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글 하나를 읽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버지니아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의 미국인 선생님 한 분이 한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링크를 올려 놓고 한국어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달라는 것이었다. 뮤직비디오 제목은 “강남 스타일”이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가 현재 2천만이 넘는다. 미국 매스콤에까지 등장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인기에 편승해 이를 패러디한 유사 비디오들도 등장하고 있다. “오빤 홍대 스타일”도 나왔고 대구 사투리로 부르는 “오빠야 대구 스타일”도 있다.
“싸이”라는 한국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는데 내가 평소에 관심을 두던 가수는 아니다. 사실 미국에 온지 제법되는 나는 요즈음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나 노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유행한다는 노래들을 들어도 그다지 큰 감흥을 못 받는다. 그러나 이 뮤직비디오는 달랐다. 가수의 얼굴 표정이나 춤 동작이 코믹하고 흥겨워서 여러번 반복해 들어 보았다.
그런데 박진감 있는 음악이나 현란한 춤보다 나한테는 도대체 과연 무엇을 강남 스타일이라고 하는지가 관심이었다. 강남에 대해 나는 평소에 상반된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한국의 중, 상류층을 대표하는 지역이면서도 초창기의 땅부자 “졸부”에서 시작해 한국 교육의 가장 병폐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대치동 학원가”가 떠오른다. 지적 수준이 한국에서 가장 높으면서도 국가 지도자 산출 지역으로 자리잡기에는 거부감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되는 지역이고 오랜 세월동안 부동산 투자 불패를 자랑하지만 작은 내 집 하나 마련에 어려운 계층에게 소외감을 주어오던 곳, 선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으면서도 기득권 포기와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층의 결집지, 또한 고급 패션을 자랑하지만 이와 같이 늘어나는 소비, 음주, 환락 문화의 중심지라는 퇴폐적인 이미지 등이 나의 마음을 혼란케하는 강남에 대한 대표적인 선입견이다.
그래도 한편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강남 스타일이 과연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기대되었다. 어느 분석가는 이 뮤직비디오에 나온 강남 스타일이 유명 인사인 현빈, 조국, 유재석, 그리고 주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이 연기하는 김도진을 합쳐 놓은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노래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뮤직비디오에 나타난 강남 스타일은 내가 갖고 있던 편견에도 혹은 한국 최고지역이라는 자부심에도 부합되지 않았다. 사상이 울퉁불퉁하다는 부분이 확실하진 않지만 그나마 약간의 신선한 분위기를 제공할 뿐, 겨우 밤에 화끈하게 놀거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뭔가 영악한 정도가 싸나이로 둔갑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대중음악으로부터 표피적인 감흥과 유흥문화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 가사에 “오빤”이 포함되어 있으니 여기에서 나온 스타일이란 남녀의 이성적 관계와 관련된 남자 스타일에 국한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래도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뮤직비디오에서 나는 강남이 내 모국의 자존심으로 자리잡아 주기를 은근히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내놓아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내용이고 누가 강남에 대해 물어 오면 자신있게 얘기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미국 최고 수준의 훼어팩스 카운티 학군을 평소에 강남 8학군 같은 곳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며 강남의 수준을 평가해 왔는데 이 뮤직비디오에 표현된 스타일이라면 나는 강남 스타일 싸나이가 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기이지만 요즈음 이 음악 비디오 외에 나를 더불어 흥분시키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올림픽 축구이다. 한국팀이 비록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게 고배를 들었지만 내일 숙적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한판 승부를 가린다. 물론 이 게임의 승패와 상관 없이 이미 한국팀은 많은 것을 이루었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일본에게는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우리의 피에 흐른다. 꼭 이겨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사무실 문 닫고 동료 변호사, 직원들 모두 함께 보며 응원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오 필승 꼬레아, 오 필승 꼬레아, 오 필승 꼬레아, 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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