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지방은 조랭이 떡국
충청도에서는 생떡국
이북에서는 만둣국 먹어


왜 새해에는 떡국을 먹을까?
새해 첫날 먹는 떡국은 가래떡을 손으로 밀어 길고 늘어지게 만들면서 재산도 쑥쑥 늘어나라는 의미, 장수하며 건강한 삶을 살기를 기원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떡국이 어떻게 생겨났고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옛 문헌에 남아 있지 않지만,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 문답’에는 3세기 이전 상고시대, 밥보다는 떡이 주식이었던 시대부터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쇠가 부족해 밥을 지을 무쇠솥을 만들지 못할 시절 떡을 만들어 먹었고, 만들면 금세 굳어버리는 떡을 물에 넣고 끓여 부드럽게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떡 중에서 멥쌀을 떡메로 친 가래떡은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설날에 반드시 먹고 손님에게 대접해야 할 음식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설에는 ‘삼간다, 근신한다’는 뜻이 있는데, 새해 첫날 떡국을 먹음으로써 일년 열두 달을 아무 탈 없이 지내려는 소망도 담겨 있다. 희고 매끈한 가래떡은 새롭게 한해를 시작하는 날 신에게 바치는 흠 없는 제물을 상징하기도 하며, 우리 민족이 흰색을 신과 관련된 색으로 여겨 숭배한 데서 비롯되어 순수 무구한 경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떡국의 국물은 꿩고기를 사용했는데, 겨울철 흔하게 잡을 수 있기도 했고, 사냥해서 얼음 속에 묻어두면 겨울 내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려 후기 귀족들 사이에서는 매사냥이 유행했는데, 매가 물어온 꿩으로 떡국과 만둣국을 끓였고, 사냥한 꿩이 없는 사람들은 닭을 잡아 국물을 내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했다.

개성 지방에서는 조랭이 떡국, 충청도 지방에서는 생떡국, 이북에서는 만둣국을 주로 끓여 먹는다. 특히 평안도나 황해도, 강원도에서는 설날에 떡국보다 만둣국을 즐겨먹는다.

새해 세배꾼에게 대접하는 세찬 ‘떡국상’에는 떡국을 중심으로 만두와 나박김치를 따로 곁들이는 정도이며, 본격적인 ‘잔칫상’에는 떡과 만두가 주식이며 떡볶이에다 편육(소나 돼지)을 곁들이고, 식혜, 수정과, 약식, 강정 등에 생강이나 대추를 꿀에 범벅을 한 숙과를 함께 냈다고 한다.

그밖에도 떡찜, 떡산적, 떡잡채 같은 떡으로 만든 음식과, 갈비찜, 사태찜, 생선전, 편육, 족편 등 손이 많이 가고 정성들인 음식들을 만들어 먹고 대접한다.

떡국과 함께 가장 많이 요리하는 것이 갈비찜인데, 요즘은 갈비 값이 많이 올라 손님이 많을 땐 부담스런 것이 사실이다. 갈비 대신 사태를 이용한 사태찜은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어 갈비찜 대용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사태찜의 레서피를 알아보자.


■ 사태찜
#재료
쇠고기 사태 500g, 양파 1개, 당근 1/2개, 무 250g, 대파 1대, 대추 5개, 은행 10개, 표고버섯 5~6개, 가래떡 250g, 물 1/2컵, 통깨 약간, 참기름 약간, 양념-간장 7큰 술, 맛술 2큰 술, 생강술 2큰 술, 다진 마늘 1 1/2큰 술, 설탕 2큰 술, 물엿1큰 술, 후추 약간, 키위 1개

#만들기
1. 사태는 큼직하게 잘라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2. 무와 당근도 사태 크기로 잘라 모서리를 깎아 둥글린다.
3. 은행은 껍질을 벗기고 표고버섯은 밑동을 잘라 4등분 하고, 대파는 어슷 썰어 준비한다.
4. 끓는 물에 핏물을 뺀 사태를 넣고 1~2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군다.
5. 키위를 곱게 갈아 나머지 양념장 재료와 모두 섞는다.
6. 데친 사태와 무를 양념장에 넣고 버무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두어 양념이 배게 하고 다시 냄비에 넣어 물 1컵을 붓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20분 정도 끓여 졸인다.
7. 6에 양파, 당근, 표고버섯을 넣어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더 끓인다.
8. 가래떡과 은행을 넣고 중간 불에서 5분 정도 더 익히다가 떡이 부드러워지면 대파, 참기름, 통깨를 넣어 한 번 더 끓여내 완성한다.


■ 세계의 새해 음식과 풍습

#중국-가족들이 모여 식사하기
새해 전날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 ‘니앤예판’(설 전날 저녁에 하는 식사) 또는 ‘투안위앤판’(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을 한다. 각종 생선요리, 채소요리와 만두를 빚어 먹는다. 가장 큰 명절로 보통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긴 휴가기간을 갖기도 한다. 폭죽놀이로 한해의 액운을 날려버리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한다.

#일본-미리 만들어놓고 먹는 오세치 요리
새해를 맞이해서는 남자․여자 모두 쉴 수 있도록 음식을 미리 만들어놓는 오세치 요리를 먹는다. 오세치 요리는 새해 첫날 위험한 불을 사용하지 않는데서 유래했고, 지역과 집안 가풍에 따라 여러 가지 식재료를 사용하는데, 앙증맞고 귀여운 모양의 한입 크기 요리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예쁘게 담아 먹는다. 미리 만들기 때문에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설탕을 많이 사용해서 모든 음식이 달콤한 맛을 내는 특징이 있다. 겉을 바삭하게 구운 떡을 넣은 국인 ‘오조니’도 함께 먹는다.

#프랑스-새해가 오기 전 남아 있는 술 모두 마셔 없애기
일종의 미신으로 집에 먹다 남은 술이 있으면 새해에는 액운이 닥칠 수 있으며, 남은 술을 모두 마셔 없애야 새해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이탈리아-돼지고기 요리 먹기
이탈리아의 신년인 ‘카포단노’(Capodanno)에는 렌즈모양의 콩 렌띠께(lenticchie)를 돼지고기 요리와 함께 먹는다. 동글납작한 렌띠께는 돈을 상징해 부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돼지고기는 족발 껍질 속에 고기를 채워 넣고 쪄낸 잠뽀네(Zampone)를 비롯해 돼지 창자에 고기와 지방을 다져 넣은 코떼끼노(Cotechino) 등을 먹는다.

#멕시코-포도 12알 먹기
일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포도를 한 알씩 먹으면서 새해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

#인도-새해 첫날 금식하기
인도 사람들은 새해 첫날이 시작되는 12시부터 24시간 동안 금식을 하고, 둘째 날부터 집집마다 준비한 음식들을 먹으며 서로 신년축하를 한다.

#폴란드-새해 푸른 채소 먹기
폴란드 소녀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토끼 복장을 하고 푸른 채소를 먹는다. 푸른 채소를 먹으면 한해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파라과이-냉식일 지키기
파라과이인들은 새해가 시작되기 전 5일부터 ‘냉식일’로 정하고 국가 최고 통치자부터 일반 서민까지 전 국민이 불을 사용하지 않은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이때 불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을 성대하게 차려 먹는다.

이 기원은 400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파라과이는 스페인의 식민통치에 저항하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새해가 시작되기 5일 전에 식량과 탄약이 바닥을 드러내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불굴의 의지로 5일을 버텨냈고, 새해 여명이 밝아올 무렵 지원군의 도움으로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 새해 정오 무렵에야 비로소 불을 피우고 양과 돼지를 잡아 승리를 축하했는데, 이후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새해 전 5일의 ‘냉식일’을 지켜 기념한다.

#헝가리-조류 먹지 않기
헝가리 사람들은 새해 전날 저녁에 닭, 오리, 비둘기 등의 조류를 먹지 않는다. 땅을 부리로 콕콕 쪼아 음식을 먹는 조류가 복을 쪼아 없애 버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올리볼렌(Oliebollen) 먹기
올리볼렌이라는 동그란 도넛을 직접 만들어 온 가족이 갓 튀겨낸 뜨거운 도넛을 먹으며 한 해의 평안과 행운을 기원하다.

#베트남
북방지역의 몇몇 소수민족은 새해 전날 저녁에 평소 물을 긷던 곳에 가서 향을 피우고 제를 지낸 뒤, 물을 길어와 밥을 짓는다. 지은 밥으로 제일 먼저 조상에서 제사를 지내고,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 이때 절대로 탕이나 국을 마시지 않는데, 그 이유는 탕을 마시면 재배하는 농작물이 침수되어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은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