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선언서의 서명자 중 하나이며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 때 부통령을 지냈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에 서명했던 법 때문에 미국 정치사에 별로 자랑스럽지 못한 이름을 남겼다. 그 시절 매사추세츠주의 선거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자들이 당선되기 쉽고 당시의 반대당이었던 연방주의자들의 당 후보자들이 불리하도록 지도를 그린 것이 그 법의 요지였다. 그런데 그 지도의 모양새가 도마뱀(salamander)과 비슷하다는데 착상을 한 어떤 만화가가 Gerry와 salamander를 합쳐서 Gerrymander란 새 단어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집권당이 계속 집권하기 위해서 자기 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그리는 행위를 gerrymandering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금년도 버지니아 주의원들의 선거를 논평한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에서도 민주 공화 양당의 지도자들이 컴퓨터를 사용해서 선거구를 조정한 것을 gerrymandering이라고 부르면서 버지니아 주의원 선거가 소련 공산당 시절의 선거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비난하였다. 선거구의 지도가 새로 그려졌기 때문에 버지니아 하원의 100 선거구들 중 27개 의원 선거구만 양당의 경선이 있었던데 더해 5개의 선거구에서만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 있었을 뿐이니까 하원 선거의 95%는 경쟁자가 없거나 일방적인 압승이었다는 지적이다. 상원의 40 선거구에는 25 선거구에 민주 공화 양당 후보들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6개의 선거구에서만 경선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면으로는 소련 공산당 대표만 투표 용지에 나와 99%로 압승하던 역사를 상기시킨다는 내용의 그 논설은 결론으로 버지니아인들이 정치적 지도자들을 ‘동무’라는 새 칭호로 부르기 시작해야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1인1표가 기초가 되는 민주주의의 정의와는 거리가 먼 출발이 미국 독립혁명이었다. 독립선언서는 만민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all men are created equal)이라는 거창한 서두로 시작되었지만 그 만민들 가운데 흑인 노예들만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백인 여자들과 백인 남자들이라도 재산이 없는 사람들조차 포함되지 않았었다. 즉 백인 남자들이라도 재산 있는 사람들만 참정권 즉 투표권이 있기를 제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때까지였었다.
흑인 남자들에게는 남북전쟁 이후에나 투표권이 주어졌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을 뿐 할아버지 때에 투표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 즉 흑인들은 어려운 필기나 구두 시험에 붙어야 투표자가 될 수 있다는 소위 ‘할아버지 조항’ 때문에 미국 남부의 전역과 기타 몇 주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던 상태가 1960년대까지 지속되어 왔었다. 여자들에게 헌법 수정 제19조로 참정권을 허락한 것이 1920년이었다.
워낙 하원의원들은 직선이었지만 상원의원들은 주의회에서 선출되는 간접 선거였었다. 그러다가 특권층의 정치 전횡을 반대하고 일반 서민을 대표한다는 민중세력(Populists) 또는 민중당 그리고 진보세력(Progressives) 등 제3당들의 주장들이 민주 공화 양당에 흡수되는 바람에 1913년의 헌법 수정 제 16조로 연방 수입세금제도가 채택된 같은 해에 상원의 직선제가 수정 제 17조로 헌법에 추가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미국의 건국 조상들은 직접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자격 있는 사람들만의 참정권을 인정했고 또 직선에 의해 뽑히는 하원의원들의 입법이 간선에 의해 선출된 상원의 동의가 있어야만 연방법이 되도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의 안정을 가하기 위해서는 현재로는 공화와 민주 양당이 선거의 결과로 정권교체를 이룩하게는 하는 반면에 제3당들의 출현은 몹시 어렵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는 판사직에 임용되는 과정에서도 무소속이라든지 민주 공화 양당이 아닌 이름 모를 당에 속했다는 것이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현재에는 많은 개혁을 거쳐 1인1표라지만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의원들이 입법 과정에서 정치 헌금을 많이 내는 개인들이나 로비단체를 선호할 개연성이 문제이다. 워싱턴의 K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대형 로비 펌들과 연방의회와 연방 정부기관들 사이의 회전문 현상도 입법 과정에서 1%의 부유층이 누리고 있는 특별한 위치를 더 강화시킨다. 주식 매매와 이자 수입 등 부자들의 수입에 대한 세율(15%)이 중산층이나 일반 서민들의 세율보다 낮다는 사실도 펀드 매니저들의 정치 헌금과 유관할 것이다. 또 미국민의 48%나 미국 의회가 부패된 것으로 믿는다는 여론 조사처럼 의회 지도자들을 포함한 일부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정보로 주식 투자를 해서 자신들의 부를 증가시킨다는 뉴스도 미국 민주주의의 미완성을 지적한다. 물론 인간 제도치고 완전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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