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에서는 술도 식전, 식중, 식후로 3코스
베풂은 아름다운 것이다. 베풂으로써 기쁨을 얻고, 베풂을 받음으로써 기쁨을 얻는 것이다. 선물은 금전적으로 비싸다고 해서 값있는 것이 아니다. 선물에 담긴 정성이 값인 것이다. 백만 금하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 정성이 들어있지 않으면 그 물건은 한푼의 가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2도 안되는 계란 한 꾸러미라도 거기에 정성이 담겨 있으면 백만 금의 물건과 다를 바 없는 선물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뇌물과 선물은 이러한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우리는 파티에 임할 때 빈손으로 가기가 어려운 때가 많다. 선물에 대한 몇가지 유의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선물에 관한 원칙은 파티 때 뿐만이 아니고 어떠한 때에서나 공통적인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선물은 너무 비싼 것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으며 너무 싼 것도 난처해 보이는 일이다. 막연한 정의지만 적당한 값어치의 것이 좋다. 상식적인 범위라는 뜻이 되겠다.
받아서 상대방이 좋아할 물건을 택해야 한다. 내가 받았다고 생각할 때 좋아할 물건인가? 상대방의 기호, 취미 등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일이다.
형식주의는 피해야 한다. 무엇인가 들고 가야 되기 때문에 아무거나 형식적으로 하나 들고 간다는 식은 피해야 한다. 남한테서 받은 선물 중에서 그리 달갑지 않았던 물건을 재포장해서 들고 나서거나, 쓰려고 샀던 물건 중에서 마음에 안들어 벽장에서 잠자던 물건을 들고 나서는 일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물건은 아무래도 티가 나게 마련이다. 정성이 담긴 물건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또한 선물로 적절치 않은 물건이 있다. 우선 그날 먹지 않으면 상하는 음식이라든가 장신구 등이다. 꽃인 경우는 부케보다는 화분에 심은 화초를 선호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실내 장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기호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도주나 맥주, 위스키 등 주류도 좋지만, 파티에 술이 나오지 않게 되어 있는 경우라던가 주인이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것도 삼가하는 것이 좋다.
선물은 잘 포장하는 것이 좋다. 포장지와 리본의 선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첨부되는 카드에도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선물은 받으면 대개 그 자리에서 펴보고 받은 사람은 갖고 온 사람에게 충분한 인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꼭 필요한 것이었다” 라던가 “요긴하게 쓸 물건이다” 라던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니 잘 먹겠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인사이다. 우리는 원래는 선물을 갖고 온 사람 앞에서는 펴지 않는 습관이 있는데, 서구 사람들은 그 반대다. 혹시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해서 그 자리에서 펴지 못한 경우는 서로 헤어질 때 소중한 선물을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다시 한번 하는 것이 예의이다. 소중한 물건이면 그 다음날 전화로라도 펴본 결과에 대한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
▲술: 서양 사람들의 주도는 우리와는 판이하고 또 술의 종류도 많아서 술에 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파티에 임해야 한다. 한국도 어지간히 술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지만 서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미국 사람들이 개최하는 파티에 처음 참석하면 우선 주법이 생소한 것에서 당황하게 된다. 미국 사람들의 주도에 관해서 그 기본적인 몇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는 술상에 앉게 되면 한가지 술로 일관하는 습관이 있다. 같은 자리에서 여러가지 술을 마시는 것을 ‘짬뽕’이라고 하며 좋아하지 않는다. ‘짬뽕’은 악취의 원인이고 그 다음날 두통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짬뽕’을 풍습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술을 마실 때 반드시 안주를 같이 곁들인다. 주안상을 차려야 한다.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깡술’ 이라고 해서 알코올 중독자들이나 그렇게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안주 없이 마시는 경우가 많다. 안주를 먹는다고 해도 우리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술잔을 주고 받으며 취할 때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술잔을 주고 받는 습관이 없다. 취하는 것보다는 맛에 치중한다. 동서양의 여러가지 상반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주법이다.
서양에서는 식전에 마시는 술, 식사 중에 마시는 술, 식후에 마시는 술이 다르다. 식전에 마시는 술을 ‘아파리티프(Aperitif)’, 식사 중 술을 ‘테이블 와인’, 식후에 마시는 술을 ‘디제스티프(Digestif)’라고 한다. 식전의 술은 식욕을 돋구기 위한 것이고, 식사 중의 술은 음식의 맛을 돋구기 위한 것이며, 식후 술은 소화제이며 식후 환담의 윤활유인 것이다.
식전술로는 칵테일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칵테일은 증류주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독하다. 독한 술을 약간 마심으로써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식욕을 돋군다. 식전 술은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 한 두잔이면 족하다. 많이 마셔서 취하면 식사를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목적에 위배 되는 것이다.
맥주나 와인도 마시지만 예외적이다. 식사 전에 호스트가 무엇을 마시겠냐고 물어보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는 것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예의이다. 흔하지 않은 희귀한 술을 찾아서는 안된다.
반주로서는 와인이 선호된다. 요리에 따라 마시는 와인 종류가 달라진다. 와인 선택은 와인에 대한 상당한 상식이 없으면 힘들다. 호스트의 추천에 따르면 무난하다. 대개 육류에는 빨간 포도주, 생선류에는 흰 포도주가 곁들여지는 것이 상식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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