)부터 정오(통일) 사이를 나타내는데 크게 합의형 통일시계와 흡수형 통일시계로 구분되어있다. 2011년 통일예측시계는 합의형은 2010년보다 14분 늦어진3시 31분이고 흡수형 통일시계는 10분 빨라진 5시 30분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정치, 경제, 사회, 군사, 국제관계의 모든 여건이 맞아 떨어져야 통일이 된다면 과연 그런 날이 어느 세월에 올까.
나는 통일 전문가도 아니고 정치적 안목이 있는 사람은 더구나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턱 없이 부족하고 더 모르는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하는 심정으로 침묵하는 다수의 입장에서 말할 따름이다.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남북한이 다방면으로 국민적 차원에서 서로 교류를 확대해가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측 가수들이 평양에 가서 공연을 여러 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2005년도에 가수 조용필 씨가 평양에 가서 공연하는 장면의 시작과 끝부분을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엔 남한의 유명 가수를 초청해 놓고도 공연장을 가득 메운 그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굳어 있고 요지부동의 앉음새로 감정의 움직임이 전혀 안 보였다. 그야말로 긴장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공연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나자 얼굴표정들이 서서히 밝아졌다. 나중에는 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서서히 박수도 치며 분위기가 흥겨움으로 바뀌어갔다. 공연이 끝났을 때는 모두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는 감격적인 장면을 보고 또 보면서 ‘아, 통일은 이렇게 해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피차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가면서 정권의 차원이 아닌 한 핏줄을 이어받은 민족회복의 차원에서 부디 조만간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광복절’ 대신 ‘통일절’을 축하하는 그날이 반드시 내 생전에 오기를 염원하며 다시 한번 이 ‘우리의 소원’을 속으로 불러본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 통일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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