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에는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러 갔다. 미국 영화제작자협회가 사용하는 영화 등급은 X(청소년 입장 불가 성인물) 또는 NC-17(17세 미만 입장 불가), R(Restricted, 17세 미만은 부모나 어른 보호인이 동반해야만 되는 영화), PG-13(Parents Strongly Cautioned, 13세 미만의 아동들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한 것이라서 부모의 조심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영화), PG(Parental Guidance Suggested, 아이들에게는 적절치 않은 내용을 포함할 수도 있어 부모의 인도를 암시하는 영화), 그리고 G(General Audiences, 모든 연령층이 다 입장할 수 있는 영화) 순이다.
그런데 요즘의 대부분 영상 매체 내용이 부도덕, 폭력과 괴기를 주제로 하는 것이라서 우리의 가치관과 거리가 멀어 영화 극장에 발길을 돌리지 않는 편이다. 늙어져서 밤에 운전하고 나가기 싫다는 것도 영화관 기피의 또 한 이유일 것이고 케이블 TV의 TCM 등 중간 광고가 없는 채널도 두엇 되어 집 밖에 안 나가도 왕년의 좋은 영화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건 우리가 본 영화는 조니 잉글리쉬의 재탄생(Johnny English Reborn)이라는 영국산 코미디로 PG 등급이었다. 로완 앳킨슨이라는 주연 배우는 얼굴만 보아도 웃기는 사람이다.
주인공이 영국 첩보기관의 기관원으로 명성을 날리던 중 어느 외국의 대통령 암살을 방지하지 못한데 대한 처벌로 몇 년간 쫓겨났다가 중국 수상의 암살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재기용되어 활약하는 내용이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 대한 풍자 희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편 관객석이 적어도 백 이상일터인데 도합 7명이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은 경제 불황 때문인지 또는 I-Pad나 셀폰으로도 영화를 보는 신세대의 취향 때문에 영화관 사업이 사양길에 들어서서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생각되었다.
하필이면 월요일 밤에 노부부가 데이트(?)를 한 이유는 그날이 소위 할로윈(Halloween)이었기 때문이다. 마귀 할멈이나 귀신 복장을 한 어린 아이들이 문을 두드리고 ‘Trick or Treat?(먹을 것을 내놀래 또는 봉변을 당할래?)’ 하는 것을 집에 없는 척 무시하기도 혹은 일일이 문을 열어 “우리는 미신을 안 믿기에 줄 것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어정쩡한 것이 사실이니까 아예 집을 비우기로 한 것이다.
“모든 성도들날 전날 밤” 또는 모든 영혼의 날이라고도 번역되는 할로윈은 로마 가톨릭교회가 제정한 것이지만 그날과 관련된 행동들과 사상이 고대 다신교(多神敎)들인 이방 종교들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웬만한 백과사전들이나 종교 역사책에 나온다. 한국 등 동양 여러 나라에서 고대 즉 그리스도 시대 전부터 조상 숭배를 해왔던 역사를 음미해 보아도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없는 집에 친제 돌아오듯 한다’라는 표현처럼 작고하신 부모님은 물론이고 고조할아버지, 할머니까지의 위패를 모셔 놓고 제사상을 차려 놓는 습관은 조상들의 영혼이 있어서 잘 차려 드리면 축복이 오고 제삿날을 소홀히 하면 재앙이 온다는 미신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사실 영혼 불멸의 교리는 모든 고대 이교들의 중심 교리였었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만 죽는 것이지 영혼은 몸을 떠나 영계로 간다는 사상은 애굽과 동양의 장례문화, 희랍의 철학자 플라토의 가르침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일신을 믿던 유대인들은 영혼 불멸설을 믿지 않았었다. 창세기 2장7절에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living soul, 산 영혼)이 된지라”라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흙의 원소들을 사용하셔서 아담의 몸을 만드시고 호흡을 그 코에 불어넣으신 결과 아담이 산 영혼이 되었다는 내용임으로 아담이 범죄했기 때문에 호흡이 끊어져 죽으면 남는 것은 흙뿐이라는 결론이다.
그것은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라는 하나님의 선고(창세기 3:19)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완전한 무의식 상태라는 성경의 묘사(전도서 9:5, 10; 시편 146:4)와 범죄하는 영혼은 죽으리라는 에스겔 18:4, 20의 내용도 영혼 불멸설과 정반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할로윈이 미국 전체만 떠들썩하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유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조차 갖가지 흉측스러운 의상들이나 도구들을 팔아 70억불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수입을 올리는 비즈니스와 대중에게 매력이 되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매스 미디어의 보도 습관 때문일 것이다.
할로윈이 보통 사람들마저 일탈해서 광란에 빠지게 할 수 있는 현상은 그날 밤 워싱턴 DC에서만 6명이 총격을 받았다는 보도에서도 볼 수 있다. 브라질의 사육제 때 성폭력을 포함한 갖가지 폭행 사건들이 남발되는 현상도 종교의 이름을 가진 행사에 이교도의 미신이 섞인 관습이 가미될 때 발생되는 변괴들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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