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제72회 연례 전국교육위원회 연합회(National School Boards Association) 컨퍼런스가 열렸다. 연례 컨퍼런스는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연차적으로 열리는데 올해는 보스턴에서 열렸다. 아직도 경기 회복이 완전히 안 된 상태여서 과거보다는 참석인원이 적었으나 그래도 오천여명이 모였다.
전국적으로 교육위원 숫자는 9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학군 숫자가 1만육천이나 되니 그럴 것이다. 버지니아 주처럼 카운티 혹은 시와 같은 각각의 지자체마다 하나의 학군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뉴저지, 뉴욕 주처럼 한 카운티가 여러 학군으로 나누어져 그 안에 여러 개의 교육위원회들이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인구 비율로 본다면 버지니아 주의 경우 300개 이상의 학군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데 겨우 135개 밖에 없는 것을 볼 때 버지니아 주의 학군 규모가 다른 주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사실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학군 규모는 미국 전체에서 11번째로 크다. 물론 뉴욕시나 엘에이시와 비교하면 작은 학군이지만 그래도 200개 정도의 학교와 십팔만명의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거대한 학군이다. 미국 내 학군들 중에는 초중고교를 모두 합쳐 단 세 개의 학교 밖에 없는 곳도 많다. 그래서 컨퍼런스에 참석해 훼어팩스 학군의 규모를 얘기하면 놀라는 타 지역 교육위원들을 많이 만난다. 타 지역의 교육위원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공통적인 관심도 있지만 각자 처해 있는 상황이 달라 다른 점도 많다.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해 다양한 강의나 워크숍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유명 인사들의 기조연설이다. 이번 학회에서의 세 기조연설자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연설자는 둘째 날의 살만 칸(Salman Khan)씨였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출신의 부모님을 두고 루이지애나 주에서 태어난 칸씨는 MIT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이제 겨우 35세의 젊은 나이인데 2009년에 비영리 칸 아카데미(The Khan Academy)를 만들어 인터넷 비디오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있다. 쉽게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연습으로 풀 수 있는 덧셈, 뺄셈 문제들을 비롯해 고등학교 상급학생들을 돕기 위한 미적분이나 대학교 수준의 물리 문제 등 약 3,000개가량의 학습 비디오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모든 비디오는 무료이며 현재 삼십만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비디오 사용회수가 현재까지 일억사천만 이상이라고 한다. 인터넷 특성상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기에 여러 나라 말로 번역을 해 보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 날 연설 중 몽고의 어린 여학생이 이 비디오로 교육을 받고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이들에게 몽고말로 통역까지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바로 자신의 꿈은 이렇게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누구나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자신이 바로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유튜브(YouTube)에 교육 비디오를 올려놓는 아이디어를 맨 처음 갖게 된 것은 수학과목을 힘들어 했던 사촌 동생을 도와주면서였다고 한다. 그때가 2006년이었다. 장거리 전화와 인터넷 비디오로 공부에 도움을 주었는데 이러한 도움을 받고자 하는 어린 사촌 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모두를 따로 가르치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때 모두가 공통으로 볼 수 있는 레슨을 비디오로 만들어 웹사이트에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사촌 동생들의 좋은 반응에 힘을 얻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규모로 확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 매니저로 있던 직장도 그만 두면서 전적으로 매달렸었는데 빌 게이츠가 이를 듣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한 후 적극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맨 처음 시작할 때는 단 50불의 도움도 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빌 게이츠 재단과 구글로부터는 각각 이백만불의 보조를 받는 등 인정을 받고 있다고 했다. 비디오 학습이 교실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학습을 받는 경우에 비해 정서적 교류가 어렵기 때문에 권장할만한 교육환경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칸씨는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하는 학습은 오히려 교실에서의 인성교육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비디오로 강의를 미리 듣고 오면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일방적인 강의에 보내는 시간을 줄여 보다 많은 시간을 학생들 개개인의 필요에 맞춘 맞춤지도에 쓸 수 있고, 또 학생들 끼리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늘어날 수 있기에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인간적인 교류가 더 향상된다는 것이다.
지난주의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온라인 교육이 버지니아 주에서도 법으로 제정되어 이제 곧 시행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칸씨의 사례는 온라인 교육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단점들에 대한 우려를 많이 불식시켜주고 힘을 북돋아 주는 상쾌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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