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이 지역의 렌트비가 상당히 올랐다. 집 값은 내려가고 있는데 렌트비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해도 만만하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이 없고, 다운페이도 예전처럼 집값의 10%만 내고도 살 수 있었던 호시절과는 거리가 멀어져서 실제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늘어났다고 할수 밖에 없다.
더구나 학군이 좋은 동네는 부르는게 값이고 신청자가 수십명이 몰리는 가운데 집 주인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이 많게 되었다. 방 네개에 목욕탕이 두개면 삼천 오백불에서 사천불 사이가 보통이다.
우리 딸네는 아이가 셋인데 밑에 아이 둘이 한살과 세살짜리여서 그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았지만 뜰이 없어서 늘 인근의 공원에 데리고 다니다가 이번에 용기를 내서 이스트 베이로 이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세를 주고 집을 보러 다닌지 한달만인 지난주에 겨우 자기들이 원하는 집을 L 시에 찾을 수가 있었다. 집은 다섯 식구가 살기에 결코 크다고는 할수가 없는데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마치 산장처럼 레이크 타호 중간에 자리잡은듯 숲이 우거진 곳에 집이 있고 어느 방에서든지 데크에만 나가면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런 경치가 있는 집이다.
사실 그동안 몇번 이사를 가자고 딸 아이가 졸랐어도 사위인 스티브는 꼼짝을 안했는데 이제는 꼬맹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아버지인 그가 양보를 한셈이다. 도시 근교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만 살아온 그에게 전철로 겨우 삼십분 거리에 있는 전원도시라 해도 시골 같다는 생각을 져버릴수 없었던것 같다. 실제로 그의 형제들과 친구들은 왜 몽고리아로 가느냐고 질색들을 했다는 얘기다. 몽고리아로 표현한 것은 무조건 도시밖은 그들에게는 몽고리아처럼 멀고먼 곳이라는 은어인 셈이다.
형제들과 그의 친구들이 왜 가느냐고 물었을때 스티브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 몽고리아에 우리들을 핼프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이라고. 결국 아무리 형제들이 많다고 해도 핼프미!라고 소리쳤을때 오케이!하고 달려가 주는 사람들은 처가집 식구뿐이라는 얘기다.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고 먹고 즐길때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가지만 정작 필요해서 손을 내밀때 그 손을 잡아주고 궂은 일을 챙겨 주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것이 세상 인심이라는 것이다.
그 식구들중 제일 신이난건 열두살 짜리 샘이다. 그동안 작은 캐톨릭계 사립학교만 다녔던 손자는 유니폼만 입다가 이제는 평상복을 입게 되었고, 작은 학교에서 수천명이 다니는 공립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어서 더 많은 친구들도 사귈수가 있고 해서 하여간 상당히 흥분이 된것 같다. 벌써부터 새롭게 꾸밀 제방과 고급으로 리모델링한 자기 화장실이 마음에 든다고 야단이다. 그 집을 처음 보러 갔을때 세살짜리 데니는 마당 한켠에 놓여있던 미끄럼틀이 마음에 들어서 거추장 스러운 드레스도 벗어 제치고 미끄럼을 타느라고 시간 가는줄 몰랐다. 보통 세살짜리들이 그렇듯 늘 그애도 뛰어 다니고 소리 지르고 눈 깜짝 하는 사이 온갖 일을 저지르곤 한다.
이제 돌을 갖 지난 아기도 요즘은 걸음마를 하느라고 뒤뚱거리며 한발 두발 걷는 모습이 귀엽고 앙징 맞다. 한 2년여 이집에서 살다가 자신들이 마음에 꼭 맞는 집을 영구적으로 살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저들이나 나의 바램이다 이젠 한시간 넘게 걸리던 우리 집과의 거리가 10분으로 줄어 들게 되었다.
/엄마!이제 처음 내가 대학으로 떠난후 엄마와 제일 가깝게 살게 되었어요/
딸애는 감회가 서린듯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었다. 대학과 로스쿨을 남가주에서 보내고 훌쩍 한국으로 가버린후 그곳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낸뒤, 저는 그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들은 이스트 베이에서 잘해야 한달에 두어번이나 매주 한번씩 보던것을 이제는 매일이라도 보고 싶으면 볼수 있는 거리로 딸네가 오게 되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자식들이 다 그렇지만 그애는 외딸이어서 더 특별하고 늘 애틋한것이 사실이다. 딸은 엄마가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안다. 선물을 줄 때도 꼭 필요한 것을 살줄 안다.
얼마전 남편의 사랑방인 베란다에 무엇인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게 눈에 띠어 무엇이냐고 묻자 남편은 인디안들의 행운의 부적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소액의 기부를 하자 그들 소사이어티에서 선물로 보낸준 것이란다. 나는 그것의 이름을 몰랐는데 세살짜리 데니가 그것을 보자 드림켓쳐!라고 큰 소리로 말해서 우리들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제 겨우 세살짜리가 어디서 그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딸네 가족이 드림켓쳐란 그 이름처럼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그들의 꿈을 이룰수 있었으면 하는게 우리들의 소박한 바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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