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반짝 뜨고 귀를 반짝 열고 웃으며 울며 보던 드라마 ‘반짝반짝’이 아쉽게도 끝나 얼마나 섭섭했는지 모른다. 다소 상투적일 수 있는 주제였지만 책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책을 읽는 모습이 화면에 이렇게 많이 나온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혼자 책 읽는 모습,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엄마에게 책을 읽어드리는 모습, 장애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 등 책을 읽는 모습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걸 참 잘 보여주었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서점에서 한 주부가 북마스터 직원에게 아이의 책읽기 습관을 상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짧은 상담내용을 들으며, 떠오르는 책과 사람이 있었다. ‘Read-Aloud Handbook (번역서 제목: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 그리고 그 책의 저자인 Jim Trelease. 몇 년 전부터 기회만 되
면 나는 학부모들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고, 강력 추천해오고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루에 책을 15분 간 읽어준다면 어떻게, 왜 좋은 것일까?
핀란드 어린이들은 여덟 살이 되어야 글을 배운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성적은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 이유는 어려서부터 부모들이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는 하루 15분씩만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나머지는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열네 살이 될 때까지 읽어주라고 한다. 이 책은 미국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꾸준히 읽고,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기도 하는 책으로, 미국에서 1979년 첫 출간되어 지금까지 개정 6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또한 부모의 독서습관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적하며, 아이에게 왜 책을 꾸준히 읽어주어야 하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지도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4학년 수준의 책을 즐길 수 있고, 5학년 아이는 7학년 수준의 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아이의 귀에 고급 단어를 넣어 주어 그 아이가 눈으로 책을 읽을 때 그 단어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책 읽는 즐거움에 대한 광고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부모가 책 읽어주는 시간을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일 때 아이는 책과 즐거움을 연관시키게 되고,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되며, 학습 능력이 향상되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을 자신이 접한 풍부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저자에게는 어린 시절 책을 읽어 주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 행복한 느낌을 잊지 못했던 그는 자신의 두 아이에게도 매일 밤 책을 읽어 주었다. 30년 전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 신문사에서 삽화가 겸 기고가로 일하던 당시, 저자는 매주 한 번 씩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아이의 학교를 방문하여 많은 아이들이 책을 멀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이유가 부모와 교사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안타까운 생각에 저자는 1979년 여름, 휴가비를 털어 이 책의 초판을 자비로 출판했고, 3년 후 펭귄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되어 부모와 교사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 이듬해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7주간 연속해서 올랐고, 2006년에는 그 6번째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이 스테디셀러는 이제 누적 판매부수 200만부를 넘어섰고, 지금도 아기를 갓 낳은 부모들에게 소중한 축하선물로 건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8년 이 책을 읽게 된 한 고등학교 윤리교사가 이 책에 나오는 한 교장의 예화에 감동을 받아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했고, 그의 노력으로 지금은 일본에서 반 이상의 초중고교에서 하루를 책 읽기로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고자하는 메시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요람에서 10대까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영옥
대학 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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