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의 제니 김 대표는 모든 메뉴를 정성을 가득 담아 직접 만든다. / 신선한 야채와 새싹을 곁들여 깔끔함이 특징인 강된장 비빔밥. / 12월 특선 코스에서 선보이는 애피타이저 트리오 메뉴 중 하나인 어선. / 매시드 고구마와 고구마튀김을 곁들여서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더한 갈비찜.
“한식은 곧 제 삶이고 자부심입니다. 주류사회에서 한인타운에서 먹을 수 있는‘코리안 푸드’는‘싸고 양 많은 음식’ ‘싸구려 고기 집’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싫었죠“
LA의 명소로 자리 잡은‘박대감네’와 이어서 오픈한‘돈대감네’까지. 두 개의 대형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성공한 외식 사업가 제니 김 대표가 이번엔 전통 궁중음식의 맛과 멋을‘제대로’ 알리겠다고 나섰다.
어디 내놓아도 전혀 뒤지지 않는 우리 음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안타까운 마음에‘한식 전도사’가 되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것.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라 문화를 전달한다는 자부심을 담았다.
이처럼 오랜 준비기간 끝에 문을 연 궁중음식 전문 레스토랑‘라온’(LAON·대표 제니 김)은‘한식의 세계화’라는 최근의 키워드에 대한 해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와인바 같은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어선·와규전·농어·강된장 비빕밥
화로 이용하는 다양한 구이 인기
“한식이 품격 있고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라온의 제니 김 대표는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지휘하는 오너 셰프다. 서울여대에서 식품과학을 공부하고 국가공인 영양사 자격증과 조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김 대표의 ‘손맛’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박대감네’와 ‘돈대감네’를 통해 설명될 것.
김 대표는 오랜 고심과 연구 끝에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담고 지난 8월1일 라온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한국 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교수에게 특별히 한식 업그레이드 교육을 받고 자문도 얻었다.
“푸짐한 게 미덕이라는 말은 옛말이죠. 맛있게 먹어도 테이블에 밑반찬이 남아 있으면 싸구려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한식도 마찬가지죠. 가능하면 조금 ‘적다’ 싶은 정도의 양을 내고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라온이 추구하는 ‘고급화’는 음식 맛은 물론 언뜻 보면 와인 바를 떠올릴 정도로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소품들, 깔끔하고 보기 쉽게 만든 영어 중심의 메뉴판. 감각 있는 식기 디자인 등 세심한 부분에서까지 듬뿍 묻어난다.
이는 시간 날 때마다 발품을 팔며 주류사회와 타인종 커뮤니티의 유명 레스토랑을 찾아 맛은 물론이고 실내장식과 그릇 등을 꼼꼼하게 살펴 벤치마킹하는 등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은 김 대표의 노력의 결과다.
“라온의 특징은 궁중음식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맛과 멋을 가미한 것입니다”
라온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이용한 주식류인 강된장비빔밥, 돌솥알밥, 잡채, 만둣국 등과 반찬류로는 연포탕, 갈비찜, 7절판, 육회, 어선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구이류를 확장시킨 꽃살, 안창살, 갈비살, 안심 및 전복, 새우 등 다양한 화로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화로 곁들임으로 떡꼬치와 아스파라거스, 은행, 마늘 등의 다양한 꼬치메뉴도 눈에 띈다. 떡갈비 햄버거, 오징어순대, 불고기 브리토 등 창의성이 반짝이는 데일리 스페셜 메뉴도 라온만의 자랑. 특히 금요일에 맛볼 수 있는 김치 프렌치 어니언 수프는 김 대표의 야심작이다.
모든 음식들의 모양이나 아기자기한 담음새에는 재료를 풀어내 조화롭게 매칭하는 김 대표의 센스가 아낌없이 발휘되어 있다. 싸고 양 많게, 여러 반찬으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내는 ‘한식의 푸짐함’의 이미지와는 철저하게 차별화를 외치고 있었다. 라온에서 나오는 밑반찬도 직접 담근 김치와 오이지가 전부. 주식의 반찬이 아닌 입맛을 동하게 하거나 정리해 주는 용도다. 그만큼 아삭하고 새콤한,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특징이다.
특히 김 대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메뉴는 부드럽고 촉촉한 육질에 몸에 좋은 대추, 은행, 밤이 듬뿍 담긴 영양 만점 갈비찜. 매시드 고구마의 달콤한 부드러움에 고구마튀김의 고소하고 바삭함을 얹어 맛의 재미를 더했다.
직접 구운 호떡과 녹차 도넛,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디저트 메뉴는 라온 음식의 클라이맥스. 호떡과 녹차 도넛에 반한 외국인이 한 둘이 아니라는 후문이다.
“한식으로 ‘LA’를 ‘ON’ 시키고 싶습니다”
‘라온’(LAON)은 순 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뜻. 김 대표는 “예쁘게 담아서 눈이 즐겁고, 맛있어서 입이 즐겁고, 건강해서 몸이 즐거운,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를 먹어도 제대로 먹는, 나를 위해 좋은 음식을 먹을 줄 아는 사람들, 음식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한식으로 LA를 ‘ON’시키고 나아가 전 세계를 ‘ON’시키는 게 목표죠”
한편 라온에서는 12월 한 달간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라온의 인기메뉴를 모아 50달러에 선보이는 스페셜 코스를 준비했다. 오이선, 7절판, 어선의 애피타이저 트리오와 불고기쌈, 수삼을 넣은 완자인 와규전 등을 시작으로 갈비찜과 농어요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식사류로는 강된장 비빔밥, 볶음우동, 떡만둣국 중 한 메뉴가 선택 가능하다. 물론 디저트도 포함되어 있다.
김 대표는 “분위기 있는 데이트, 격조 있는 연말 모임,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수준 높은 한식을 소개하고 싶을 때 라온이 최적의 장소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일류 호텔 못지않은 메뉴와 맛으로 스타일리시하게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이토록 멋진 한식당을 한인타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반갑다. ‘우리 음식이니까’라고 괜히 편 들어주지 않아도 좋을 만큼 보편타당하게 훌륭한, 한식의 세계화에 다가가고 있는 라온의 음식으로 진정한 ‘한국의 참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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