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동안 어느 정당에 속하기는커녕 투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필자는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마땅하다. 반면 어느 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의 편견이 없기 때문에 시사 해설을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2년 미국 대선에 관한, 특히 공화당 내의 후보 경선에 대한 논평도 역시 한국일보 애독자들에게 사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쓰는 것이다.
경제 대공황 때 당선되어 1932년부터 3선을 거쳐 1945년초 사망할 때까지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 때문에 연방헌법 수정 제22조(1951년)가 채택되어 대통령은 딱 한 번 더 재선에 임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또 하나의 역사적 사실은 1948년 대선에서 루즈벨트의 부통령이다가 대통령직을 승계한 해리 트루먼이 민주당 16년 집권 때문에 식상한 민심 탓에 분명히 전 뉴욕주지사 토마스 듀이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그해 선거를 극명하게 설명하는 것은 선거 바로 다음 날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Dewey Defeats Truman)”라는 시카고 트리뷴지를 높이 쳐들면서 파안대소(破顔大笑) 하는 트루먼의 사진이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칼럼니스트인 조지 F. 윌은 그해 공화당의 패인을 경험이나 침착함에 있어서는 뛰어나지만 냉정하기 때문에 투표권자들이 싫어했던 듀이를 후보로 선택한 자충수로 돌린다.
윌은 미트 롬니 후보를 듀이쯤으로 보는 모양이다. 하버드 출신 기업인으로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냈을 뿐 아니라 2008년 예선전에서도 충분히 예행연습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롬니는 미셸 바크만, 릭 페리, 허먼 케인의 차례차례 냄비 끓기 현상을 극복하는 듯하면서도 여론조사 지지도가 30% 내외를 기록하는 진풍경을 보여 왔다. 그러다 이제는 뉴트 깅그리치와 양자 대결 구조가 되는 듯하면서 일부 공화당 잠재 유권자들 사이의 여론조사에서는 제1위를 깅그리치에게 빼앗기는 게 롬니다. 롬니는 의료개혁, 낙태문제, 불법이민 등의 제반 이슈에 대해 소신을 바꾸어온 무원칙의 보수주의자 즉 당선되기 위해서는 무슨 소리라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낙인찍히다시피 된 것이 문제다. 그러나 오바마와의 대결 예상에서는 공화당 후보들 중 제일 강세에 있다는 모순 투성이가 롬니이기도 하다.
40여년 간 계속되었던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판도를 뒤엎고 1990년대 공화당 승리를 쟁취하는데 앞장섰던 깅그리치는 정치가들 특유의 자화자찬을 어린애 장난쯤으로 보이게 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적 발상과 행동이 몸에 밴 사람이라는 게 대다수 논평가들의 결론인 듯하다. 우선 우리 집 사람이 깅그리치의 모습을 TV에서 볼 때마다 “조강지처 버린 자가 무슨 대통령감이냐”고 욕에 가까운 혹평을 마다하지 않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그에게는 도덕적 결함이 많다. 연상의 첫 부인이 뒷바라지를 해서 역사학 Ph.D를 마치고 대학교수가 되게 했더니 그를 배반하고 둘째부인을 맞았던 역사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 둘째 부인과 이혼도 안한 상태에서 하원의 여직원과 불륜관계가 있었고 그 결과 그 여직원이 셋째 부인이 된 것이다. 뉴욕의 티파니 보석점에 50만불의 신용한도 액수만 보더라도 하원의장 시절 윤리위원회의 견책을 받아 사직한 후 자신의 과거 관록을 미끼삼아 얼마나 치부를 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
한번 연설하는데 6만불씩 받는 것이 그의 식견이 훌륭해서라기보다는 그의 과거 인맥들과의 선을 맺기 위한 여러 조직들과 연합회들의 로비 활동과 맞물려서 일 것이다. 그중 가장 위선적인 행위는 그가 프레디 맥이라는 연방정부가 후원하는 기업체(GSE)의 하나로 패니 메이와 더불어 2008년도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와 경기 퇴조에 주 역할을 한 조직에 자문역을 했다는 점일 것이다. 도합 160만불을 프레디 맥에서 받은 것을 자기가 로비를 한 것이 아니고 역사학자로서 역할을 했다는 강변은 ‘정부가 후원하는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버는 정치인들은 감옥에 가야 마땅할 것이다’라는 하원의원 시절의 주장과 조화될 수 없다.
깅그리치는 게다가 자신이 모든 문제를 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감이 차 있는 가장 비보수적인 후보라는 게 윌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윌은 (자기 부인이 자문을 해준다는 것을 밝히면서) 페리를 깅그리치 대신 롬니 대항마로 재고해야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윌은 또한 롬니의 대항마로 존 헌츠맨도 언급한다. 유타 주지사로 있다가 오바마가 주중대사로 발탁했던 헌츠맨은 전국 최초의 코커스가 있는 아이오와에서 5% 미만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에 깅그리치가 공화당 후보가 된다면 루즈벨트 이래 재선에 임하는 대통령치고 실업률이 7% 이상인 때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역사를 깨고 오바마가 당선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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