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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uld like to be Maria,
but there is La Callas who demands that
I carry myself with her dignity.
난 마리아이고 싶다.
하지만 품위를 지키며 거동하기를 요구하는
그 칼라스 또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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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동네 산길을 걷습니다.
늦가을/초겨울 사이 조금 쌀쌀한 산바람이 일렁입니다.
작은 계곡을 따라 큼직한 낙엽들을 흙 땅 위로 밟으며
언덕을 오릅니다. 거의 인적이 없는 오솔길을 내 숨소리
들으며 걷습니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그렇게 오르고
내리는 왕복에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산행입니다.
아침 안개가 거의 가신 내리막길에 주머니 속 아이폰을
꺼냅니다. 판도라[Pandora]를 열어 마리아 칼라스 라디오를
켭니다. 화면엔 "The One and Only Maria Callas"란 자막을
배경으로 단아한 모습의 칼라스가 보이고 곧 카리스마 넘치는
황홀한 소프라노 음성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볼륨을 낮춰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으면 마치 아련히 먼 곳에서
들리는 오페라처럼 영혼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잔잔히 흐르다 서서히 높은 톤을 향해 치솟는 칼라스의
음성. 그렇게 치솟은 고음에서 다시 한 번 농염하게 뒤트는
아리아에 홀연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20대 초반 무려
30 킬로그램이나 감량하며 여인의 요염한 자태를 견지한
마리아지만, 그녀의 고공행진 음성을 듣노라면 왠지
그녀의 건장하고 껑충했던 처녀시절 보입니다. 평생 여인
마리아와 가수 칼라스 사이를 오가며 길지 않은 54년의
삶을 살았던 마리아 칼라스. 그 분의 어록을 들여다보니
그 분의 삶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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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are not pals enough with men,
so we must make ourselves indispensable.
여자란 남자들과 그리 단짝 친구가 아니다.
따라서 우린 스스로에게 서로 긴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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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미국 이민 그리스 부모의 딸로 태어난 마리아 칼라스.
1937년 엄마를 따라 그리스로 다시 귀환했던 마리아는 본래
어릴 적부터 그렇게 자신만만한 카리스마의 여인은 아니었죠.
아들을 고대한 아버지의 실망 속에 태어난 마리아는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얼굴과 몸매를 지닌 열등감 많은 소녀로
성장했다던가요?
커리어 초반 유럽에서 활기찬 삶을 꾸리던 칼라스는 이태리의
부유한 사업가와 결혼 일찌감치 고급 사교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됩니다. 이윽고 그리스의 선박재벌 오나시스와 진짜 사랑에
빠지게도 되지만, 오나시스는 결국 재클린과 결혼해 버리고
맙니다. 그 때부터 여인 마리아는 가수 칼라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잃어버린 황폐한 심경으로 살다 1977년 9월 16일
54세의 나이로 파리의 아파트에서 외롭게 생을 마칩니다.
아침 산행 내리막길에 전 존재로 만끽한 칼라스의 음성이
아직 귓전에 맴도는 중 서재에 앉아 유튜브에 들어 칼라스의
일대기를 다큐로 봅니다. Maria Callas Biography [1977],
마리아라는 한 여자, 그리고 칼라스라는 세계적 프리마돈나,
그렇게 두 사람의 일대기가 흑백 시네마스코프의 느낌으로
잘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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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born an artist or you are not.
You stay an artist, even if your voice is less of a firework.
The artist is always there.
사람은 예술가로 나든가 말든가 둘 중 하나다.
한 번 예술가로 나면 목소리가 좀 약해져도 예술가다.
예술가는 늘 거기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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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이르러 예전의 칼라스가 아니라는 세간의 소리에
닥치란 듯 내뱉은 일성. 사람이 한 번 예술가의 혼으로 태어난
이상, 목소리가 예전 화포 터지는 소리가 아니라 한들 이제
예술가가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남들이 뭐 라든 내 안의
예술가는 늘 자기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던 당당한 카리스마의
칼라스. 그녀의 일대기를 보며 간단없이 이어지던 이미지는
정녕 위대한 예술혼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1960년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내가 살던 가회동 한옥집
담 너머 옆집에서 간간이 멀리 들리던 소프라노 목소리가
바로 마리아 칼라스의 음성이 아니었던가 흠칫 기억됩니다.
그리고 왠지 그건 틀림없는 칼라스의 음성이었음을 확신하는
묘한 노스탤지어에 빠져 듭니다.
"난 마리아이고 싶다. 하지만, 품위를 지키며 살아 달라는
칼라스의 요구 또한 무시 못하고 사는 게 내 삶이 아니던가?”
그렇게 말하는 마리아 칼라스의 모습을 선하게 그리며 집을
나서 일터로 향합니다. 그리고 손은 무의식중에 주머니 속
아이폰을 꺼내 무심코 판도라의 마라아 칼라스 라디오를
다시 켭니다.
Cheers!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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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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