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푸드와 에어컨의 공통점? 좀 억지스럽지만 굳이 찾아보자면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번 맛 들리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고, 그래서 장기간 습관적으로 즐기다 보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정크 푸드는 우리 몸에, 에어컨은 우리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지난 2006년 알 고어 전 부통령이 저서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제기한 후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더 할 수 없이 높아졌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그로 인한 온실효과가 지구를 덥게 만들면서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 보통사람들에게 ‘온실효과’나 ‘지구온난화’는 여전히 멀고 추상적이다. 광활한 빙하 위에서 뛰놀아야 할 북극곰이 조막만한 얼음덩이에 몸을 의탁하고 대양의 고아처럼 떠도는 다큐멘터리를 볼 때 잠깐 ‘지구 걱정’이 들 뿐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10대 20대가 정크 푸드 먹으면서 수십년 후의 성인병을 실감할 수 없듯이 우리는 자동차 운전하고 에어컨 켜는 사소한 행동들로 이 거대한 지구를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다. 우리가 둔감한 만큼 환경 전문가들의 경고는 다급해지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연구소 디렉터인 제임스 핸슨은 환경보호 운동의 선구자 중 한사람이다. 기후학자인 그는 이미 지난 1981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발표했다. 근년 그는 특히 목청 높여 온실가스 규제 운동을 펼치는데, 할아버지가 된 것이 그 계기라고 한다. 장차 손주들이 맞을 지구의 모습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보이는 데 “그걸 알면서도 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안했다”는 원망을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지구온난화는 예견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지금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불과 몇십년 후 미서부 지역과 노스다코타, 텍사스 일대는 반영구적 가뭄지대가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리고 어쩌다 비가 오면 극심한 폭우가 되어 홍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3년 5만 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럽의 폭염, 지난 봄 텍사스와 러시아의 폭염 역시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그는 단언한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 피부로 느끼는 현상이다. LA의 기후가 이전 같지 않고, 워싱턴 D.C.나 뉴욕 등 동부는 요즘 이상고온으로 시달리고 있다. 춥든 덥든 비가 오든 … 모든 게 극한으로 가는 것이 요즘의 기후이고 그 원인은 지구온난화라는 것이다.
2050년이면 지구의 인구는 90억에 달할 전망이다. 그 엄청난 인구가 이 지구에서 식량과 식수를 나누며 살아야 한다. 그것은 가능할까. 지금 10대인 우리 아이들이 40·50대가 되는 그때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까. 먼 일이 아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 사이 화씨1.4(섭씨0.8)도 상승했는데 주로 1980년대 이후 올라갔다.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년설이 녹고 가뭄이 심해지면서 물 부족으로 식수가 모자라고 농작물 수확량도 줄어든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섭씨1도 오르면 곡물 수확량은 10% 감소한다. 엄청난 식량난이 뒤따른다.
21세기 지구의 평균기온은 온실가스 방출을 최소화할 경우 화씨 2~5.2도, 그렇지 못할 경우 4.3~11.5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문기관은 전망한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 손자들의 지구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다. 하나를 꼽자면 에어컨을 덜 쓰는 것이다. 에어컨의 냉각제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배 온난화를 초래한다. 이제까지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선진국에서만 써서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신흥부자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가 수십억 창문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가 아니라 ‘발명이 필요의 어머니’이다. 선진국에서 쓰는 발명품을 그들도 쓰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온난화 속도는 빨라지고 기온이 올라가니 더욱 에어컨을 쓰고 그 결과 지구 온도는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이 기다리고 있다.
정크 푸드 중독이 개인적 차원이라면 에어컨 중독은 거의 사회적 차원이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건물마다 에어컨을 너무 틀어서 여름에도 여름옷을 입지 못한다. 무신경하게 누리던 호사 혹은 낭비 -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정리할 때가 되었다.
권 정 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