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쓰는 용어 중에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라는 말들이 있다. 모두 점수가 잘 나오는 경우에 사용하는 이 용어들은 아마도 골프공이 날아가는 모양이 새를 연상시키기에 나온 게 아닌가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그 중에서 알바트로스는 5번에 걸쳐 넣는 홀에서 두 번 만에 공을 넣은 경우를 말하는데 이글보다도 더 좋은 점수를 뜻한다.
내가 알바트로스 새를 직접 보고 알게 된 것은 에콰도르에 속한 갈라파고 군도를 방문한 때였다. 갈라파고 군도는 적도 선상에 있는 섬인데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라서 각종 물고기, 동물, 그리고 특이한 새들로 유명하다.
그 곳에서 알바트로스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새는 지구상에서 날개 길이가 가장 길고, 멀리 나는 새로 알려져 있다. 큰 종류는 7킬로그램이나 되고 그 육중한 몸을 받쳐주는 두 날개를 활짝 펼치면 길이가 무려 3~4미터나 된다고 한다. 여러 대양을 가로지르며 세계를 일주하는 이 새가 50년을 살았을 무렵 비행한 거리는 최소 지구 150바퀴를 돈 거리가 된다. 이 새가 멀리 날 수 있는 비법은 폭풍우를 타고 높이 올라간 다음 양 날개를 곧게 편 채 고정시킨 후 중력을 이용해 수면 쪽으로 하강하면서 긴 파동처럼 비행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새가 폭풍우를 피해가려 애를 쓰지만 알바트로스는 폭풍우를 마주쳐 이겨내며 비행한다.
또 다른 신기한 사실은, 알바트로스는 5세 쯤 되면 짝을 찾기 위한 그 새만의 고유한 춤을 배우기 시작하여 몇 년 동안 연습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몇 년 동안을 다른 새들과 서로 사귀어 본 후 짝을 결정한다. 그 후 결정된 짝과 50~60년 평생을 같이 산다고 하니 인간의 사랑보다 부족하지 않다. 한 번에 알을 하나씩만 낳아 새끼가 나올 때까지 70~80일간 품을 때도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고생을 함께 나눈다고 한다. 또 새끼에게 한 끼를 먹이기 위해 1만5,000km 이상을 날기도 한다니, 자식 사랑을 인간에게서 배운 모양이다.
골프선수들 중에서 알바트로스를 생각나게 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 마친 76회 매스터즈 골프대회에서 버바 왓슨은 33세 나이에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플로리다 농장에서 자란 시골청년인 그는, 여섯 살 때 군인이었던 아버지에게서 골프를 배웠고, 솔방울을 치면서 골프의 재미를 배웠다고 한다. 그 후 정식으로 골프레슨을 받은 적이 없어서인지, 이 선수의 폼은 다른 선수들이 보면 독특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특유의 유연성과 좋은 힘으로 엄청난 장타를 치는 선수로 알려져 있고, 이번에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버바 왓슨은 아버지가 2010년에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삶에는 골프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며 자선활동에 나섰다. 그가 핑크빛 드라이버로 공을 300야드 넘게 날릴 때마다 후원업체인 ‘핑’회사는 300달러씩 암환자를 돕기 위한 기금으로 기부한다. 올해 들어서도 300야드 이상을 200차례 이상 날려 모금해 놓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생후 6주된 사내아이를 입양했다. 버바 왓슨은 아내가 뇌하수체 이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것을 알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입양을 하라고 하시는 것”이라고 아내를 위로하며 한 생명을 입양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인터뷰에서 아들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글썽였다. 효심이 넘치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스터즈의 그린재킷이 돌아간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골프공은 폭풍우를 뚫고 희망을 향해 멀리 날아가는 새와 같다.
살다 보면 우리 일상 가까이에도 알바트로스를 연상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만성병 환자들과 그들을 간호하는 가족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거센 바람을 견뎌내며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내고 있는 분들이다.
그런 이웃들의 손을 잡아드리며, 목이 타는 환자들에게 한 컵의 시원한 물을 건네며, 오랜 고통 속에서 다시 걷게 된 사람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한마디를 해줄 수 있다면, 우리의 웃음은 폭풍우를 타고 멀리멀리 퍼질 것이다.
김홍식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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