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미국에 유학온 해는 1959년인데, 그때 제일 듣기 싫었던 질문은 “당신은 일본 사람입니까?”이다. 일본이 한참 경제대국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이다. 동양 사람이면 무조건 일본 사람이냐고 물어보았던 시대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던지는 질문은 아니고 동양사람인데 귀에 익은 나라 이름이 일본이다 보니까 일단 그렇게 물어보곤 한 것이다. 그래서 일본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다음 질문은 “중국인 입니까”였다. 동양인으로 미국에서 제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민족이 중국인이만치 당연한 순서였다. “아니”라는 대답이 민망해서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남쪽이냐 북쪽이냐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누구나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마련인데, 미국에서는 우선 그 사람의 뿌리인 민족(ethnicity, race)이다. 같은 한국 사람끼리라면 그 사람의 고향이 알고 싶은거나 마찬가지의 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각 민족이 지니는 민족 고유의 특성을 참작하여 상대방의 성향과 의식구조를 추정해 보고 싶다는 저의와, 내가 갖고 있는 특정 민족에 대한 편견을 상대방에게 나타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의 민족적 배경을 알고 싶어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유태인은 상술에 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혹시 상거래를 한다면 이쪽에서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던가, 알마니아 사람들은 터키를 원수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 중에 ‘터키’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등 그 민족의 사전지식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외모와 이름만 보고도 상대방의 출신 민족을 어느 정도 가려낼 줄 아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기초지식만 있으면 대충은 짐작할 수가 있다. 서양 사람들의 이름은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같은 형태로 배열이 된다.
성명 중의 ‘명’에 해당하는 개인명(個人名)이 앞에 오고 ‘성’이 뒤에 온다. 그 중간에 ‘중간 개인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개인명을 첫머리에 오는 것이라고 해서First Name 또는 Forename,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해서 Given Name, 세례명이라고 해서 Christian Name 또는 Baptismal Name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간 개인명을 Middle Name이라고 한다.
성은 가족에게 부쳐지는 이름이라고 해서 Family Name이라고 하는데, 위치로 보아 개인명의 뒤에 붙는다고 해서 Last Name이라고도 한다. Christian Name에 붙는 부수적인 이름이라고 해서 Surname이라고도 한다. Sur라는 말에는 ‘부수적’이라는 뜻도 있다.
동양삼국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뒤에 쓴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에는 성이 없었고 개인명이 이름이었는데 통일신라시대에 당 문화를 도입하면서 당나라의 풍습에 따라 성을 쓰기 시작하였다. 고려시대에 일반화 되기는 하였으나 조선시대에 ‘경국대전(經國大典)’이라는 호적대장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성’이 없는 백성이 전 인구의 70%나 되었다. 참고로 한국에는 현재 249개의 성씨가 있으며 김씨가 전인구의 22%, 이씨가 14%, 박씨가 8%, 최씨가 5%, 정씨가 4.6%로서 이 5가지의 성씨가 전인구의 반을 차지 한다. (2011년 현재)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 은(殷)나라때부터 성명(성씨+개인명)을 이름으로 하였는데 세계에서 제일 먼저 ‘성명’을 갖추어 쓰던 나라이다. 중국에는 23,800개 정도의 성이 있으며 비교적 눈에 자주 띄는 성이 2000개 내지 3000개라고 하며 아주 많은 성이 200개 정도라고 한다. 13억 인구 중에 20개 성이 인구의 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성이 왕(王)씨, 이(李)씨, 장(張)씨 이다.
옛날 일본서는 귀족계급 중에 4개 성씨가 있었으며 평민들은 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1871년(명치 3년) 국민개병(國民皆兵)을 제도화 하면서 평민들에게도 성을 갖게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어 모든 국민이 성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873년에 처음 호적제도가 생기게 되었다.
일본에는 약 30만개 정도의 성씨가 있다. 일본의 성씨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 관가에서 전국적으로 어떤 가족이나 성씨를 가져야 함으로 일정 일자까지 모두 만들라는 하명을 하고 기한이 되어 관원들이 가가호호를 다니면서 새로 만든 ‘성’을 조사하였는데, 국민의 태반이 무학자라 속수무책으로 있는 집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조사 나갔던 관원이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 준 성이 많은데, 예를 들어서 산 아래에 사는 집에 가서는 산 아래에 살고 있으니 ‘야마시다(山下-산아래라는 뜻)’, 산중에 사는 집에 가서는 ‘야마나까(山中-산중이라는 뜻)’, 산동네 집이면 ‘야마무라(山村)-산에 있는 동네라는 뜻’, 산마루턱에 자리한 논밭 근처의 집이면 ‘야마다(山田)-산에 있는 논 이라는 뜻)’, 나무판자로 담을 두른 집에는 ‘이다가끼(板垣)-판자로 둘른 담이라는 뜻’라는 성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일본 성은 지리적 특색, 구조물, 경치 등을 읊은 것이 많다.
유럽인 경우는, 로마시대에 성명을 사용하였으나 로마제국이 망하면서 그 습관도 사라지고 단지 개인명만이 이름으로 사용되어 왔다. 서기 900년경에 북 이탈리아에서 성을 쓰기 시작하였고 1200년경에는 보편화 되었다고 한다. 전 유럽이 합세를 하여 구성하였던 십자군 원정(1096-1270)을 통해서 성을 쓰는 풍습이 다른 유럽 여러 나라에도 전파되게 되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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