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문제로 마음 상해하는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번 느끼고 또 발견하게 되는 것은“나는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는데 아이가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다. 결국 나는 잘 키워보려고 최선을 다하면서 희생을 해 왔는데 아이가 잘못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하소연이다. 그런가 하면 어느 주부는 남편과 아이들 교육문제로 다투다가 자살을 했다는 신문 기사도 있고 또 어떤 엄마는 아이들 특기 교육을 위한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요즈음의 젊은 부모들처럼 아이들에게 올인(all-in)하는 세대도 없을 것이다. 사실 어느 세대인들 자식에게 올인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만은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기는 하나 요즈음 세대가 좀 과한 듯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올인을 하게 된 원인은 우선 적게 낳아서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 아이는 남에게 빠지지 않게 잘 키워보고 싶은 부모들의 당연한 욕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다시피 해서 온 정성을 다해 키우고 가르쳤는데 이제 보니 그렇게 키운 아이가 문제아로 낙인이 찍혔다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좌절감을 느낄 수밖엔 없을 것이다.
부모의 기대와 꿈이 크면 클수록 자기 아이를 더 잘 가르치고 싶고, 이러한 욕망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관심을 집중시키게 마련이다. 당연히 이어지는 말은 “공부해라”로 시작해서 대개는 “하지 마라”로 끝난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한창 놀고 싶고 멋 부리고 싶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싶은 아이들에게 이러한 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제지는 거추장스런 간섭으로 느껴지고 이러한 느낌은 부모님의 가르침에 감정 섞인 대꾸로 이어진다. 대개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행동을 반항으로 낙인찍으면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아이들에게서만 찾으려 할 뿐 자신을 되돌아 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의 대꾸에 대한 분노와 섭섭함만을 표출하려 할 뿐이다. 사태가 이쯤 되면 절제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스스로의 분노조절을 ‘복종’으로, 부모의 훈계(訓戒)를 ‘감동’ 대신에 ‘감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부모가 되어서 정말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좌절감’을 느꼈다면 ‘내가 어떻게 키우고 가르쳤는가’를 먼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대개의 경우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기대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면 일단 ‘문제’라고 낙인부터 찍어놓고 이를 고쳐보려는 노력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부모들일수록 머릿속에는 “명문대학을 그리며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 교육에 좋다는 것은 다 하려고 들다보니 아이들의 지성교육(知性敎育)에 관해서는 일가견(一家見)을 가지고 다양한 이론과 정보를 축적하고 있으며 관심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인성교육(人性敎育)에 이르면 부모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크게 보인다. 이렇게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부모슬하에서 자란 아이들이 공부 잘 한다고 칭찬과 박수를 받으면서도 사람 됨됨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이는 죄 없는 조상만 욕보이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자녀 지도를 위한 참고서는 그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또 다양하지만 자녀교육과 지도는 “이렇게 하라”고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을 알려주는 맞춤형 네비게이션이 발명되었다는 소식을 아직은 듣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이 길을 먼저 간 사람들이 알려주는 정보나 지혜 또는 경험을 더듬어 가면서 한발 한발 미래를 향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자녀교육이 무슨 이론이나 참고서로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태어나면 서부터 시작되는 가정교육을 통해서 철이 들 때까지 부모의 사랑을 밑거름 삼아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이를 위해서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아이들의 엄마를 사랑해 주는 것이며 엄마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가르침은 가정에서 아버지를 존경하고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문제아는 없다. 다만 문제 부모와 문제아를 만드는 사회가 있을 뿐이라는 말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으면서 부모 되기는 쉬워도 부모답기는 어렵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이규성 박사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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