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나 그 민족의 가슴을 울리며 영혼을 사로잡는 노래가 있다. 스코틀랜드 민요로 혹은 흑인 연가로 추정하고 있는 작자 미상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미국의 대표적인 노래이듯이 우리에겐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이 있다
언제부터 누가 불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아리랑 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지구촌 어느 곳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든지 ‘아리랑’ 노래만 나오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고인다.
아리랑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고대설과 고려에 멸망한 천년 신라의 나라 잃은 슬픔을 노래한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전해온다
아리랑 속에 담긴 뜻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고난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민족의 정신과 불굴의 기상이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영원한 근원인 참 자아를 깨달아 가는 즐거움과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이 담겨 있다. 그러기에 여러 가지 가사로, 가락으로 변형되어 전래되어 왔지만 수 천 년 동안 우리의 입으로, 가슴으로 전해오고 있는 게 아닌가?
조선말기 이후부터 일제 강점기에는 제국주의에 항거하여 민족적 감정과 울분을 호소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강조하는 노래였기에, 우리 민족의 정기와 문화를 말살하려는 조선 총독부는 온갖 설을 유포하여 애정 행각으로 빚어진 여인의 한이 담긴 구슬픈 노래로 둔갑시켜 서서히 우리 스스로 아리랑을 부끄럽고 가치 없는 노래로 비하하게 만들었다
필자가 국립극장 재직 시 1926년 일제 강점기에 종로의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 감독의 무성영화 ‘아리랑’을 뮤지컬화한 ‘아리랑 아리랑’을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할 때 변사역을 맡았었던 적이 있어 평소 아리랑 노래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얼마 전 ‘아리랑의 숨겨진 이야기 고개’라는 기사를 접하고 머리끝이 서는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지바현’에 있는 ‘카시와 시립 고등학교’의 2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단은 ‘이시다 슈이치’라는 음악교사 지도로 하루 4시간 이상의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해 도쿄, 오사카 등 전국 각지에서 진학을 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명성이 자자한 학교이다
그 이유가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아리랑을 연주하는 영광을 위해서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2년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들끓던 그 해에 미국과 유럽, 한국의 심사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아리랑을 연주하여 세계 대회에서 1등을 했고, 그 후로 1년에 70번의 연주회를 해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일본의 국민가수이며 국회의원인 ‘기나쇼츠’는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선거유세 현장에서 아리랑을 불러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고, ‘카시와 고등학교’의 취주악대는 일본의 궁중(전통)음악을 융합하는 아리랑 창작곡을 만들고 있는데 그 구성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송두리 채 옮겨다 놓은 듯한 장관의 연출이다.
여학생의 독창으로 시작되는 아리랑에, 부채춤, 소고, 장고연주, 태평소(날라리)연주, 상모돌리기까지 일본의 다이고(북) 연주와 함께 궁중음악에 융합시키는 과정의 연주는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아리랑의 종주국인 우리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연주곡은 커녕, 변변한 아리랑 환타지곡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음을 생각할 때, 마치 우리의 아리랑을 일본의 아리랑으로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두려움과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국 국민들에게 ‘아리랑’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아리랑은 ‘부끄러운 자식의 이미지’라는 답변이 말해주듯, 우리 스스로가 무시하고 천시하는 아리랑이 “아리랑을 듣는 순간 혼이 뒤흔들릴 정도로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라는 일본인 교사 ‘이시다 슈이치’의 고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아리랑이 미국과 독일, 캐나다의 교회에서 찬송가로 불리는 현실 앞에서 ‘아리랑’은 과연 누구의 노래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한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이런 상태로 왜곡, 변질, 전락하기까지 우리들 스스로가 경시하고 천시함은 없었으며 방관자는 아니었는지 반성해 봐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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