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의 계약이 만료되는 2013년 6월말 은퇴하겠다고 발표한 버지니아 훼어팩스 카운티의 데일 교육감에 관해 세 가지 글이 지난 며칠 사이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렸다. 사설, 칼럼, 그리고 독자 투고가 바로 그것이다. 그만큼 데일 교육감이 이 지역 교육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는 증거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훼어팩스 카운티 학군이라 하면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제법 많이 알려진 우수 학군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내의 다른 학군들로부터 항상 주시를 받는다.
워싱턴 포스트지 사설은 데일 교육감이 그의 임기 동안 대체적으로 훌륭한 업무수행을 해왔다는 점을 치하하면서 많은 성과들을 제쳐두고 최근 2년 동안 논란이 있었던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비판해 오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한다는 권고를 담고 있다. 칼럼은 교육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제이 매튜 씨의 글이었는데, 데일 교육감과 이미 지난 6월에 은퇴한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위스트 교육감을 비교한 글이었다. 훼어팩스와 몽고메리 카운티는 비록 속한 주가 다르지만 소득수준이나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들이 많아 자주 서로 비교되기 때문에 때로 경쟁적인 입장에 있는 학군들이다. 이 칼럼에서는 두 학군 모두 유능한 교육감들을 통해 여러 부문에서 성공적인 학군의 명성을 계속 유지 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세 번째 글인 독자투고는 전에 나와 같이 교육위원으로 일했고 주 하원의원도 지냈던 사람이 쓴 글인데, 2004년 데일 교육감이 훼어팩스 교육감으로 선정될 때의 과정에 대한 비판이었다. 1997년 자신이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데일 교육감의 전임자인 다메니치 교육감을 선정했을 때의 과정과 비교하면서 데일 교육감의 선정은 지역사회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교육위원들만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즉, 다메니치 교육감 선정 당시에는 최종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 후 그들을 지역사회에 소개하고 주민들이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으며,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해서 교육감을 최종 선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다메니치 교육감 선정 과정은 나도 해당 글을 쓴 분과 함께 그 당시 교육위원으로 그 모든 과정에 같이 참여했기에 잘 안다. 그러나 이 투고 내용이 빠뜨리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세 명의 최종 후보자 신원이 공개되면서 이들 중 교육감으로 선정이 안 된 다른 두 후보들의 신상에 일어난 일들이다. 신원이 공개된 다음날 한 후보는 교육감 후보 사퇴를 발표했고 또 다른 한 후보는 본인이 교육감으로 있던 학군에서 그 다음해 고용계약이 끝났을 때 계약 갱신이 안 되어 교육감 자리를 떠나야 했었다. 교육감들 세계에서는 계약갱신이 안 되는 경우 ‘해고’ 당한 것으로 간주되기에 그 후보는 결국 해고된 거나 마찬가지다.
훼어팩스 카운티처럼 규모가 크고 우수한 학군의 교육감 자리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미 다른 지역에서 현직 교육감으로 재임 중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훼어팩스 교육감 자리에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본인이 교육감으로 있는 학군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기 학군의 학생들 교육보다는 본인의 커리어 발전에 더 관심을 쓰고 있는 것으로 여겨져 교육감직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2004년 데일 교육감이 선정되던 당시에는 1997년과 달리 후보자들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또한 이는 당시 교육감 선정과정을 도왔던 전문 컨설팅 회사의 강력한 권고사항이기도 했다.
지원자 신원 비공개 원칙으로 하지 않을 경우 수준 높은 후보자들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는 조언이 있었다. 그렇기에 선정과정 초반에 공청회, 주민들과의 대화,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이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실제로 교육감 후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적임자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엔 오직 교육위원들만이 참여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주민들의 의사 반영을 안 한 밀실 결정이라고 비난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이제 데일 교육감의 후임 선정은 어떤 과정으로 하게 될지 새로 선출되는 교육위원들이 함께 논의해 결정하게 되겠지만 어떤 방법을 취하든지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가능하면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하면서 동시에 유능한 지원자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택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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