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방청객들 중 남자는 모자를 꼭 벗어야 하는 반면 여자는 모자를 쓰고 있어도 된다. 그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국사를 논하는 연방의사당에서도 그렇다. 최근 일리노이주 출신 보비 러시(민주) 하원의원은 플로리다주 샌포드시에서 2월 달에 민간순찰대원의 총격에 희생된 트레이본 마틴이 그 순간에 입고 있었던 머리덮개 달린 상의(Hoody) 비슷한 것을 입고서 인종 편견의 비리에 대한 연설을 하던 중 덮개를 자기 머리에 씌웠다가 견책을 당했다.
1960년대의 민권 투쟁 단체 중 과격파였던 블랙 팬터스(Black Panthers)에 속했었던 허시 의원의 그 같은 행위는 인종 편견에 의한 고정관념으로 후디를 입고 있는 젊은 흑인 청소년들만 보면 범죄자로 단정하고 총부터 쏘고 보는 일부 미국인들의 정신 상태를 규탄한 것이다. 이미 널리 보도된 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7세짜리 트레이본은 자기 어머니이와 이혼하고 걸프렌드와 살고 있는 아버지 집에 왔다가 스키틀이라는 사탕 한 봉지를 사러 가게에 갔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그 때 마침 그 동네의 자원순찰대원인 조지 짐머맨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후디를 쓴 수상스러운 젊은이를 자기가 차로 따라 간다고 하자 경찰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내린 짐머맨이 트레이본에게 다가서자 트레이본이 자기를 때려 길에 쓰러지게 한 다음 계속 공격하려 했기에 총을 쏜 결과 2분 후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트레이본이 숨진 상태였다는 것이 짐머맨의 주장이다. 경찰은 살인죄로 짐머맨을 검찰에 송치하려고 했지만 검찰은 ‘물러서지 말고 방어하라(Stand your Ground Law)’는 플로리다의 법 때문에 그를 풀어준다.
플로리다주의 그 법은 2005년에 통과된 것으로서 그 후 19개 주에서도 그 비슷한 법이 통과되었다. 역사적으로 물론 정당방위권(Right of Self-defense)은 인정되어 왔었다. 즉 누군가가 나를 때려 다치게 하려고 한다면 그에게 맞서서 나 자신을 방어함에 있어서 그에 상당한 폭력을 가한다 해도 나는 법의 처벌을 안 받는다는 것이다. 나를 죽이려고 총을 쏘고자 하는 괴한의 팔을 낚아채다가 그가 죽는다 하더라도 정당방위권 때문에 나는 살인범이 안 된다.
그런데 짐머맨이 의지하고 있는 플로리다의 법은 자기 집과 사업장이나 자동차 속에서만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조차 누군가가 자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자기가 다치게 될 것이라는 그럴싸한 두려움 때문에 반격하다가 상대방이 죽게 되더라도 처벌을 면하게 된다는 것이어서 검찰 연합회 등에서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법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한 사설에 인용된 그 연합회의 2007년도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한다. “그 같은 법의 정신은 시민들이 더욱 안전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겠지만 그 법에 나와 있는 정당방위권의 확대는 다른 사람들 특히 낯선 사람들로부터의 공포감을 조성시킬지도 모른다.” 그 결과 수상스럽다는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는 소수민족 출신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젊은 청소년들 등에게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플로리다주의 탬파 베이 타임스지의 보도를 보면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2005년 전에는 플로리다주에서 매년 평균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의 수가 34건이 있었던 반면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그 법이 통과된 지 2년 후에는 그 수가 100건 이상 되었다는 것이다. 그 같은 법을 통과시킨 다른 주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지적이다.
짐머맨이 사건직후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경찰서로 호송되었을 때의 비디오테입에 의하면 그의 머리, 코나 입술에 하나의 상처도 보이지 않아 트레이본이 폭력을 쓴 결과 그런 비극이 발생했다는 그의 주장이 억지인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플로리다주가 새 검사에게 이 사건의 재조사를 명령한 것이나 연방 법무성이 인종증오범죄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 하겠다. 흑인들만이 아니라 백인들도 후디를 입고 짐머맨의 살인죄목 기소를 통한 정의의 실천을 요구하는 데모들을 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사설로 플로리다와 19개주의 그 같은 법을 폐기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예외를 빼고는 거의 모든 선진국들에서는 개인의 무기 소유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 헌법 개정 제2조에 있는 시민들이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미국 혁명 당시의 상황에서 민병대와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로서 침해될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한 무기의 범람으로 인한 피 흘림은 미국의 병폐로 지속될 것이다. 현재 짐머맨이 숨어서 살 정도로 보복의 위험마저 있고 보면 흑백간의 관계 악화로 치닫는 일을 예방하는 길은 그의 구속 및 공정한 재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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