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광선이 내려쬐고 가뭄이 들어서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무더운 여름에 식물들은 바싹 말라 버리고 그 뿌리는 매일 굳어 말라가는 흙 속에서 습기를 찾고 또 찾듯이 나도 그 식물의 뿌리처럼 골똘히 무언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을까 찾고 갈망해 왔었다. 그러던 참에 지인으로부터 사람이 살아갈 때에 지혜롭게 상대방과 더불어 가는 삶의 길을 제시해 주는 참 된 요소가 담긴 어떠한 이야기를 보내 주셨다. 나를 자각할 만한 좋은 매체였다.
그것은 태조 이성계와 무학 대사의 한 일화였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이전부터 무학 대사와 인연이 깊었다고 한다. 그래서 태조는 왕이 된 이후에도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무학 대사를 찾아 가곤 했다. 그런데 태조는 은근히 농담으로 “스님은 꼭 돼지 같이 생겼습니다”라고 말 하니 무학 대사는 웃으면서 “대왕께서는 부처님처럼 생겼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이어서 이성계가 하는 말이 “저는 스님을 돼지에 비유 했는데 어찌 스님께서는 제가 부처님처럼 생겼다고 칭찬 하십니까?” 이에 무학 대사는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입니다.”
태조 이성계와 무학 대사 사이의 대화에는 자신의 의견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저울질 하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 같은 뜻이 담겨져 있다. 살아오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 나 역시 내 기준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평가절하 한 적이 다반사였다. 남과 여를 불문하고 나는 처음 사람을 만나거나 소개를 받았을 때 상대방의 품성이나 인격을 먼저 보는 게 아니라 우선 나는 이렇게 묻곤 했다 “고향은 어디냐? 부모님은 다 계시냐? 학벌은 어디까지인가? 또는 부모님의 직업은 무엇이냐?” 등을 물어 보는 게 나의 습관처럼 여겨왔다.
하물며 사위와 며느리를 처음 만났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상대방을 자신의 잣대로 생각하면서 평가할 때 아내는 곧잘 “당신은 뭐가 잘 났느냐? 변변히 내세울 것도 하나도 없는 주제에”라는 핀잔을 주곤 했는데 나는 그것을 묵살 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야 후회가 되면서 뒤늦게 철도 든 것 같다. 태조 이성계와 무학 대사 덕분으로 말이다.
사실 나는 남보다 욕심도, 승부욕도, 질투심도 탐욕도 그리고 배타심도 많았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처음 봤을 때 “순하고 착하고 법 없이도 살 양반”이란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 하냐고 물으면 “당신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어”라고 대답들을 했다.
나는 그 때마다 웃으면서 마음 속으로는 “그렇지도 못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을 평가할 때 외모나 겉모습으로만 그 사람의 값어치에 대하여 경솔하게 평가 하는 게 일반화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일류 호텔이나 이에 준하는 곳에 가면 그 사람의 얼굴과 어떤 옷을 입었느냐의 상태에 따라 친절하거나 불친절하거나 아예 무시를 당하게끔 만든다. 이런 대접을 적어도 한두 번 겪어 본 적이 있는 사람도 꽤 있으리라 본다. 내가 바로 그런 못 된 선입관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나는 이번에 태조 이성계와 무학 대사의 대화 속에서 많은 배움과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자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내온 수많은 세월 속에서 상대방을 만날 때 내 자신의 견해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나의 잣대대로 상대방을 저울질 하면서 여태껏 살아왔다.
사람은 자신에게 어떠한 결점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는 그런 자신의 결점이 당연히 상대방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어수룩한 사람이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남을 비방하고 꾸짖는 일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결국 그런 행동은 자신의 인격 문제로 노출 되어서 자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 할 때가 있다.
사람이 상대방을 비방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자신조차도 하찮은 사람이 된다.
반면 존경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자신조차도 존경 받는 사람이 된다는 이치를 이제야 터득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우려 나오기까지는 성품을 어떻게 키우며, 바른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무단히 노력하면서 나름대로 식견도 넓혀야만 상대방을 올바르게 바라 볼 수가 있게 되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