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결산? 극히 현실적인 제목인 것 같다!
가을도 저물어 갈 무렵, 가을걷이(秋收), 이는 곧 농부에게 있어서는 그 한해의 결산이겠다. 그런 면에서 이 한해의 나의 가을걷이가 어떠했던가를 따져 볼 때, 그 답은 분명하게도 흉작(凶作)이였음이 틀림이 없다. 그건, 우리집안에서 일어났던 자식과 부모간의 죽음의 순서가 뒤바뀜과, 뜻밖에 찾아 온 내 목의 퇴행성 디스크로 인해 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크 수술 후의 완치가 이렇게도 더딘지?! 오늘도 나는 완전히 풀리지 않은 다리의 마비 증세를 걸음걸이 훈련으로 풀기 위해, 우리 집 마룻바닥 걷기를 여러 바퀴, 그리고는 지친 몸뚱이를 소파 위에 주저앉히고는 초겨울의 햇살이 내리 앉은 뒤뜰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런데 뒤뜰에서 들려오는 할멈의 볼멘소리! 그 소리는 애써 가꿔 놓은 단감을 다람쥐들이 죄다 갉아 먹은데 대한 불만 소리이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종이 쇼핑팩 가득히 감을 따 담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선다.
저 지난달에 79살 생일을 맞이했던 시점에서, 아무리 봄철부터 거름 주어 가며 애써 가꾼 단감이기는 하지만, 감 몇 개쯤은 다람쥐들에게 양보할 만도 한데 말이다.
한편 할멈을 나무랄 것 없이, 83살 고갯마루에 올라서려는 이 마당에서, 나도 이 나이까지 살만큼 살았고, 또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큼 했는데, 또 다시 덧없는 욕망을 부려 보는 내 자신을 생각해 본다.
그 첫 번째 욕망, 아니 그 실현성(實現性)이 있는 계획으로는, 내 고향 통영시(시장 김동진)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주평기념관’ 건립이다. 이 계획은 그들의 문학관이나, 음악전당이 이미 세워 졌거나 추진 중인, 통영을 빛낸 통영출신 문학 예술인인 박경리(소설가), 윤이상(음악가), 유치진(극작가), 유치환(시인), 김춘수(시인), 김상옥(시조시인), 전혁림(화가)에 이어, 유일하게 생존(生存)하고 있는 아동극작가인 나의 기념관 건립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 계획 추진을 위해 나의 통영 방문을 통보해 왔지만, 여러 가지 사정과, 나의 발병(發病)으로, 통영 방문이 미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내년 3월이나 4월쯤이면 먼 길 보행(步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그때를 기약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또한 그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계획은, 다름 아닌, 내가 지금까지 발표한 300편이 넘는 수필 중에서 잘된 작품 100편을 가려내어, 주평수필선집(朱萍隨筆選集)을 발간하는 일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계획은, 1959년 내가 현대문학지(現代文學誌)를 통하여 성인희곡작가(成人戱曲作家)로 데뷔한 이후 발표한, 성인희곡 10여 편을 수록한 나의 ‘희곡집’을 출간(出刊)하는 일이다.
그 밖에 실현이 불투명(不透明)한 나의 계획, 아니 나의 바람에 불과 할지도 모르는 계획이 있다면, 그것은 2005년 아동극단 민들레의 내 고향 통영 공연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6년 넘게 막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미주지역 이민연극의 자랑이었던, 이 북가주 지역연극의 부활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을걷이에서 흉작의 쓰라림을 맛보고서도, 다가오는 또 다른 가을의 풍작(豊作)을 기대하며, 봄에 다시 씨를 뿌리는 늙은 농부처럼, 내 건강이 그 일들을 감당해 낼지가 미지수인 처지에서, 늙은 농부의 심정과 바람처럼, 성인극단 ‘금문교’의 제7회 공연으로 나의 신작(新作) ‘소쩍새’가, 지난 세월처럼, 그 막이 올라 가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콩쥐 팥쥐’에 이은 나의 새로운 어린이 코믹 뮤지컬(Comic Musical)인 ‘흥부와 놀부’의 막이 올라 가기를 또한 소원해 본다. 만일에 이 두 공연이 실현 된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 뻔했던, 이 지역연극의 새로운 소생(蘇生)이 될 것이다.
특히 민들레의 흥부와 놀부의 막이 기적적으로 올라간다면, 콩쥐 팥쥐 10년 공연 때처럼, 하와이를 비롯한 미주지역 공연은 물론, 일본 그리고 한국공연, 거기에다 유럽지역 공연까지 공연지역을 넓힐 수 있다면, 이는 이 지역연극의 새로운 연륜(年輪)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늙으면 노망든다’ 는 속담에는 귀를 막은 채, 그 허망(虛望)한 꿈을 이루기 위해, 꿈 많던 소년시절로, 그리고 정렬에 넘쳤던 젊은 한때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치듯, 쉽게 풀리지를 않는 팔다리의 마비 증세를 풀기 위해, 오늘도 안간힘을 쏟고 또 쏟고 있는지 모른다.
(아동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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