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숑 555 LA’ 현장
▶ 맛 뛰어난 5종류의 헤리티지 피그 LA 요리사 5명이 펼친 화려한 요리쇼, 코부터 꼬리까지 재료로 ‘황홀한 맛’돼지의 변신
토종이 좋은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훼손되거나 섞이지 않고 오직 하나뿐인 자신만의 특성을 살려 몇 세대에 걸쳐 고유의 유전자를 간직해 전해 내려온 것이기에 나아가서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고유의 특산품을 철저히 보호하고 장려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간 슬로푸드 운동도 그 시작은 멸종위기에 있는 고유의 농수산물 보호에 목적을 두고 출발했다.
그 땅의 흙과 기후에 맞고, 자연에 순응하는 방법으로 고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농수산물을 지켜내야만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패스트푸드 문화에 몰아넣고, 이에 맞는 공급을 위해 농장에 공장식 생산방식을 도입해 자연훼손은 물론이고, 기본 식생활에 위협을 가한 오명을 가지고 있는 이곳 미국에서도 희귀한 토종 가축과 농작물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제임스 비어드(James Beard) 재단이 주최하는‘코숑(Cochon) 555’를 들 수 있다. 코숑은 프랑스어로 돼지를 뜻하며, 555는 5마리의 돼지, 5명의 셰프, 5군데의 와이너리를 뜻한다. 말 그대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5명의 셰프가 각기 한 마리씩 5마리의 돼지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사용해 요리하고, 5군데 와이너리의 와인을 함께 시음하며 참가자들의 투표로 최고의 요리를 선보인 셰프를 뽑는 행사다.
뉴욕, 나파밸리, 멤피스, 포틀랜드, 보스턴, 마이애미, 워싱턴 DC, 시카고, LA, 샌프란시스코까지 미 전국의 10대 도시를 돌며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10개 도시에서 한 명씩 선정된 우승 셰프가 모두 모여 다시 돼지를 요리해 우열을 가리는 흥미진진한 요리 컴피티션이다.
올해의 마지막 그랜드 코숑은 6월17일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리는 푸드 앤 와인 클래식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지난 5월6일 선셋 블러버드의 ‘하우스 오브 블루스’에서 LA의 ‘코숑 555’가 개최되어 많은 푸디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단지 먹고 마시는 행사가 아니라, 좋은 식재료에 대해 배우고, 그 재료를 사용해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셰프들의 열정에 감동하는 시간이었다.
미국의 소규모 농장에서 몇 세대에 걸쳐서 한 가지 ‘종’의 핏줄을 유지하며 친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번식하고 자라온 토종돼지를 헤리티지 피그(heritage pig)라고 하는데, 본 행사에서는 미국 내 헤리티지 피그를 홍보해서 친환경적 축산업자를 돕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맛이 뛰어난 5종류의 헤리티지 피그를 재료로 LA 최고의 요리사 5명이 화려한 요리를 선보였다. 모짜(Mozza)의 셰프 채드 콜비, 포드 필링 스테이션(Ford’s Filling Station)의 벤 포드, 스탠드 하우스(Stand House)의 닐 프레저, 수퍼바 스낵 바(Superba Snack Bar)의 제이슨 니로니, 메제(Mezze)의 카미 웩슬러가 참가했으며, 우승은 포드 필링 스테이션의 벤 포드가 차지했다.
셰프 벤 포드는 바삭한 돼지 귀, 돼지 간 파테, 훈제 돼지고기 타코, 훈제 삼겹살, 독일식 초컬릿 베이컨 케익 등 클래식한 메뉴를 특출 난 솜씨로 요리해 우승 셰프로 선정됐다.
지난해 우승자인 모짜의 셰프 콜비는 5가지의 하우스 메이드 살루미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돼지의 피, 심장, 콩팥, 코, 목살, 머리, 안심, 어깨살 등을 고루 사용해 만들어 짜지 않으면서 여러 부위의 돼지고기의 맛이 잘 어우러지는 신선한 살루미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그밖에도 돼지고기 라구소스, 꼬리 파스타, 블러드 소시지, 라면, 김치를 얹은 반미 샌드위치, 초리조 소시지, 라드(돼지의 순수 지방)로 튀겨낸 츄로 등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상상 속의 메뉴가 모든 총출동한 듯 보였다.
페어팩스 길에 위치한 유기농 전문 정육점 린디 앤 그런디(Lindy & Grundy)의 두 여장부가 출연해 돼지 한 마리를 완벽하게 해체하는 법을 시연하기도 했다.
돼지는 야생에서도 직접 먹잇감을 구해 충분히 생존이 가능한 영리하고 깨끗한 동물이다. 맛은 물론이고 코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없이 알뜰하게 먹을 수 있다. 무분별한 육류 소비를 줄이고 가끔 먹더라도 자연에서 제대로 키워진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취지를 가진 행사들이 많아져서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보다 바르게 이해하고 요리하는 일이 보람 없는 단순노동이 아님을 깨달아 행복한 식탁과 건강한 식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 내 헤리티지 피그의 종류
# 버크셔(Berkshire): 검은 털을 가진 작은 크기의 돼지로 근육과 지방의 균형이 좋고, 고기 맛이 묵직하고 고소하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종류이다. 우리가 많이 먹는 흑돼지가 버크셰어 종이다.
# 레드 와틀(Red Wattle): 뉴올리언스에서 많이 축산되고 있으며 풍부하고 거침없는 돼지고기 맛이 특징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등에서 우승을 많이 차지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크리올(Creole, 미국 남부에 정착한 프랑스나 스페인 정착민의 후예 요리에 가장 적합하다.
# 탐워스(Tamworth): 핑크빛 도는 붉은 털을 가진 탐워스는 날렵하면서 긴 복부를 가지고 있어 맛있는 베이컨 만들기에 가장 좋다. 오븐에서 로스트하거나 소시지를 만들기에도 좋다.
# 햄프셔(Hampshire): 전체적으로 검은 털에 목 주위는 흰색, 다리는 노란색을 띤 돼지다. 가장 지방질이 적은 종류로 적출되는 순수 고기양이 많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종류이다.
# 오사바우(Ossabaw): 조지아 전역의 야생에서 많이 길러지고 있으며, 진화하면서 크기가 작아졌고, 지방질이 두툼하고 검붉은 육질의 고기 맛이 강한 종류이다. 쌀과 콩을 함께 내는 향신료를 듬뿍 쳐 양념을 강하게 익히는 포크로인이 가장 맛있고 질 좋은 베이컨을 만들 수 있다.
# 듀록(Duroc): 검붉은 색의 털을 가진 이 종류는 육질이 촉촉하고 순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 굽거나 미트볼을 만들면 가장 맛있다.
# 맨갈리사(Mangalitsa): 돼지답지 않게 긴 털을 자랑하는 이 종류는 요리업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양질의 새하얀 지방 라드를 얻을 수 있고 파테, 살루미 등을 만드는데 최고다. 파운드에 25달러까지 받을 수 있어서 일반 헤리티지 종류보다도 두 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글 이은영 객원기자>
<사진 Hugh Galdones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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