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 이전에도 미국 지도자들 중에는 노예 문제가 미국의 큰 멍에라서 해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식민협회(ACS)라는 조직은 1820년부터 좋은 주인들에 의해 개인적으로 해방된 흑인들을 아프리카 서해안에 보내 식민지를 개척하게 했다. 비슷한 조직들도 있어 아프리카의 미시시피 또는 메릴랜드 공화국을 설립했었다. 그렇게 아프리카에 정착한 미국 노예 출신 정착민들이 1847년에 설립한 것이 자유의 땅이라는 의미인 라이베리아공화국이다. 수도 몬로비아는 ACS의 주축이었다가 미국 제5대 대통령이 된 제임스 몬로 이름을 따른 것이다.
말이 공화국이지 정권 주체가 미국 출신 조상을 가진 라이베리아 사람들이었다. 즉 그들의 정당이 지명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곤 했었으니까 원주민들과의 마찰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1980년에 원주민 부족 출신의 특무상사 사무엘 도우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 이하 각료들 및 집권당 중진들을 다 처형시켰다. 소위 민정 이양 이후에 부정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도우를 쫓아내려는 쿠데타 시도가 몇 번 있다가 점점 수세에 몰린 도우 대통령은 체포되어 처형된다. 그후 계속된 내전 때문에 20만명의 국민들이 희생되고 100만명이 피난민이 된 다음 1997년에 게릴라 한 파의 두목이었던 챨스 테일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테일러에 대한 무력항쟁이 끊임이 없다가 그는 사직하고 나이지리아로 망명한 것이 2003년이다. 테일러는 엊그제 2차 대전 이후 최초로 전직 국가원수로서 바로 옆 나라의 게릴라군에게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여 묘사하기도 끔찍한 전쟁 범죄와 반인류적 범죄를 방조(aided and abetted)했다는 죄목으로 유엔 특별 형사 재판정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에라리온이라는 그 가난한 나라는 다이아몬드 원석들이 많다는 저주 아래 있다. 정부를 전복하려는 소위 민족해방군들을 테일러 대통령이 대주는 무기 값을 다이아몬드로 갚아 소위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란 말이 생겨났다.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서는 양민들을 납치해서 노예처럼 혹사시키는 것은 약과였다. 10대 소년들을 잔인한 게릴라 전투병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마약을 먹여 부모와 친척들을 살해하게 했다든지 다이아몬드광에 투입할 노예 일꾼들을 확보하기 위해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을 줄 세워 놓고 양손이나 양팔 또는 발목을 칼로 찌르는 등의 흉악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이고 보면 1990년대 시에라리온의 내전이 얼마나 끔찍했었던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나라의 반란군을 테일러가 직접 지휘하거나 명령했다는 증거는 없었기에 그 죄목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5만여명의 전사자들과 수많은 손과 팔과 입술마저 잘린 피해자들을 게릴라들이 만들어내는 것을 무기와 탄약을 공급함으로써 조장했을 뿐 아니라 여자들을 납치하여 성노예로 만든 데도 간접 참여를 한 것으로 간주되어 테일러는 유죄 판결을 받아 5월30일의 선고일을 남겨두고 있다. 사형제도는 없는 국제 재판이라 아마도 종신형이나 장기형을 받아 그의 여생을 영국의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테일러는 피의 다이아몬드로 벌었을 돈을 얼마나 꼭꼭 잘 숨겨 두었던지 돈이 없다는 핑계로 한 달에 10만불 이상 드는 변호사비를 유엔에서 지불 받아 왔다. 그의 수석 변호사는 테일러가 독립국가의 최고 통치자였으며 옆 나라 반란군의 만행이나 범죄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 지울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팔 잘린 사람들과 집단 성폭행 피해자들이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소재한 법정에 나와 증언한 것이 (여행비 등 경비 보조를 받은 것을 두고) 돈 받고 증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피스라는 그 영국 변호사는 한걸음 더 나가 미국이 니카라과나 (소련 점령 당시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반군을 무기 공급으로 지지했었으니까 그들이 저지른 만행 때문에 미국 정치 지도자들도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제 인권 변호사들 중에는 현 수단 대통령이 국제 형사 재판소의 기소 아래 있는 표준을 적용하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부시도 기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미국이 국제형사 재판소 관련법을 비준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제3국의 전범 재판에 미국 정부 지도자들이 기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고 보면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되는 사람들은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등의 내전에서 패전한 쪽이라서 ‘승자의 정의’라는 지적도 가능하겠다. 전쟁 자체가 적군일망정 사람을 죽이고 무찌른다는 근본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규모 학살, 민간인 학살과 고문 등 전쟁 중의 최악의 발로를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고 하지만 전쟁 자체가 없어지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는 난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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