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방대법원 법정에서 있었던 코이벨 대 로이얼 더치 석유 회사 사건의 쌍방 변호인들의 이론 전개는 보통 사건들과는 달리 외국 정부들도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우방들인 영국, 네덜란드, 독일 정부들이 이 사건에서 쉘 오일의 모회사인 피고를 옹호하는 소위 ‘법정의 친구(Amicus curiae)’로서의 법률 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코이벨 사건은 12명의 나이지리아 시민들이 과거 아바차 독재 정권 시절에 고문을 당하는 등 인권 유린을 당하는 과정에서 쉘 오일 회사가 방조했기 때문에 그 회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사건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원고들이나 피고가 미국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의 독재 정권 시절에 인권을 박탈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최종 결과는 아직 몰라도 미국 법정에 호소할 수 있었던 데에는 1789년에 통과된 외국인들의 불법행위 고소법(Alien Tort Statute: ATS)의 확대된 해석 때문이다.
그 당시의 ATS 입법 취지는 외국 사신들이나 외국인들이 폭행을 당했거나 국제법을 어긴 행위로 피해를 당했을 때 미국 연방 법원에 민사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었단다. 그 법은 200여년 동안 거의 잊히고 있다가 1980년에 인권 전문 변호사들이 어떤 파라과이의 관리가 파라과이 시민을 고문한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하라고 연방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때 사용함으로써 부활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수석 변호사를 지냈던 존 벨린저 3세라는 전문가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 의하면 1990년대에는 피해 원고들의 변호사들이 ATS법을 사용하여 국제법을 어겼다는 근거로 다국적 기업들을 고소하기 시작했단다. 59개 기업에 대한 120건 이상의 사건들이 제기되었다는 통계이다. 예를 들면 콜롬비아의 준 군사조직에 의한 살인을 방조했다는 코카콜라, 인도네시아 군부에 의한 인권 유린을 도왔다는 엑손 모빌, 남아연방의 인종 격리 정책을 도왔다는 제너럴 모터스, 중국 정부와 가입자의 신상 정보를 공유했다고 비난 받은 야후 등이 있다. 벨린저 변호사는 ATS에 근거한 사건들 중 판결까지 이른 것은 몇 안 되지만 대부분은 몇 년씩 끌어왔으며 몇 회사들은 오래 지속되는 동시에 평판이 망가지는 소송 전개에 응하기 보다는 법정 밖의 타결을 보았다고 지적한다.
코이벨 사건 자체는 뉴욕 소재 제2연방 공소법원에서 국제법은 원고들의 피해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근거에서 원고들에게 패소를 선고한 것을 대법원에 상고한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의 법무부는 대법원에 법률 각서를 제출하여 대법원이 그 공소 법원의 판결을 뒤엎어야 된다고 주장함으로써 위에 언급한 미국의 가까운 우방 세 나라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현재 인권 존중에 있어서는 미국 보다 못하지 않은 그 세 나라들이 제출한 법률 각서에는 외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건들에 ATS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국제법의 위반이라는 이론이 전개된다.
벨린저 변호사는 피고 쉘 회사의 입장을 지지하는 몇 회사들의 ‘법정의 친구’로서의 법률 각서를 대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에 물론 피고의 승소를 바라는 게 당연하다는 단순 논리를 떠나 오바마 행정부 입장이 대법원에 의해 채택되는 경우의 후환에 대한 그의 우려에는 귀를 기울일 만하다.
만약 외국 정부들이 그들의 법정에서 미국의 국제법 위반이라고 간주되는 사항들, 예를 들면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등지에서 무인비행기에 의해 살상을 당한 무고한 피해자들이 무인 비행기 제조회사들에 대한 고소 사건을 권장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어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789년에 통과된 ATS법을 1992년에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고문 피해자 보호법(이하 보호법)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보호법은 외국 정부 관리들이 외국에서 피해자를 고문했거나 죽게 한 경우 피해자나 피해자의 유가족이 고문을 한 관리들을 상대로 연방법원에서 피해 보상 민사소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이나 사망자들의 유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온 경우 허용하는 것이겠지만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미국 법원이 재판하여 고소장에 대한 답장조차 않고 재판 사실 자체를 무시하는 외국 관리들에게 피해 보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그 법이 국제법상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래도 보호법은 의회의 의도가 분명한 반면 ATS를 채택한 18세기말 당시의 연방의원들의 의도를 짐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법 채택 이전의 의원들이 토의가 속기록으로 남아 있거나 몇 의원들의 자서전이나 전기에 그 법의 채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라도 있기 전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ATS법은 미국과 전혀 관련이 없는 외국의 피해자가 미국 법정에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피해 보상 소송을 할 수 있게 허락한다고 확대해석하는 경우 많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대법원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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