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는 법률이고 관습이며 또한 도덕이고 규범이다. 즉 법률, 관습, 도덕, 규범 등 사회 구조의 체계를 말함이다.
사람은 사회적 구조 속에서 정신적 물질적 이해관계를 형성하며 살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정치, 사업(상업), 문화, 스포츠, 교육 등이 우리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개인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생각과 주장이 달라서 끊임없이 부딪치고, 반목한다.
이래서 결국 나라마다 공익보호와 통제를 위해 국제법을 만들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헌법을 제정하고, 법인체 법령을 만들고, 단체마다 회칙을 만들어 회원의 자격을 명시하고 권리와 의무조항을 명기하며, 문제 발생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관을 만들어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규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각 단체들의 정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어서 스스로 지키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보편적으로 회장 선거 와중에 일어나는 갈등이 가장 많고, 비중 또한 커서 회장 선출조항은 빠트릴 수 없는 조항이 돼 있는 것이다. 그도 모자라 ‘선거 시행세칙’을 제정하여 문제점 예방, 또는 극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겪는 일은 멈춰지지 않는다.
어느 날 보면 서로 반목하고 비방하면서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불과 몇 년 전에 회칙 어느 조항이 잘못 되어 문제가 발생한다며 개정했던 그 조항이 또 문제가 있다며 싸운다. 스스로 그 회칙에 의해서 회장으로 선출된 자신임을 망각하고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그 회칙이 문제라는 것이다.
동조자들 또한 본질이 무엇이고, 원칙이 무엇이고, 잘못 되었다는 정관의 내용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려니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2세들의 한글교육과 조국의 역사문화 교육을 통한 정체성 확립교육에 관심이 높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재미한국학교 워싱턴지역협의회 회장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분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본질과 원칙의 개념을 분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대체 본질은 무엇이고 원칙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본질은 약속이다. 정관(회칙)이 유자격 회원들의 인준을 받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보장 받는 약속이며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원칙이다. 동대문이 꼭 서쪽에서 보아야만 동대문이 아니며 남대문은 북쪽에서 보아야만 남대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쪽에서 보든 남대문은 남대문, 동대문은 동대문이다 그것이 곧 약속인 것이며 곧 본질인 것이다.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마찬가지다. 자격을 구비한 자의 입후보는 주어진 권리이다. 30일의 입후보자 추천의 공시기간을 거쳐 추천한 후보 추천 서명은 곧 그 추천서에 제시된 조항들을 지키겠다는 약속이고, 서약이며 계약인 것이다.
한 달의 공시기간에도, 선출위원들의 적부심사 기간에도, 일말의 불만이나 항의가 없었던 선거규정이 결과에 의해서 문제화된 것은 결코 원론적 문제점이 아닌 즉 특정인들의 욕심에 합당치 않은 결과에 대한 반발이라는 결론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분열 또한 선거불만 이상의 명분이 있을 수 없다는 것도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비영리단체로서의 적법성 추구와 깨트려서는 안 되는 원칙 및 회칙을 철저하게 지키고도 하나됨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과 질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사임한 이사장으로서의 변명은 결코 아니다.
어떤 법칙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그 제도가 어느 날 입장이 불리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고 원칙이 변질되면서 그까짓 회칙하고 마는데, 그 안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픔을 공유했다는 건 공감한다. 그러나 식음을 폐하고, 잠을 설치며 며칠씩 고뇌를 해보았는가? 그 좋았던 관계들이 조각나는 살점 뜯기는 고통에 신음해 보았는가!
그래보지 않은 사람들이 나서서 그 고충을 잘 아는 양 함부로 평가하고 예단하는 일을 해댄다. 함께 고민하며 좋은 길을 찾자는 것도 아니고, 본질을 정확하게 분석한 것도 아니면서 참 쉽게도, 그리고 무책임하게 채찍을 휘두르고들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손가락으로 사슴을 가리키며 저 것은 말입니다(指鹿爲馬)는 말로서 사슴이 사슴이 아닌 말이 되어버리는 그런 혼돈의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이 해가 가기 전에 혼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지킬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이문형
전 워싱턴 문인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