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신문들이 26일 ‘신나게’ 보도한 뉴스가 있다. 제이미 올리버라는 영국인 요리사가 미국 맥도널드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내용이다. 30대 중반의 올리버는 TV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잘 알려진 요리사이자 식생활 개선 운동가로도 인기가 높다. 영국 언론은 그의 문제 제기로 미국 맥도널드가 햄버거 재료를 바꾸었다며 통쾌해 했다.
올리버가 문제로 삼은 식재료는 일명 ‘분홍 곤죽(pink slime)’이다. 미국에서 ABC와 손잡고 ‘제이미 올리버의 음식 혁명’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지난해 4월 그는 LA의 방송국 스튜디오에 소까지 끌고 나와 햄버거 속의 ‘비밀’을 폭로했다.
쇠고기를 부위별로 잘라내고 나면 지저분한 기름 찌꺼기들이 남는다. 쓰레기나 다름없어서 동물 사료 만드는데 썼었다. 그러던 것을 지난 1990년대 BPI라는 육류가공업체가 살균 처리해 사람이 먹는 식재료로 탈바꿈시킨 것이 바로 ‘곤죽’이다.
BPI가 살균 처리에 쓰는 화학성분은 수산화 암모니아. 우리가 욕실이나 바닥 청소할 때 쓰는 바로 그 성분이다. ‘곤죽’을 그라운드비프에 섞으면 재료비가 절약되는 것이 이점. 패스트푸드 업체가 너도나도 사용해서 한때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햄버거의 70%에 BPI 제품이 들어갔다고 한다.
올리버는 스튜디오에서 직접 고기 찌꺼기를 갈고, 암모니아 섞어 ‘분홍 곤죽’을 만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암모니아 섞은 고기를 자식들 입에 집어넣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결과적으로 버거킹과 타코 벨이 BPI 제품 사용을 중단했고, 뒤이어 맥도널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소비자들로서는 그에게 크게 신세를 진 셈이다.
두 눈 뜨고 먹으면서도 정확히 무엇을 먹는지 모르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언젠가 식당에서 맛있게 먹은 햄버거, 그라운드비프 사서 만든 만두에 ‘분홍 곤죽’이 들어있었다고 보면 거의 맞다.
문제는 그 보다 더 심각한 ‘비밀’들이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 감춰져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유전자변형 식품. 90년대 중반부터 유전자공법 식품들이 대량으로 나오지만 그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아직 우리는 알지를 못한다.
한가지, 주부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앨러지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별로 문제되지 않던 음식 앨러지가 요즘엔 너무 흔하다. 몇 달 전 30대 초반의 한 주부는 10개월 된 아기가 갑자기 숨을 못 쉬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다.
원인은 우유 앨러지였다. 모유를 먹이다가 차츰 우유로 바꿔 먹이려고 시도했는데 아기의 몸에서 심각한 거부반응이 나타난 것이었다.
자녀의 앨러지 반응이 계기가 되어 어린이 식생활 개선운동가가 된 주부가 있다. ‘건강에 나쁜 진실’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앨러지 어린이 재단 설립자인 로빈 오브라이언이라는 여성이다.
재정분석가로 일하다가 결혼 후 네 아이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던 그가 ‘운동가’로 변신한 것은 6년 전. 어느 날 아침식사 후 막내가 심한 앨러지 반응을 일으킨 것이 계기였다.
로빈은 그 즉시 식품 앨러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수퍼마켓에서 파는 식품들이 모두 안전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없던 ‘이물질’들이 요즘에는 식품마다 들어가 있는 것이 앨러지 증가의 원인으로 그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 1997년에서 2002년 사이 땅콩 앨러지 케이스는 두 배로 늘었고 음식 앨러지로 병원에 입원한 케이스는 265%나 늘었다. 현재 어린이 17명 중 한명은 음식 앨러지를 가지고 있다.
인공색소, 인공향미, 방부제 등 식품첨가물이 문제의 ‘이물질’이고 그 보다 심각한 것은 유전자공법(GE) 식품들이다. 질병을 막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 변형과정(GMO)을 거친 대표적 식품은 우유, 콩, 옥수수.
미국 가공식품 중 80%는 GMO 재료로 만들어지지만 소비자들은 알 수가 없다. 한국을 포함, 많은 나라에서 GE 표시를 하게 되어있지만 미국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그래서 연방식품의약국이 GE(GMO)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촉구하는 서명운동(justlableit.org)이 현재 펼쳐지고 있다. 관련 단체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93%는 GE 표시를 원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농업이 농부의 손에서 벗어나 대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다. 가공식품을 피하고 천연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1%’(거대기업)에 대항하는 또 다른 싸움, ‘나는 93%’ 서명운동에 우리도 동참했으면 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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